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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숲 너머 바다에 시뻘건 더위가 ‘풍덩’… 충남 태안으로 떠나는 피서여행

열려라 에바다 2015. 8. 25. 08:56

솔숲 너머 바다에 시뻘건 더위가 ‘풍덩’… 충남 태안으로 떠나는 피서여행

운여해변·꽃지해변 낙조 ‘국가대표’급

 

솔숲 너머 바다에 시뻘건 더위가 ‘풍덩’… 충남 태안으로 떠나는 피서여행 기사의 사진
일몰이 아름답기로 손에 꼽히는 운여해변이 석양에 온통 붉게 물들어 있다. 제방에 심어진 솔숲이 호수 같은 물에 반영을 이루며 빚어낸 풍경이 황홀하다.

이글거리는 태양에 폭염경보가 연일 이어지고 있다. 푸른 물결 넘실거리는 바다와 숲이 주는 시원한 그늘이 그리운 계절이다. 여기에 멋진 일몰과 일출까지 더해지면 금상첨화다. 볼거리 먹거리도 넘쳐난다. 우리나라에 그런 곳이 있다. 한반도 허리춤에서 서해로 툭 튀어나온 충남 태안이다.



안면도의 황홀한 낙조

꽃지해변이냐, 운여해변이냐. 그것이 문제였다. 태안에서 멋진 일몰을 찍기로 마음을 정하고 나니 장소가 고민이었다. 우리나라 3대 낙조 중의 하나로 꼽히며 ‘보증수표’나 다름없는 꽃지해변 할미·할아비 바위의 일몰을 찍을 것인가, 아니면 ‘위험부담’이 있지만 운여해변의 솔숲을 선택할 것인가.

우선 기상청 홈페이지에 들어가 날씨를 점검해 봤다. 구름이 조금 낀 맑은 날씨, 일몰을 찍을 수 있는 기본적인 조건은 갖춰졌다. 다음으로 소나무 반영을 찍기 위해 바람의 세기와 안면도의 만조시간을 따져봤다. 운여해변으로 가도 될 듯했다. 저물녘 물이 들어오는 데다 바람도 잔잔해 안성맞춤이었다.

운여해변은 꽃지해변에서 남쪽으로 15㎞ 정도 떨어져 있다. 승용차로 40분가량 걸린다. 처음 가보는 길이지만 내비게이션에 목적지를 지정하고 찾아 나섰다. 운여해변 또는 고남면 장곡리 588-5를 찍으면 된다. 안면도를 남북으로 관통하는 안면대로를 타고 가다 상촌삼거리에서 황포길로 접어든 뒤 중신로 장삼포로를 거치면 된다. 몇몇 구간은 덜컹거리고 먼지가 풀풀 날리는 비포장도로다.

운여해변의 솔숲은 솔섬으로도 불린다. 하지만 엄격히 말하면 섬이 아니라 작은 방파제다. 방풍림 삼아 소나무를 심은 방파제의 남쪽 끝이 파도에 잘리면서 물이 들어와 언뜻 호수처럼 보인다. 태안해안국립공원이 이 해변을 지나는 태안해변길 7코스 바람길을 조성하면서 이 풍경이 세상에 알려졌다.

이곳 낙조 풍경은 해가 솔숲 뒤로 넘어간 뒤부터가 진짜다. 이글거리는 해가 솔숲 너머의 바다를 뜨겁게 달구며 서해로 잠겨가는 짧은 순간. 수면의 붉은 기운 위로 밤의 푸른 색감이 겹쳐지고 소나무의 검은 그림자가 물 위를 수놓는다. 황홀한 풍경에 가슴이 다 뭉클해진다.

 꽃지해변은 안면도를 대표하는 관광명소다. 할미바위에 뿌리를 내린 노송과 두 개의 바위섬 사이로 지는 낙조가 유명하다. 2012년에 CNN이 선정한 ‘한국에서 가봐야 할 아름다운 50곳’ 중 2위를 차지했다. 밀물 때는 바다 위의 섬이 되고 썰물 때는 육지와 연결되는 할미바위와 할아비바위는 통일신라시대 해상왕 장보고의 부하 승언 장군이 전쟁터에 나간 뒤 돌아오지 않자 아내 미도가 일편단심 기다리다 죽어 망부석이 됐다는 전설속의 바위다.

