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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한강의 7가지 하이라이트

열려라 에바다 2015. 8. 10. 08:14

여름, 한강의 7가지 하이라이트

 

“비가 내리면 다리의 절반이 잠기는 잠수교 같은 ‘시적인’ 다리가 있는 곳. 서울에 한강이 있어 정말 다행이다. 한 도시를 가로지르는 이토록 큰 축의 공원이 없었다면 서울은 꽤 삭막한 도시가 되었을 것이다.”

소설가 백영옥이 ‘문득 힘들 때면 한강을 보라’라는 책에 쓴 글이다. 한강이 없었다면 서울의 여름은 얼마나 답답했을까. 서울에 한강이 있어 여름은 견딜만한 것이 된다. 여름 한강변에서는 많은 게 가능하다. 산책, 운동, 낚시, 수상스포츠, 피크닉, 데이트는 물론이고 캠핑장, 수영장, 영화관, 카페, 레스토랑도 발견할 수 있다. 어딜 가나 볼거리가 있고 맛집이 있다. 여름 한강을 즐기는 방법을 소개한다.



1. 뭐니 뭐니 해도 자전거

직접 달려보지 않고는 한강의 자전거 길이 가진 매력을 느낄 수 없다. 여름이라고 해도 한강을 경험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역시 자전거다. 자전거로 강을 질주하는 쾌감은 어디서도 경험하기 힘들다.

한강변에는 국내에서 가장 길면서도 안전하고 멋진 자전거도로망이 조성돼 있다. 한강 본류만 한 바퀴 도는데 최장 106㎞에 이른다. 본류의 자전거도로는 지류로, 주변 도시로, 또 4대강으로 다 연결된다.

강서습지생태공원-선유도공원-난지한강공원(14㎞), 난지한강공원-여의도한강공원-반포한강공원(16㎞), 광나루한강공원-반포한강공원(15㎞) 등이 특히 이름난 자전거 코스로 꼽힌다.



2. 파티장에 온 느낌, 반포대교의 밤

밤이 되면 한강의 다리들은 제각기 매력을 뽐낸다. 그래도 한강의 야경이라면 반포대교가 첫 손가락에 꼽힌다. 세계 최장의 교량분수인 달빛무지개분수와 물 위에 떠 있는 인공섬인 세빛섬의 경관조명 때문이다. 화려한 분수쇼와 조명, 조명에 반사돼 일렁거리는 물빛, 여기에 재즈음악이 어우러지면서 반포대교의 밤은 파티장 분위기를 물씬 풍긴다.

무지개분수는 한여름의 텁텁한 공기를 단숨에 날려버릴 만큼 시원한 물줄기를 쏟아낸다. 한국을 찾는 외국인들이 밤마다 몰려드는 곳이기도 하다. 시시각각 색깔을 바꾸는 세빛섬 외벽의 야간조명도 특별한 볼거리를 제공한다. 세빛섬 안에는 고급스런 카페와 식당들도 많다.



3. 국제영화제 꿈꾸는 ‘다리 밑 영화제’

한여름 밤 한강대교 밑에 야외 영화관이 차려진다. 관객들은 슬리퍼에 반바지 차림으로 와서 맥주를 홀짝거리며 영화를 본다.

올해가 세 번째로 한강의 여름을 대표하는 문화 프로그램으로 자리 잡았다. 8일까지 3주간 매주 금·토 오후 8시에 한강대교 8군데에서 최신작 85편을 무료 상영한다.

영화제는 해마다 업그레이드되고 있다. 작년에는 차량에 설치된 LED 스크린을 사용했는데, 올해는 에어스크린을 도입해 스크린 크기가 두 배 이상 커졌고 화질도 한층 개선됐다. 또 영화 주제를 음악(성산·방화대교), 단편(원효·동작대교), 음식(청담·한남대교), 가족(천호·양화대교) 등 4개로 분류해 골라서 볼 수 있도록 했다. 내년에는 국제영화제로 또 한 번 진화할 예정이다.



