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길 나의 신앙] 교통사고 딛고 새인생 이지선씨 (4)
국민일보 | 2002.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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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6시. 사고소식을 듣고 전가화 목사님이 달려오셨습니다. 중환자실에 들어오셔서 엉망이 돼버린 저와 함께 기도를 하신 후 밖으로 나오셨습니다. 목사님은 한 20분을 아무 말씀도 하지 않으신 채 앉아 계셨습니다. 사선을 넘는 고난을 겪으셨던 목사님께서도 이 기가 막힌 상황에 차마 엄마를 위로할 수도 지선이가 괜찮을 것이라고 말씀하시기도 어려우셨던 것 같습니다.
그러나 목사님께선 하나님의 말씀을 전하셨습니다. ‘이 때를 위한 믿음이라,이 사건을 위한 믿음이라’.
“10년이 넘게 하나님을 믿어온 우리에게 어떻게 이런 일이…하고 원망할 것이 아니라 그간의 신앙생활과 지금 가진 믿음이 이 어려운 때를 이겨나가기 위한 것입니다”
이 말씀을 들을 당시에는 상상하지도 못했던 어려움들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우리 가족은 그럴 때마다 이 말씀을 붙들고 기도했습니다. 하나님 말씀은 우리에게 위로가 되었고 힘이 되었으며 우리를 선한 길로 인도하셨습니다.
제가 교회를 처음 다니게 된 것은 초등학교 2학년 때였습니다. 친구가 전도를 해서 아파트 상가에 있는 교회를 다녔는데 가족 모두가 다니지 않는 상황에서 매주 열심히 나가기란 쉽지 않은 일이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가벼운 병인 줄로만 알고 입원하셨던 외할머니가 폐암말기라는 진단을 받게 됐습니다. 의사도 손쓸 수 없는 상황에서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으로 옆에서 간호하시던 이모할머니의 권유로 모든 가족들이 하나님께 매달렸습니다. 그렇게 시작된 믿음생활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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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는 많이 아주 많이 아팠습니다. 이미 병원에서도 포기한 상태로 퇴원을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러나 좋아졌다가 나빠졌다를 반복했지만 6개월이 최고라는 의사의 진단에도 불구하고 할머니는 2년을 우리와 함께 더 계셨습니다.
실로암…아주 오래된 찬양이지요. 제가 처음 들은 건 초등학교 3학년 때였습니다. 할머니는 실로암 찬양을 좋아하셨습니다. 그래서 많이 불렀었지요. 그리고 기도원에서 잘은 못치지만 할머니 앞에서 피아노를 치면서 이 찬양을 불러드렸던 기억이 납니다. 그날 정말 앙상하게 뼈밖에 안 남은 우리 할머니는 “우리 지선이 많이 예뻐졌네”라고 말씀하셨고 그것이 할머니와의 마지막 인사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다음날 할머니는 고단한 삶을 뒤로하고 정말 평안한 얼굴로 하나님 곁으로 가셨습니다. 그때는 다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어린 마음에 ‘왜 그렇게 기도했는데 하나님은 할머니를 데려가셨는지…’ 원망스러웠습니다.
그리고 아주 오랜만에 지난주 교회에서 이 찬양을 불렀습니다. 많이 울었습니다. 돌아가신 할머니 생각에 그리워서 흘린 눈물이 아니었습니다. 너무나 감사해서…너무나 감사해서 눈물이 줄줄 흘러 주체할 수 없을 만큼 많이 울었습니다. 할머니는 정말 많이 아팠지만 우리 가족 모두의 실로암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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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로암 그 연못에서 눈을 씻어 주님의 이름으로 소경이 눈을 떴던 것처럼 세상 가운데 하나님을 모르고 살던 우리 모두는 할머니의 고난을 통해 하나님을 알게 되었고 비로소 새로운 참 세상을 볼 수 있게 된 것입니다. 너무 아팠지만 우리 가족 모두에게 영원한 생명을 알려주고 떠난 할머니의 삶은 그 누구의 삶보다 귀한 것임을 압니다.
기도합니다. 부족한 저도,제 고난도 누군가에게 실로암이 되게 해달라고…. 소경의 눈을 뜨게 하는 그 귀한 하나님의 구원의 역사의 도구로…저도 어둠 가운데 있는 사람들에게 생명의 빛을 볼 수 있게 하는 주님의 실로암이 되게 해달라고 기도합니다.
정리=김병철기자
김상기 기자 kitti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