바로 옆 꽃지해수욕장은 안면도에서 제일 큰 해수욕장이다. 여름은 물론 사시사철 많은 사람들이 즐겨 찾는다. 인근 방포항에는 횟집이 즐비하다. 꽃지해변을 연결하는 인도교 ‘꽃다리’는 관광객들로 북적인다.



바람과 모래, 그리고 시간이 빚은 경치

원북면 신두리에 위치한 ‘태안 신두리 해안사구(砂丘)’는 남북 방향으로 총 길이 약 3.5㎞, 폭 0.5∼1.3㎞ 정도의 모래언덕이다. ‘한국의 사막’으로 불리는 신두리 해안사구는 파도에 의해 밀어 올려진 모래가 오랜 세월 바람에 날리며 쌓여 형성된 신비의 땅이다. 우리나라 최대 규모의 사구로 천연기념물 제431호로 지정됐다. 전사구, 사구습지, 바르한형 사구 등 다양한 지형이 잘 발달해 있다. 모래언덕의 바람자국 등 독특한 풍경, 뛰어난 해안의 퇴적지형 등을 토대로 학술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바닷바람이 쓸고 간 모래언덕에는 아름다운 물결무늬가 선명하다. 끝물이지만 해당화도 곳곳에 피어 있다.

해안사구 남쪽에는 희귀 생태계의 보고(寶庫) 태안 두웅습지가 생태학습지로 주목받고 있다. 해안에 사구가 형성되면서 사구와 배후 산지 골짜기의 경계 부분에 담수가 고여 형성됐다. 습지와 그 주변에는 멸종 위기종인 금개구리·맹꽁이·표범장지뱀을 비롯해 사구식물인 갯그령·통보리사초군락 등과 수생식물인 붕어마름·수련군락 등 수백 종의 희귀 야생 동·식물이 서식하고 있다. 노랑부리백로·물장군·이끼도롱뇽 등 다른 곳에서는 보기 어려운 생물들도 잇따라 발견되면서 생태학적 가치를 인정받아 2002년 11월 환경부로부터 사구습지로는 국내 처음으로 습지보호지역으로, 2007년 12월에는 국제습지조약에 따른 ‘람사르 습지’로 지정됐다.



빼놓을 수 없는 명승지

할미·할아비바위, 신두리 해안사구 외에 백화산, 만리포 해변, 안면도자연휴양림, 몽산포 해변, 안흥성, 가의도가 태안 8경에 포함된다. 태안 8경에 속하지는 않지만, 우리나라 최초의 민간 수목원인 천리포수목원, 서해 방비의 중요한 전략적 요충지 소근진성, 이름이 정다운 해변 등 놓치기 아쉬운 곳들이 즐비하다.

신두리에서 해안을 따라 내려가다 보면 노랫말로도 유명한 만리포에 닿게 된다. 만리포 해수욕장은 대천, 변산과 함께 서해안 3대 해수욕장으로 꼽힌다. 백사장 길이가 약 3㎞나 되고 모래가 곱고 수심이 얕아 가족 단위 해수욕장으로 사랑받고 있다.

안면도로 접어들어 백사장항과 삼봉해변을 지나면 두여해변이 나온다. 나무가 우거져 도인들이 도를 닦던 마을이라는 의미에서 도여라고 불리다가 두여로 변했다. 인근 밧개해변은 곳곳에 모래 언덕이 있고 어패류와 해초가 많아 살아있는 바다 학습장으로 활용되고 있다. 꽃지를 지나면 샛별해변이다. 해안 사이에 뻘이 있다고 해서 ‘샛뻘’로 불리던 것을 마을 사람들이 ‘샛별’이라고 고쳐 부른 것이다.

운여해변 다음에는 가장 남쪽에 있는 바람아래해변이다. 용이 승천하면서 큰 바람과 파도가 일었고 강풍이 불 때면 바람의 여신이 지켜 준다는 전설이 전해진다. 바람아래를 나서면 태안 최남단의 작은 항구인 영목항에 든다. 영목항은 항구로서의 역할뿐만 아니라 태안과 보령을 잇는 중요 해상 교통로다. 추도, 소도, 원산도, 효자도, 장고도, 삽시도 등 가까이에 섬들이 많고 정기 여객선이 대천항에서 이곳을 오간다.

태안=글·사진 남호철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