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과 멋, 여유로움을 주는 곳. ‘정남진’ 전남 장흥은 천관산 정상 아래 넘실대는 한려해상을 볼 수 있고 편백나무 그늘 아래 쉬어갈 수 있다. 편백숲 우드랜드, 소등섬, 삼합 등 아기자기한 볼거리와 먹거리도 풍부하다. 여기에 한여름에 어울리는 물축제까지 더해진다. 일상에 지친 현대인에게 자연에서만 얻을 수 있는 위안과 휴식을 준다.
기암괴석 ‘천자의 면류관’ 쓴 호남의 명산, 천관산
천관산(天冠山·723m)은 호남정맥 끝자락에 위치한 아담한 산이다. 하지만 지리산, 월출산, 내장산, 변산과 함께 호남의 5대 명산(名山)에 든다. 천하의 무등산이나 해남의 준령 두륜산을 제치고 명산 반열에 오른 천관산의 매력은 무엇일까.
천관산을 짧은 시간에 오르려면 탑산사 입구에서 시작하는 것이 좋다. 산 중턱까지 차로 이동할 수 있어 구룡봉, 환희대를 거쳐 정상 연대봉까지는 2.8㎞로 1시간 30분이면 족하다. 짧은 거리에 높이 오르자니 당연히 가풀막이 심하다. 숨은 턱까지 차오르고 허벅지는 팍팍해진다. 조금은 힘들게 느껴지는 코스이지만 정상과 가까워질수록 한려해상의 속살과 기암괴석의 향연을 볼 수 있어 수고로움을 잊게 해 준다.
30분쯤 오르자 독특한 돌기둥이 눈앞에 다가선다. 오금이 저리도록 위태로운 바위 중턱에 아슬아슬하게 서있는 아육탑이다. 공깃돌을 포개 놓은 듯 교묘하게 겹쳐져 신비로움을 더해 준다.
구룡봉(九龍峰)이 시야에 들어온다. 아홉 마리의 용이 엉켜있는 형상을 하고 있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다. 깎아지른 협곡을 끼고 서 있어 정상에 서면 발 아래로 모든 것을 제압하는 기운이 느껴진다. 바위에 물이 고인 발자국 형상의 구덩이 수십 개가 있다.
환희대(歡喜臺)로 가는 500m 남짓한 등산로는 유순하다. 다도해의 섬들이 동행하니 혼자라도 외롭지 않다. 환희대는 책 형상의 네모나게 깎인 바위들이 서로 겹쳐 있어 1만 권의 책을 쌓아놓은 것 같다는 대장봉 정상의 평평한 석대이다. 산에 올라 이곳에서 성취감과 큰 기쁨을 맛보라고 그렇게 이름을 지었단다.
환희대에서 뻗어 내려간 능선 곳곳에 자연이 정교하게 조각한 작품들이 올라앉아 있다. 바로 앞으로는 천주봉과 대세봉이, 왼편으로는 진죽봉 등 뾰족하거나 거대한 암봉 무리가 왕관처럼 우뚝 솟아 있다. ‘천자의 면류관’이라는 이름에 고개가 저절로 끄덕여진다.
설악산이나 월출산처럼 웅장하지는 않지만 훨씬 정교하고 오묘한 모양새가 잘 관리된 거대한 수석 전시장이나 다름없다. 진죽봉에는 이스터섬의 모아이 거석들을 연상시키는 기암들이 줄지어 서 있다. 멀리 북쪽으로는 탐진지맥이 꿈틀거리는 모습이 장쾌하게 펼쳐진다.
천관산 최고봉인 연대봉으로 이어지는 완만한 능선은 전국에서 알아주는 명품억새길. 올 가을을 기약하며 초록빛 억새가 제 키를 키우고 있다. 하얀 억새의 군무가 5만여평의 군락지에 운해처럼 펼쳐지는 모습을 떠올려본다.
연대봉은 봉화대가 있던 자리. 헤아릴 수 없는 다도해의 섬들이 연봉처럼 바다 위를 떠다니는 모습이 정겹다. 멀리 오른쪽 끝으로 해남의 두륜산이 자리하고, 완도의 상왕봉과 고금도가 강진의 마량만을 마주보고 도열해 있다. 왼쪽으로는 거금도와 소록도가 아련한 자태를 뽐낸다. 맑은 날이면 제주 한라산 정상도 눈에 들어온다고 한다.
