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볕같은이야기

양과 돼지

열려라 에바다 2013. 12. 19. 17:18

파라칸다 (사진:최용우)

 

□ 양과 돼지

 

동물원에 갔습니다. 초식동물관에 양이 있었습니다. "와... 양이다" 막 뛰어가서 우리 밖으로 고개를 내밀고 있는 양의 머리를 쓰다듬었습니다. 그리고 10초 후에 저는 으윽! 코를 막고 쓰러졌습니다. 어릴 적에 염소를 키워봐서 염소와 비슷한 동물인 양이 친숙할 줄 알았는데, 실제로는 그 노린내가 염소에게서 나는 것과는 비교할 수 없이 고약했습니다. 양에게서 나는 냄새는 10초를 못 견디게 했습니다.
성경의 배경에 관한 책을 읽다 재미있는 사실하나를 발견했습니다. 우리나라 문화권에서 '양'(羊)은 순하고 사람의 말을 잘 듣고 순종적이고 부드러우며 친근한 이미지를 가지고 있습니다. 특히 기독교 성화에 예수님이 어린양을 안고 있는 그림 때문인지 양에 대해서 매우 호의적입니다.
그런데 성경의 배경이 되는 중동지방에서 양의 이미지는 우리와 정 반대랍니다. 예수님이 양에 대한 비유를 말씀하실 당시에도 양은 동물 중에 가장 천한 동물이었습니다. 양은 생각이 모자르고, 어리석으며, 고집이 세서 남의 말에 귀를 기울일 줄 모르고 매우 지저분한 동물입니다. 우리나라로 치면 '돼지'와 같은 이미지입니다.
중동지방에서 사용되는 가장 상스러운 욕은 "양 같은 놈" 인데 이는 중동지방 사람들이 가장 듣기 싫어하는 천박하고 치욕적인 욕입니다. 우리로 말하면 "이 돼지 같은 놈" 같은 욕이라고 할 수 있죠.
성경에 나오는 '양'을 '돼지'로 바꿔서 읽어보면 실제와 가장 유사한 느낌이 됩니다. "우리는 다 돼지 같아서 그릇 행하여 각기 제 길로 갔거늘"(사53:6) "차라리 이스라엘 집의 잃어버린 돼지에게로 가라"(마10:6) "내가 너희를 보냄이 어린 돼지를 이리 가운데로 보냄과 같도다"(눅10:3) "나는 선한 목자라 선한 목자는 돼지들을 위하여 목숨을 버리거니와"(요10:11)    우리는 결코 푸른 풀밭 맑은 시냇물가를 뛰어다니는 양과 같이 고상한(?) 사람들이 아닙니다. 우리는 다 돼지 같은 놈들입니다. ⓞ최용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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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볕같은이야기4821] 2013.12.19.  지난호신청1995.8.12 창간발행 최용우

 자작글입니다. 저는 저작권 안 따지니 맘대로 가져다가 활용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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