4. 한강에서 1박2일

여름 한강변은 거대한 텐트촌이 된다. 밤이나 낮이나 한강변 어디서나 그늘막 텐트들을 만날 수 있다. 그러나 야영이나 취사는 금지돼 있다. 그늘막 텐트는 밤 9시가 넘으면 철거해야 한다.

‘한강에서 1박2일’은 여름에 일시적으로 열리는 한강여름캠핑장에서 가능하다. 바비큐도 할 수 있다. 여의도와 뚝섬, 잠실, 잠원, 양화지구 등 5곳에 캠핑장이 설치돼 23일까지 운영된다. 여의도캠핑장이 텐트 200동으로 가장 크다. 30동 규모로 올해 처음 조성된 양화캠핑장은 다른 캠핑장과 달리 자기 텐트를 가지고 와서 설치할 수 있는 자유캠핑장이다.

여름철이 지나면 한강의 캠핑장들은 다 문을 닫지만 난지캠핑장은 1년 내내 문을 연다.



5. 워터파크 안 부럽다, 한강 물놀이

바다나 계곡을 찾지 않아도 서울에서 신나는 물놀이가 가능하다. 도심 한복판에 거대한 야외 수영장들이 뚝딱 만들어지고 그 옆으로 자동차들이 달리는 풍경을 서울이 아니라면 어디서 볼 수 있을까.

터널분수와 에어슬라이드, 유수풀 등 수영장 시설도 웬만한 워터파크 못지않다. 매년 50만명 이상이 한강수영장을 찾는다. 광나루, 뚝섬, 여의도, 잠원, 망원, 잠실, 난지 수영장에 이어 올해 양화수영장이 새로 문을 열었다.

수영복을 입지 않고 간편한 복장으로 아이들과 놀 수 있는 물놀이장도 늘고 있다. 난지강변물놀이장은 한강 수면과 같은 높이에서 물을 가둬 한강에서 물장구를 치는 느낌을 준다. 여의도 물빛광장도 언제나 아이들로 넘친다.



6. 치맥, 배달음식, 맛집 거리… 한강의 맛

사람들이 모여 노는 곳에 먹는 게 빠질 수 없다. 야구장을 제외하면 치맥(치킨에 맥주)에 가장 어울리는 장소가 한강변이다. 근래에는 와인을 들고 와 잔을 부딪치는 젊은이들을 종종 볼 수 있다.

음식을 싸오는 이들이 줄고 배달해 먹는 경우가 많아지면서 한강의 풍경도 바뀌고 있다. 배달음식 전단지를 돌리는 이들을 어디서나 만나게 되고, 점심이나 저녁 식사 때가 되면 주차장마다 배달 오토바이들이 가득 들어찬다.

한강공원과 연결된 식당 거리들도 명소로 떠오르고 있다. 망원한강공원 인근의 망원유수지 노점식당들이 대표적이다. 양화한강공원에서 당산역과 선유도역으로 빠지는 골목길, 뚝섬한강공원에서 건대입구역까지 이어지는 대로 주변도 시민들이 즐겨 찾는 맛집 거리들이다.



7. 커피 한 잔으로 즐기는 백만 불짜리 전망

한강은 그림 같은 전망들을 숨겨놓고 있다. 그 중에서도 한강의 석양은 백만 불짜리다. 해질녘 뾰족하게 솟은 빌딩들의 거뭇한 윤곽선만 남기고 하늘과 강물을 온통 주황색으로 물들이는 노을을 바라보다 보면 아름답다는 탄성이 절로 난다. 한강다리 위에 들어선 전망대를 겸한 카페에서 커피 한 잔으로 석양을 만날 수 있다. 한남, 양화, 한강, 동작, 한남, 잠실대교 위에 전망대 카페가 있다.

광진교에 있는 ‘광진교 8번가’는 전 세계에 3개밖에 없다는 교각 하부 전망대로 바닥이 투명창으로 만들어져 발 아래로 한강물이 흘러가는 곳을 볼 수 있다. 잠실대교 아래 잠실수중보에는 ‘물고기 길(어도)’이 조성돼 있어 한강 상류와 하류를 오가는 물고기들을 구경할 수 있다.

김남중 기자 nj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