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들은 우리 설 풍습을 어떻게 바라볼까… “막히는 길 뚫고 고향 가는 행렬 감동적”
설이 모레다. 타지에 나와 있는 사람들의 마음은 벌써 고향을 향해 줄달음질치고 있다. ‘귀성전쟁’으로 불릴 만큼 극심한 교통체증에 시달리면서도 고향을 찾는 이들이 많아 ‘민족대이동’이 일어나는 때다. 흩어져 있던 가족이 함께 모여 떡국을 먹고 정을 나누는 아름다운 전통이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집중되는 가사노동으로 여성들은 ‘명절증후군’을 앓는 등 후유증도 적지 않다. 이런 우리의 설 풍습. 외국인들은 어떻게 바라볼까?
서울 종로구 대학로에 자리 잡은 한국방송통신대학 제1연구동 교수휴게실에서 지난 24일 이 학교 불어불문학과 그롯트 파스칼(49) 객원교수와 글로벌 홍보대행사 버슨-마스텔러 마가렛 키(41·여) 대표를 만났다. 프랑스 태생인 파스칼 교수는 1993년 파리에서 한국 여성과 결혼해 그해 서울에 온 뒤 21번째 설을 맞는다. ‘낼모레 쉰’이라고 나이를 소개할 만큼 우리말도 유창하다. 지난 18대 대통령 선거 때 새누리당 외신대변인을 맡기도 했던 키 대표는 영국인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미국인. 1999년 어머니 나라로 유학 왔다. 이후 2009년부터 2년간 에델만 재팬 사장으로 일본에 머무른 걸 제외하고는 한국에서 살고 있다. 결혼도 한국 남성과 했다.
-설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두 분께서는 올 설은 어떻게 보내실 계획이신가요?
△그롯트 파스칼=해마다 처가 식구들과 보내고 있습니다. 우리 부모님은 프랑스에 계시고, 장인 장모님은 같은 단지 내에 살고 계시거든요. 처남은 프랑스에 살고 있습니다. 하하
△마가렛 키=경기도 광주에 계시는 시부모님을 뵈러 갑니다. 우리 부모님은 미국에 계셔서 올 설에도 뵙기는 어렵겠네요.
-미국과 프랑스에도 설과 같은 명절이 있는지요?
△파스칼=새해 첫날, 그러니까 신정이라고 해야 하나요. 그때 할아버지, 할머니, 아버지, 어머니, 형제들이 모여 식사합니다.
△키=온 가족이 모여 정을 나눈다는 점에서 신정보다는 추수감사절이 설과 비슷한 거 같습니다.
-우리나라는 설날 떡국을 먹는데요.
△키=추수감사절에는 주로 칠면조를 먹지요. 떡국에는 ‘오래 살라’는 의미와 ‘돈을 많이 벌라’는 덕담이 담겨 있다고 들었습니다. 미국에서도 이날 친지들에게 “건강에 좋은 시금치 등 녹색 채소, 동전 모양처럼 생긴 콩을 많이 드셨냐”고 안부를 묻습니다.
△파스칼=크리스마스부터 새해 첫날까지 굴 연어 등 귀한 음식을 푸짐하게 먹습니다. 요즘은 흔해진 음식이지만.
-음식준비는 누가 하나요. 한국에선 며느리들이 도맡아 해서 명절을 ‘고생절’이라고 하는데요.
△키=추수감사절 하면 풋볼, 칠면조, 요리하는 여성, 이 세 가지가 떠오릅니다. 풋볼의 결승 시즌이기 때문에 남성들은 모두 TV 앞에 앉아 응원하며 경기를 즐깁니다. 그동안 엄마는 주방에서 계속 일을 하시죠.
△파스칼=프랑스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요리는 여성들의 몫이었죠. 저는 어렸을 때 부모님께서 “주방에는 얼씬도 하지 말라”는 엄명을 내리셨습니다. 요즘은 많이 달라졌죠. 누나가 네 명 있는데, 자형들이 요리를 더 많이 합니다. 평상시에는 제가 주로 요리합니다. 명절 때만은 장인 장모님을 위해 아내가 앞치마를 두르지만. 한국도 젊은 남성들은 많이 달라진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한국의 설을 비롯한 명절 문화에서 인상적인 부분이 있다면?
