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문 시

[신앙시] 나란 슬픔

열려라 에바다 2014. 6. 3. 08:07

 

[신앙시] 나란 슬픔


김수영(1967∼ )

빅뱅이 일어난 날,

시간도 공간도 심지어 점 하나 찍을

만한 평면도 없었다는데

머리카락 백만분의 일만한 먼지 한

톨 없었다는데

신은 어지간히도 막막하고 슬펐나 보다

고통에 찬 절규를 하는 1초도 안되는

시간 동안

셀 수도 없이 많은 별을

광막한 우주에 흩어놓으신 걸 보면

자신을 닮은 인간이 결코 닿을 수 없게

자신의 고통을 미처 헤아릴 수 없게

끝간 데 모르게 풀어놓으신 걸 보면

캄캄한 밤하늘을 보면 위로가 된다

나보다 더 지독하게 울고 싶었던 아버지여,

나란 슬픔도 아버지의 것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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