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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린 물줄기 솔향 바람, 한여름 별세계로세!… 괴산의 계곡과 폭포

열려라 에바다 2015. 8. 25. 09:01

시린 물줄기 솔향 바람, 한여름 별세계로세!… 괴산의 계곡과 폭포

자락마다 절경… 발길 사로잡아, 수옥·용추폭포 물줄기도 장관

 

시린 물줄기 솔향 바람, 한여름 별세계로세!… 괴산의 계곡과 폭포 기사의 사진
충북 괴산군 연풍면에 자리한 수옥폭포 물줄기가 약 20m 높이에서 계단처럼 층을 이루며 떨어지는 모습이 시원하다.
시린 물줄기 솔향 바람, 한여름 별세계로세!… 괴산의 계곡과 폭포 기사의 사진
화양구곡 4경 ‘금사담’과 ‘암서재’(위), 화양구곡 2경 ‘운영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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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양구곡 9경 ‘파천’(위), 선유구곡 1경 ‘선유동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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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곡구곡 2경 ‘소금강’.

산이 높은 괴산에는 ‘아홉 풍경’을 거느린 이름난 계곡이 많다. 백두대간 자락마다 조선 선비들이 이상향으로 여기며 ‘구곡(九曲)’이라는 이름을 붙인 절경을 품고 있다. 풍광 좋기로 유명한 화양계곡, 선유계곡, 쌍곡계곡, 갈은계곡, 연하계곡, 고산계곡, 풍계계곡 등이다. 수옥폭포와 용추폭포의 아름다움도 빼놓을 수 없다.

청천면 화양리에 있는 화양구곡은 소백산맥의 한 줄기인 도명산(643m) 계곡에 있다. 원래 화양리는 회양목이 많아서 황양동(黃楊洞)이라 불렸다. 60세에 이곳에 온 우암 송시열(宋時烈·1607∼1689)이 중화(中華)에서 화(華)를, 주역의 일양내복(一陽來復·흉한 것이 가면 길한 것이 온다)의 양(陽)을 따서 화양동으로 고쳤다. 이어 남송의 주자가 꼽은 무이구곡(武夷九曲)을 본떠서 약 3㎞에 이르는 화양계곡의 아름다운 경관을 화양구곡이라 이름 지었다고 한다. 화양계곡은 1975년 충북도립공원이 됐다가 1984년 속리산국립공원에 편입됐으며 지난해 8월 28일 명승 제110호로 지정됐다.

산과 물이 절묘하게 어우러진 화양구곡은 ‘금강산 이남의 최고 절경’으로 소문난 곳이다. 제1경 경천벽(擎天壁)은 주차장 약 200m 앞에 있다. 깎아지른 듯한 기암절벽이 하늘을 높이 떠받치고 있다고 해서 이름 지어졌다. 바위에 새긴 화양동문(華陽洞門)은 우암의 글씨다. 경천벽에서 약 400m쯤 올라가면 2경인 운영담(雲影潭)이 있다. 계곡에 맑은 물과 울창한 송림, 큼직한 암벽이 높이 서 있는 곳이다. 맑은 날 물에 비친 구름의 그림자가 아름답다고 해서 붙여진 것이다.

우암은 처음 청천에서 기거하다가 3경인 읍궁암(泣弓巖) 부근에 초가를 짓고, 4경인 금사담(金沙潭) 건너 바위에 암서재(巖棲齋·충북도유형문화재 제175호)를 지어 화양계곡으로 옮겨 왔다. 읍궁암은 효종의 승하로 북벌이 좌절되자 매일 새벽과 효종의 기일인 음력 5월 4일에 우암이 넓은 마당바위에 커다란 활모양으로 엎드려 곡을 했다는 곳이다. 바위에는 눈물자국처럼 구멍이 움푹 파여 있다.

읍궁암 옆에 하마비가 있고, 그 오른쪽에 화양서원과 만동묘가 있다. 암서재는 방 2칸, 마루 1칸짜리 작은 초가집으로 서재 겸 정자다. 나중에 기와로 지붕을 얹고 작은 일각문도 세웠다. 화양구곡의 백미는 맑고 깨끗한 모래가 금싸라기 같다고 해서 붙여진 금사담 일대다. 암서재와 어우러져 한 폭의 동양화나 다름없다.

