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시] 나란 슬픔
김수영(1967∼ )
빅뱅이 일어난 날,
시간도 공간도 심지어 점 하나 찍을
만한 평면도 없었다는데
머리카락 백만분의 일만한 먼지 한
톨 없었다는데
신은 어지간히도 막막하고 슬펐나 보다
고통에 찬 절규를 하는 1초도 안되는
시간 동안
셀 수도 없이 많은 별을
광막한 우주에 흩어놓으신 걸 보면
자신을 닮은 인간이 결코 닿을 수 없게
자신의 고통을 미처 헤아릴 수 없게
끝간 데 모르게 풀어놓으신 걸 보면
캄캄한 밤하늘을 보면 위로가 된다
나보다 더 지독하게 울고 싶었던 아버지여,
나란 슬픔도 아버지의 것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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