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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길에 덧입힌 ‘자연 속 산수화’ 낭만을 거닐다… 충북 괴산 ‘산막이옛길’·‘충청도양반길’ 트레킹

열려라 에바다 2015. 8. 25. 09:05

옛길에 덧입힌 ‘자연 속 산수화’ 낭만을 거닐다… 충북 괴산 ‘산막이옛길’·‘충청도양반길’ 트레킹

산·호수 어우러진 아름다운 풍경 ‘한 폭의 동양화’

 
옛길에 덧입힌 ‘자연 속 산수화’ 낭만을 거닐다… 충북 괴산 ‘산막이옛길’·‘충청도양반길’ 트레킹 기사의 사진
산막이옛길을 찾은 탐방객이 울창한 소나무 사이에 놓인 출렁다리를 지나고 있다. 긴장감에 엉금엉금 기다시피 건너지만 멋진 풍광에 입을 다물지 못한다.
옛길에 덧입힌 ‘자연 속 산수화’ 낭만을 거닐다… 충북 괴산 ‘산막이옛길’·‘충청도양반길’ 트레킹 기사의 사진
산막이옛길 초입의 그네 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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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길에 놓인 나무데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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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산호 위 아찔한 고공전망대.
옛길에 덧입힌 ‘자연 속 산수화’ 낭만을 거닐다… 충북 괴산 ‘산막이옛길’·‘충청도양반길’ 트레킹 기사의 사진
산(山) 형상을 한 괴산 바위.
산막이옛길은 충북 괴산군 칠성면 사오랑 마을과 산막이 마을을 이어주는 10리 길이다. 산막이 마을은 말 그대로 산이 장막처럼 둘러싼 곳이다. 조선시대에는 유배지였을 정도로 첩첩산중이다. 달천과 어우러진 기암괴석이 깎아지른 벼랑에 펼쳐진 아름다운 곳이다.

1957년 순수한 우리 기술로 괴산댐을 건설하면서 개울이 호수로 변하고 유일한 육로인 산길도 사라졌다. 주민들은 이때부터 산허리를 둘러 가는 비탈길로 통행했다. 이후 주민들이 하나 둘씩 마을을 떠나면서 산막이 마을과 이 길도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도 서서히 잊혀졌다.

수 십년 후 전국적으로 둘레길 열풍이 불던 2008년 8월부터 산막이옛길은 새롭게 태어나기 시작했다. 산길에 나무데크를 놓는 작업이 진행되면서 이듬해부터 관광객들이 찾았다. 당시 인근 4개 마을 주민들이 권역별 농촌마을종합개발을 추진했다. 사은리 사오랑 마을에서 산막이 마을까지 이어지는 4㎞ 구간에 둘레길을 만들고 ‘산막이옛길’이라는 이름도 붙였다. 정식 개장한 2011년 첫해에 88만명이 다녀갈 정도로 산막이옛길은 ‘대박’을 터트렸다. 지금은 한 해 관광객이 150만명을 웃돌 정도로 전국의 대표적인 둘레길로 자리를 잡았다.

달천을 왼쪽에 끼고 건너편으로 군자산, 발밑으로 괴산호를 바라보며 등잔봉(460m) 자락을 굽이굽이 돌아가는 이 길은 경사가 완만해 남녀노소 누구나 어렵지 않게 걸을 수 있다. 아름다운 풍경과 나무데크 길이 있어 걷는 재미도 쏠쏠하다. 활엽수 숲이 짙은 그늘을 드리워 타박타박 걸으면 몸과 마음에 초록이 묻어난다. 쉬엄쉬엄 걸어서 편도 1시간30분 정도 걸린다.

사오랑 마을을 뒤로 하고 옛길에 든다. 차돌바위나루를 지나면서 산길이 시작된다. 여름철 무더위를 식힌 서당의 야외 학습장이었던 고인돌 쉼터와 나무 두 그루가 하나로 합쳐진 연리지를 만난다. 이 곳이 숲길의 들머리. 괴산호가 저만치 반짝 얼굴을 드러낸다.

첫 전망대를 지나면 계곡을 잇는 출렁다리가 앞에 놓인다. 엉금엉금 기다시피 건너지만 마냥 즐거운 표정이다. 출렁다리 우회도로에는 두 소나무가 사랑을 나누고 있는 모습을 한 정사목(情事木)이 있다. 소나무출렁다리까지 이어진 흙길을 지나면 길은 내내 나무데크를 따라간다.