밤하늘의 별을 관찰한다는 5곡 첨성대는 포개져 있는 바위높이가 약 100m나 된다. 바위 위에서 별을 관측할 수 있다 해 붙여진 이름이다. 바위가 구름을 뚫고 솟아올라 구름을 능멸한다고 해서 붙여진 능운대(凌雲臺·6경)에서 첨성대를 보는 풍광이 압권이다. 이어 옆으로 뻗친 바위가 마치 용이 꿈틀거리는 것 같다는 와룡암(臥龍巖·7경), 학이 둥지를 짓고 살았던 학소대(鶴巢臺·8경)가 펼쳐진다.

학소대에서 조금 올라가면 오랜 세월 계곡물에 씻기고 닳아서 평평한 쟁반 같은 바위가 펼쳐져 있는 9경 파천(巴串)이 있다. 흰 바위 위로 흐르는 물결이 마치 ‘용의 비늘을 꿰놓은 것’처럼 보여 이름지어졌다. 바위에 앉아 물에 발을 담그고 있노라면 바위 사이를 굽이쳐 흐르는 맑은 물소리, 소나무를 흔들고 지나가는 바람소리, 그리고 새소리·풀벌레 소리가 가득하다.

괴산호를 끼고 있는 또 다른 비경은 갈은구곡(葛隱九曲)이다. ‘칡뿌리를 캐 먹으며 숨어 지낼 만한 곳’이라는 뜻으로 갈론구곡이라고도 불린다. 이름 그대로 세속에 흥미를 잃고 세상을 등지고 싶은 선비가 찾아들 만한, 깊고 숨겨진 느낌의 계곡이다. 그만큼 한적하고 외진 곳이다. 갈은구곡은 칠성면 사은리 갈론마을에서 시작된다. 괴산댐이 들어선 달천강을 중심으로 보면 서쪽이 산막이 마을, 동쪽이 갈론마을이다.

바위에 새겨진 시구(詩句)가 계곡의 아름다움을 말해준다. 군자산과 비학산, 옥녀봉에 감춰진 구곡은 사람의 손때가 묻지 않아 태초의 모습 그대로다. 계류는 수정처럼 맑고 원시림에 뒤덮인 숲은 울창하다. 듬직한 바위는 저마다 생김새가 기묘해 눈길을 사로잡는다. 너럭바위에 걸터앉아 탁족(濯足)을 즐기면 신선놀음이 따로 없다.

연풍면 연풍리에 ‘하늘이 내려준 폭포’라 불리는 수옥폭포가 있다. 조령산 관문에서 소조령을 향해 흘러내리는 계류가 20m의 절벽 아래로 떨어지면서 만들어내는 이 폭포는 3단으로 이뤄져 있다. 바로 앞에는 고려 말기 공민왕이 홍건적을 피해 작은 정자를 지어 자신의 비통함을 달랬다는 이야기가 전해지는 ‘수옥정’도 유명하다. 세월이 흘러 없어진 것을 괴산군의 지원을 받은 주민들이 복원시킨 팔각정이다.

수옥폭포의 빼어남은 수많은 드라마 등을 통해 증명된다. TV 드라마 ‘계백’과 ‘공주의 남자’ 등이 수옥폭포에서 촬영됐고 ‘왕건’ ‘여인천하’ ‘다모’ ‘주몽’ ‘선덕여왕’ ‘동이’ ‘전설의 고향’ 등의 사극에서도 배경 화면으로 빠지지 않고 등장했다. 조선시대 대표적인 풍속화가로 꼽히는 김홍도는 연풍현감을 지내는 동안 수옥폭포와 그 아래 수옥정을 소재로 ‘모정풍류’를 남겼다.

청천면 사기막리의 용추폭포는 2단 구조다. 암반 사이로 떨어진 폭포수가 깊은 소를 만들고 곧이어 경사 완만한 폭포를 이룬 뒤 계곡 아래로 흘러간다. 사기막리 마을에서 1.5㎞쯤 걸어 들어가야 만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