장천재로 향하는 하산길 중간쯤에는 첩첩이 쌓은 바윗돌인 정원석이 반긴다. 봉황봉 아래에는 잔뜩 화난 남성의 심볼을 하고 있는 양근암(陽根岩)이 눈길을 끈다. 여느 산에서는 보지 못했던 이색 풍광이 심신을 즐겁게 해준다.
바람의 목욕, 편백나무 속에서 ‘피톤치드 샤워’
장흥읍 우산리 억불산 자락에 조성된 ‘편백숲 우드랜드’는 100㏊ 규모에 통나무주택, 황토주택, 한옥 등 숲에서 건강체험을 할 수 있는 숙박시설과 생태건축을 체험할 수 있는 목재문화체험관, 목공건축체험장, 편백 톱밥 산책로 등을 갖추고 있다.
서로 키재기를 하듯 하늘로 쭉쭉 뻗은 편백나무들이 울창하다. 황칠나무도 무럭무럭 자라고 있다. 들어서자마자 상큼한 바람과 함께 말끔한 숲 향기가 물씬 풍긴다. 하늘을 덮은 나무의 녹음은 보기만 해도 서늘하고 나뭇잎 사이로 떨어지는 햇볕은 온순하다.
우드랜드의 참된 선물은 숲에 가득한 피톤치드다. 심신을 안정시키고 아토피 질환을 비롯해 여러 증상들을 어루만져주는 물질이다. 숨 가쁜 도시생활에서 지치고 다친 영혼을 피톤치드로 씻어내고 달래봄직하다. 우드랜드에서는 삼림욕, 풍욕, 요가, 명상 등 무엇이나 할 수 있다.
가장 인기 있는 곳은 ‘누드산림욕장’으로 전국적인 관심을 모았던 ‘비비에코토피아’(풍욕장)다. 2㏊에 나무의자, 해먹, 토굴, 나무 움막, 평상 등 자연친화적인 시설을 갖추고 있다. 체험객의 사생활 보호를 위해 풍욕장 주변에 상록수를 심고 대나무로 차폐막을 설치했다.
이 곳을 이용하려면 종이옷으로 갈아입어야 한다. 입장료는 3000원이다. 나무벤치에 몸을 눕히면 세상과 격리된 느낌이다. 바람에 흔들리는 이파리 소리, 지저귀는 새소리가 가득하다. 완전한 휴식이다.
우드랜드가 아픈 사람들만을 위해 있는 건 아니다. 가족끼리, 연인끼리, 친구끼리 도란도란 얘기를 나누며 산책을 하기에 그만이다. 억불산 정상까지 이어지는 3736m의 ‘말레길’은 계단이 없는 나무데크로 돼 있다. 말레는 ‘대청’ 또는 ‘마루’를 일컫는 전라도 사투리이다. 장애인도 휠체어를 타고 오를 수 있다.
장흥=글·사진 남호철 선임기자 hcnam@kmib.co.kr
숲속의 休, 세상에 지친 心身을 보듬다… ‘정남진’ 장흥 힐링 나들이
‘천자의 면류관’ 쓴 천관산 기암괴석, 보석처럼 박힌 섬들의 한려해상 장관
‘호남의 5대 명산’인 전남 장흥의 천관산을 찾은 등산객이 환희대에 걸터앉아 구정봉 능선의 기기묘묘한 바위들을 바라보고 있다. 천주봉, 대세봉, 진죽봉 등 뾰족하거나 거대한 암봉 무리가 왕관처럼 우뚝 솟아있는 풍광이 환상적이다.
‘비비에코토피아’를 찾은 체험객이 풍욕을 즐기고 있다.
‘하늘빛 수목원’의 폭포와 분수의 물줄기가 시원하다.
용산면 풍길리 농어두저수지에 연꽃이 만발해 있다.
'여행과사진' 카테고리의 다른 글
여름, 한강의 7가지 하이라이트 (0) | 2015.08.10 |
---|---|
[여행메모-장흥] 소등섬·하늘빛 수목원 등 볼거리 다양, 장흥삼합·된장물회… 특유의 먹거리 (0) | 2015.07.24 |
물 만난 물축제… 휴가철 무더위 쫓는 물놀이 축제 ‘풍성’ (0) | 2015.07.24 |
납량특집·불꽃쇼, 열대야 식혀준다… 테마파크들 여름 휴가철 야간 개장 (0) | 2015.07.18 |
지천으로 핀 야생화, 방문객을 반긴다… 7월의 식물원들 (0) | 2015.07.1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