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화 혼수
제목 :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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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집 장가 갈 때 경제적 부담이 신부 쪽이 큰 나라와 신랑 쪽이 큰 나라가 있다. 신부 측 피해 대표로 인도를 들 수 있다. 신부의 지참금을 `다우리'라 하는데 양가의 합의 아래 정해진다는 이 다우리는 최저한도가 신부 아버지의 1년 벌이로 이 빚을 갚는 데 10년 걸리는 것이 상식이라 한다. 저자세를 빗대어 `딸 가진 아버지의 허리'란 속담이 있을 정도다. 신랑측 피해국은 케냐다. 혼약을 성립시키기 위해서는 신랑 집에서 열 마리 내지 열두 마리의 소를 폐백으로 신부집에 보내야 한다. 요즈음 시가로 한 마리 당 1백 50만 원만 쳐도 1천 8백만 원이나 된다. 아르헨티나도 신랑 피해국이다. 결혼 전에 친구들과 탈(脫)총각 파티를 벌이는데 이 잔치 끝에 친구들은 신랑의 몸을 벌거 벗겨 신부집 앞에 업어다 놓는다. 이 예비 신랑은 초인종을 누르고 신부집에서 받아 들여줄 것을 애걸한다. 이때 경매(競賣)할 때처럼 신랑 지참금이 흥정되고 흥정이 돼 야만 애원을 들어준다. 아르헨티나의 습속은 고구려 때 우리 습속과 너무나 흡사하다.
중국 고대 문헌인 <위지(魏志)>에 적힌 고구려 결혼 풍습을 보면 신랑이 밤중에 신부 집 문전에 가서 신부와 같이 있게 해줄 것을 엎드려 재삼 애걸을 하면 갖고 온 전백( 錢帛)의 많고 적음으로 집안에 들여 집 뒤에 지어놓은 사윗집에 살게 한다. 아이가 장 성할 때까지 노동을 제공하고야 풀려날 수 있었으니 대단한 신랑 피해국이 아닐 수 없 었다. 한데 그 풍속은 사라지고 이미 중세(中世)부터 신부 피해국으로 탈바꿈하여 오 늘에 이르고 있다. 연산군 8년의 실록을 보면 혼수 사치 때문에 혼기를 놓치는 사람이 너무 많아 국가의 대사가 아닐 수 없다 하고 채단과 이불에 사라 능단을 쓰는 사람, 갓의 장식에 금은주 옥, 유리, 산호를 쓰는 사람, 잔치에 유밀과를 쓰는 사람, 시부모에게 금은 패물을 바 치는 사람, 참람하게 안장을 꾸민 사람 등등은 어명을 어긴 죄로 다스리게 하고 있다. 또 납채하고 예식 올리는 날짜를 미리 신고케 하여 감찰 각시라는 여자 공무원으로 하여금 검색토록 하고 있다. 또한 사치스럽게 향연을 베풀면 베푼 자나 베풂을 받은 자 모두 죄를 받았던 것이다. 근대화 과정에서도 이 폐습은 조금도 개화되질 않고 오늘날까지 끈질기게 딸가진 부모 를 울리고 있다. 보도된 바로 당국이 호화 혼수를 단속한다 했는데 신고(申告)에 의한 소극적 수법에 의하질 말고 실효 있는 적극적인 방안을 강구했으면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