바람과 구름님 선물
담쟁이 덩굴 / 조 원 두 손이 바들거려요 그렇다고 허공을 잡을 수 없잖아요 누치를 끌어올리는 그물처럼 우리도 서로를 엮어 보아요 뼈가 없는 것들은 무엇이든 잡아야 일어선다는데 사흘 밤낮 찬바람에 찧어낸 풀실로 맨 몸을 친친 감아요 그나마 담벼락이, 그나마 나무가, 그나마 바위가, 그나마 꽃이 그나마 비빌 언덕이니 얼마나 좋아요 당신과 내가 맞잡은 풀실이 나무의 움막을 짜고 벽의 이불을 짜고 꽃의 치마를 짜다 먼저랄 것 없이 바늘 코를 놓을 수도 있겠지요 올실 풀려나간 구멍으로 쫓아 들던 날실이 숯덩이만한 매듭을 짓거나 이리저리 흔들리며 벌레 먹힌 이력을 서로에게 남기거나 바람이 먼지를 엎질러 숭숭 뜯기고 얼룩지기도 하겠지만 그래요, 혼자서는 팽팽할 수 없어 엉켜 사는 거예요 찢긴 구멍으로 달빛이 빠져나가도 우리 신경 쓰지 말아요 반듯하게 깎아놓은 계단도, 숨 고를 의자도 없는 매일 한 타래씩 올을 풀어 벽을 타고 오르는 일이 쉽지만은 않겠지요 오르다 보면 담벼락 어딘가에 평지 하나 있을지 모르잖아요. 혹여, 허공을 붙잡고 사는 마법이 생길지 누가 알겠어요 따박따박 날갯짓하는 나비 한 마리 등에 앉았네요 자, 손을 잡고 조심조심 올라가요 한참을 휘감다 돌아설 그때도 곁에 있을 당신. ********************************************************************** ▶조원=1968년 경남 창녕 출생. 2009년 부산일보 신춘문예 등단. 새해 아침! 맨 몸으로 세상을 건너고 있는 담쟁이가 천 리 길도 한걸음부터라 합니다. 비빌 언덕이라고는 나무와 담벼락과 바위와 꽃뿐인 담쟁이가 한 올 한 올 풀실, 저를 짠 눈물겨운 설빔! 나무와 벽과 꽃에게 움막과 이불과 치마를 지어 한데바람 막아주었군요. 벗어주고도 따뜻한 온기로 건너온 이 시 한 편! 주렁주렁 욕망을 껴입고도 춥다, 엄살을 부리지 않았나? 제 이력(履歷)을 돌아보게 합니다. 몸이 전 재산인 담쟁이의 소박한 이력! 벼랑이 벼랑을 부축하고 상처가 상처를 껴안고 허공을 건넙니다. 아이젠 자국으로 남은 갈퀴손! 학연 지연 튼튼한 동아줄도 없이 한 발 한 발 허공 길은 하루하루가 아찔한 난간이었겠습니다. 맨몸으로 저를 밀고 가는 담쟁이의 푸른 동맥이 봄을 당겨 놓습니다. 전다형·시인 국제신문2012-01-24 21:09
담쟁이 덩굴 / 조 원
두 손이 바들거려요 그렇다고 허공을 잡을 수 없잖아요
누치를 끌어올리는 그물처럼 우리도 서로를 엮어 보아요
뼈가 없는 것들은 무엇이든 잡아야 일어선다는데
사흘 밤낮 찬바람에 찧어낸 풀실로 맨 몸을 친친 감아요
그나마 담벼락이, 그나마 나무가, 그나마 바위가, 그나마 꽃이
그나마 비빌 언덕이니 얼마나 좋아요 당신과 내가 맞잡은 풀실이
나무의 움막을 짜고 벽의 이불을 짜고 꽃의 치마를 짜다
먼저랄 것 없이 바늘 코를 놓을 수도 있겠지요
올실 풀려나간 구멍으로
쫓아 들던 날실이 숯덩이만한 매듭을 짓거나
이리저리 흔들리며 벌레 먹힌 이력을 서로에게 남기거나
바람이 먼지를 엎질러 숭숭 뜯기고 얼룩지기도 하겠지만
그래요, 혼자서는 팽팽할 수 없어 엉켜 사는 거예요
찢긴 구멍으로 달빛이 빠져나가도 우리 신경 쓰지 말아요
반듯하게 깎아놓은 계단도, 숨 고를 의자도 없는
매일 한 타래씩 올을 풀어 벽을 타고 오르는 일이
쉽지만은 않겠지요 오르다 보면 담벼락 어딘가에
평지 하나 있을지 모르잖아요. 혹여, 허공을 붙잡고 사는
마법이 생길지 누가 알겠어요
따박따박 날갯짓하는 나비 한 마리 등에 앉았네요
자, 손을 잡고 조심조심 올라가요
한참을 휘감다 돌아설 그때도 곁에 있을 당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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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원=1968년 경남 창녕 출생. 2009년 부산일보 신춘문예 등단.
새해 아침! 맨 몸으로 세상을 건너고 있는 담쟁이가 천 리 길도 한걸음부터라 합니다. 비빌 언덕이라고는 나무와 담벼락과 바위와 꽃뿐인 담쟁이가 한 올 한 올 풀실, 저를 짠 눈물겨운 설빔! 나무와 벽과 꽃에게 움막과 이불과 치마를 지어 한데바람 막아주었군요. 벗어주고도 따뜻한 온기로 건너온 이 시 한 편! 주렁주렁 욕망을 껴입고도 춥다, 엄살을 부리지 않았나? 제 이력(履歷)을 돌아보게 합니다.
몸이 전 재산인 담쟁이의 소박한 이력! 벼랑이 벼랑을 부축하고 상처가 상처를 껴안고 허공을 건넙니다. 아이젠 자국으로 남은 갈퀴손! 학연 지연 튼튼한 동아줄도 없이 한 발 한 발 허공 길은 하루하루가 아찔한 난간이었겠습니다. 맨몸으로 저를 밀고 가는 담쟁이의 푸른 동맥이 봄을 당겨 놓습니다. 전다형·시인 국제신문2012-01-24 2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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