구불구불한 산길을 걷다 보면 어렸을 때 할아버지·할머니가 들려준 옛날이야기의 소재를 연상케 하는 장소도 곳곳에서 만날 수 있다. 사랑을 나누는 남녀의 모습을 한 ‘정사목’, 1968년까지 호랑이가 살았다는 ‘호랑이굴’, 여우비나 여름 무더위를 피해 잠시 쉬어간 ‘여우비 바위굴’이 반긴다. 산짐승이 목을 축인 ‘노루샘’, 아름다운 여인이 옷을 벗고 엉덩이를 보이며 꼬고 앉은 듯한 ‘옷 벗은 미녀 참나무’도 볼거리다.

금방이라도 하늘을 날아오를 것 같은 매의 형상을 한 ‘매바위’, 괴산의 산(山) 형상을 한 ‘괴산 바위’, 느티나무 위에서 호수의 운치를 감상할 수 있는 ‘괴음정’은 걷는 지루함을 느낄 틈이 없게 한다.

길 중간 지점 앉은뱅이약수는 ‘앉은뱅이도 일어나게 한다’는 약수 한 바가지로 목을 축이며 쉬어갈 수 있는 곳이다. 이어지는 얼음바람골에선 한여름에도 한기가 느껴진다. 얼음바람골을 내려서면 호수 전망대다. 넓은 쉼터를 마련해 놓은 전망대는 마치 공원의 야외카페 같다.

호수를 향해 툭 튀어나온 고공전망대는 바닥을 투명하게 만들어 오금이 저리다. 40개 계단을 오르면 호수와 바위의 절경이 펼쳐지는 ‘마흔 고개’, 진달래가 소나무 숲을 붉게 물들이는 ‘진달래 동산’을 거치면 종착지점인 산막이 마을이다.

등산을 하고 싶으면 산막이옛길의 초입 노루샘에서 등잔봉을 오르면 된다. 옛날에 과거를 보러 간 아들을 위해 등잔불을 켜놓고 기도를 올렸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가파르고 험한 이 산을 오르다 보면 심장은 콩닥거리고 폐는 터질 것 같지만 산으로 둘러싸여 있던 옛 산막이 마을의 정취를 온전히 맛볼 수 있다. 정상에 오르면 맞은편 군자산 자락과 호수가 어우러진 한 폭의 수묵화가 펼쳐지고, 산자락에서 뻗어나온 마을을 호수가 한반도 지형처럼 감싼 풍경을 감상하는 또 다른 재미를 던져준다. 등산길은 산막이 마을까지 3시간가량 걸린다.

이렇게 산막이 마을에 도착하면 되돌아오는 방법은 2가지. 왔던 길을 다시 걷거나 산막이 나루터에서 유람선(편도 5000원)을 타는 것이다. 선상에서 바라보는 풍광 또한 제법 운치 있다. 둘레길과 등잔봉을 번갈아 걷는 것도 산막이옛길을 두 배로 즐기는 방법이다.

산막이옛길 끝머리인 유배지에서 한적한 길을 따라 조금 더 가면 또 하나의 걷는 길이 시작된다. 순환해 제자리로 돌아오는 ‘충청도 양반길’이다. 옛날 양반들이 과거 보러 가던 그 길을 따라 계곡과 강변을 걷는다. 태곳적의 신비를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데다 높은 산과 맑은 물이 함께 하는 경관이 빼어난 곳이다. 아름드리 자연 송림이 울창하고 다양한 수목과 야생화초가 어우러져 있다. 특히 흙길을 고스란히 보존해 걷는 맛을 더해준다. 천혜의 자연환경과 어우러져 걷다 보면 저절로 힐링이 된다.

갈은·화양·선유·쌍곡구곡을 연결하는 9개 코스 85㎞로 조성되는 충청도 양반길은 현재 1코스인 산막이옛길과 2코스인 갈은구곡, 3코스 일부 구간까지 모두 25㎞가 조성돼 있다. 길게는 6시간, 짧게 돌면 4시간쯤 걸린다. 갈은구곡을 따라 오르는 길과 선유대(신부바위), 사모바위 구간이 특히 아름답다. 충청도 양반처럼 뒷짐을 지고 소요하듯 느릿느릿 걷는 여유로움이 각별하다. 옛길이 주는 아늑함이 가슴에 내려앉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