△키=서울에서 부산 가는 데 10시간이 넘게 걸린다는 뉴스를 봤습니다. 그렇게 길이 막히는데도 고향에 가는 모습은 감동적입니다. 미국에선 평소보다 2배 이상 걸린다면 포기하고 말 겁니다.
△파스칼=고국에선 보기 힘든 광경이지요. 프랑스는 오래전에 도시화가 되어선지 고향이 그렇게 멀리 떨어져 있는 사람들은 드뭅니다.
△키-설날 한복을 입고 거리를 오가는 모습도 인상적입니다. 조금 불편해 보이는데도 한복을 입고 다니는 이들을 보면서 ‘한국 사람들은 전통을 상당히 존중하는구나’ 하는 생각을 하곤 합니다.
-좀 달라졌으면 하는 점이 있다면?
△파스칼=한국에선 결혼을 가족의 결합이라고 하는데 실제는 그렇지 않은 것 같습니다. 프랑스에선 명절 때 양가 부모님을 같이 모십니다. 집이 좁으면 점심과 저녁으로 나눠 모시지요. 양가 어른들끼리 친해지면 따로 만나기도 합니다. 한국은 사돈이 같이 만나는 일이 좀처럼 없는 것 같더군요. 또 장남 집에서만 모이는 것은 조금 이해가 안 갑니다. 프랑스에선 형제들 집에서 돌아가면서 모입니다.
△키=한국인인 어머니는 한국의 남성 중심적인 문화를 매우 걱정하셔서 한국에 오는 것을 반대할 정도였습니다. 시집가면 시어머니가 어머니가 된다는 얘기도 하셨죠. 아마 시집살이에 대한 걱정이셨나 봐요. 한국인 남성과 결혼했는데, 시어머님이 ‘쿨’하셔서 저한테 무척 잘해주십니다. 그래도 부엌일은 여자들이 주로 합니다. 다른 집도 마찬가지겠죠. 이건 달라져야 합니다. 전에는 여자는 집안일, 남자는 바깥일을 했지만 요즘은 여자들도 바깥일을 하잖아요. 그러니까 집안일도 남자들이 같이하는 것이 평등하죠.
△파스칼=앞으로 한국에서도 부부의 부모가 같이 모이게 될 것입니다. 요즘 대부분 자녀가 외동이잖아요. 아마도 예상보다 훨씬 빠르게 이런 변화가 오리라고 봅니다.
김혜림 선임기자 mskim@kmib.co.kr
서울 종로구 대학로에 자리 잡은 한국방송통신대학 제1연구동 교수휴게실에서 지난 24일 이 학교 불어불문학과 그롯트 파스칼(49) 객원교수와 글로벌 홍보대행사 버슨-마스텔러 마가렛 키(41·여) 대표를 만났다. 프랑스 태생인 파스칼 교수는 1993년 파리에서 한국 여성과 결혼해 그해 서울에 온 뒤 21번째 설을 맞는다. ‘낼모레 쉰’이라고 나이를 소개할 만큼 우리말도 유창하다. 지난 18대 대통령 선거 때 새누리당 외신대변인을 맡기도 했던 키 대표는 영국인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미국인. 1999년 어머니 나라로 유학 왔다. 이후 2009년부터 2년간 에델만 재팬 사장으로 일본에 머무른 걸 제외하고는 한국에서 살고 있다. 결혼도 한국 남성과 했다.
-설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두 분께서는 올 설은 어떻게 보내실 계획이신가요?
△그롯트 파스칼=해마다 처가 식구들과 보내고 있습니다. 우리 부모님은 프랑스에 계시고, 장인 장모님은 같은 단지 내에 살고 계시거든요. 처남은 프랑스에 살고 있습니다. 하하
△마가렛 키=경기도 광주에 계시는 시부모님을 뵈러 갑니다. 우리 부모님은 미국에 계셔서 올 설에도 뵙기는 어렵겠네요.
-미국과 프랑스에도 설과 같은 명절이 있는지요?
△파스칼=새해 첫날, 그러니까 신정이라고 해야 하나요. 그때 할아버지, 할머니, 아버지, 어머니, 형제들이 모여 식사합니다.
△키=온 가족이 모여 정을 나눈다는 점에서 신정보다는 추수감사절이 설과 비슷한 거 같습니다.
-우리나라는 설날 떡국을 먹는데요.
△키=추수감사절에는 주로 칠면조를 먹지요. 떡국에는 ‘오래 살라’는 의미와 ‘돈을 많이 벌라’는 덕담이 담겨 있다고 들었습니다. 미국에서도 이날 친지들에게 “건강에 좋은 시금치 등 녹색 채소, 동전 모양처럼 생긴 콩을 많이 드셨냐”고 안부를 묻습니다.
△파스칼=크리스마스부터 새해 첫날까지 굴 연어 등 귀한 음식을 푸짐하게 먹습니다. 요즘은 흔해진 음식이지만.
-음식준비는 누가 하나요. 한국에선 며느리들이 도맡아 해서 명절을 ‘고생절’이라고 하는데요.
△키=추수감사절 하면 풋볼, 칠면조, 요리하는 여성, 이 세 가지가 떠오릅니다. 풋볼의 결승 시즌이기 때문에 남성들은 모두 TV 앞에 앉아 응원하며 경기를 즐깁니다. 그동안 엄마는 주방에서 계속 일을 하시죠.
△파스칼=프랑스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요리는 여성들의 몫이었죠. 저는 어렸을 때 부모님께서 “주방에는 얼씬도 하지 말라”는 엄명을 내리셨습니다. 요즘은 많이 달라졌죠. 누나가 네 명 있는데, 자형들이 요리를 더 많이 합니다. 평상시에는 제가 주로 요리합니다. 명절 때만은 장인 장모님을 위해 아내가 앞치마를 두르지만. 한국도 젊은 남성들은 많이 달라진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한국의 설을 비롯한 명절 문화에서 인상적인 부분이 있다면?
△키=서울에서 부산 가는 데 10시간이 넘게 걸린다는 뉴스를 봤습니다. 그렇게 길이 막히는데도 고향에 가는 모습은 감동적입니다. 미국에선 평소보다 2배 이상 걸린다면 포기하고 말 겁니다.
△파스칼=고국에선 보기 힘든 광경이지요. 프랑스는 오래전에 도시화가 되어선지 고향이 그렇게 멀리 떨어져 있는 사람들은 드뭅니다.
△키-설날 한복을 입고 거리를 오가는 모습도 인상적입니다. 조금 불편해 보이는데도 한복을 입고 다니는 이들을 보면서 ‘한국 사람들은 전통을 상당히 존중하는구나’ 하는 생각을 하곤 합니다.
-좀 달라졌으면 하는 점이 있다면?
△파스칼=한국에선 결혼을 가족의 결합이라고 하는데 실제는 그렇지 않은 것 같습니다. 프랑스에선 명절 때 양가 부모님을 같이 모십니다. 집이 좁으면 점심과 저녁으로 나눠 모시지요. 양가 어른들끼리 친해지면 따로 만나기도 합니다. 한국은 사돈이 같이 만나는 일이 좀처럼 없는 것 같더군요. 또 장남 집에서만 모이는 것은 조금 이해가 안 갑니다. 프랑스에선 형제들 집에서 돌아가면서 모입니다.
△키=한국인인 어머니는 한국의 남성 중심적인 문화를 매우 걱정하셔서 한국에 오는 것을 반대할 정도였습니다. 시집가면 시어머니가 어머니가 된다는 얘기도 하셨죠. 아마 시집살이에 대한 걱정이셨나 봐요. 한국인 남성과 결혼했는데, 시어머님이 ‘쿨’하셔서 저한테 무척 잘해주십니다. 그래도 부엌일은 여자들이 주로 합니다. 다른 집도 마찬가지겠죠. 이건 달라져야 합니다. 전에는 여자는 집안일, 남자는 바깥일을 했지만 요즘은 여자들도 바깥일을 하잖아요. 그러니까 집안일도 남자들이 같이하는 것이 평등하죠.
△파스칼=앞으로 한국에서도 부부의 부모가 같이 모이게 될 것입니다. 요즘 대부분 자녀가 외동이잖아요. 아마도 예상보다 훨씬 빠르게 이런 변화가 오리라고 봅니다.
김혜림 선임기자 ms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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