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보, 아이는 또 낳으면 돼.”
1987년 7월 4일 둘째를 낳고 정신을 차렸을 때 남편에게 들은 첫마디였다. 어떤 상황인지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분만촉진제를 5병이나 맞았는데도 아이가 나오지 않아 의료진이 펌프로 아이 머리를 잡아당겨 겨우 출산했다. 아이는 태어나자마자 응급실 인큐베이터로 옮겨졌다.
내 팔뚝만큼도 안 되는 아이가 눈에 들어왔다. 식도와 옆구리에 호스가 꽂혀 있었고 눈에는 붕대가 감겨 있었으며 온몸이 새카맸다. 뇌출혈이 발생해 식물인간 상태로 세상에 나온 아이는 생사를 장담할 수 없었다.
나도 모르게 하나님을 찾았다. 모든 게 내 잘못이라는 생각에 울음이 터졌다. “하나님 제가 잘못했습니다. 나를 위해 땀 흘리며 기도한 목사님을 무시했습니다. 진심으로 나를 걱정하며 도와주려고 한 성수 엄마를 문전박대했습니다.”
남편은 성수 엄마에게 연락해 도움을 요청했다. 성수 엄마는 목사님을 모시고 나를 찾아왔다. 목사님을 본 순간 무릎을 꿇고 우리 아들 좀 살려달라고 애원했다. 그때 목사님은 분명한 어조로 말씀하셨다. “자매님의 아들은 살 수 있습니다.”
누구도 그렇게 얘기하지 않았다. 다들 아이의 죽음을 염두에 두고 “아이는 또 낳으면 된다”고 했다. 병원에서조차 살아나더라도 뇌성마비 장애를 안게될 거라고 했다. 그러나 목사님은 달랐다. “예수님께선 죽은 나사로도 살리셨고 혈루병 여인도 고치신 분입니다. 그런 기적의 예수님을 믿으십시오.”
당시 그리스도인들이 내게 보여준 사랑은 너무나 컸다. 성수 엄마는 아들의 쾌유를 위해 전심으로 중보기도를 하겠다고 했다. 동네의 한 개척교회 목사님은 언제든 교회에 나와 기도를 하라며 열쇠 하나를 복사해줬다.
산후조리를 할 새도 없이 새벽마다 무릎기도를 드렸다. 새벽예배를 마치면 바로 아들에게 달려가 인사했다. 그렇게 며칠이 지났을까. 새벽기도를 드리던 중에 환한 빛을 봤다. 그 빛 가운데 예수님이 서 계셨다. 예수님은 “사랑하는 딸아”라며 나를 부르셨다. “사랑하는 딸아, 네 아들은 네 눈물의 기도로 말미암아 구원을 얻었노라.”
나는 찬양을 부르며 눈을 떴다. 온몸이 새털처럼 가벼워지는 것을 느꼈다. 내 아이도 나와 같은 기분일 거라고 확신했다. 가벼운 마음으로 아들을 보러갔다.
의료진이 나를 보자마자 “이 아기 어머니, 기적이 일어났다”며 소리치는 게 아닌가. 언제 어떻게 될지 몰랐던 내 아들에겐 이름도 없었다. 그저 ‘이 아기’로 불렸다. 이 아기가 발가락 손가락을 움직이기 시작한 것이다.
아들 종혁이는 태어난 지 3개월 만에 보리차 10㏄를 먹었다. 촉감이 살아나고 발을 까딱였고 소변을 봤다. 여느 아이들 같으면 첫 주에 해야 할 일들을 3개월이 돼서도 힘겹게 해냈다. 종혁이는 태어난 지 6개월 만에 퇴원했다.
종혁이를 품에 안고 가장 먼저 달려간 곳이 교회였다. 그리고 하나님께 다짐의 기도를 드렸다. “우리 아들을 기적같이 살려주신 하나님, 이제 저는 주님의 것입니다. 이 생명 다해 예수님을 전하겠습니다.”
정리=노희경 기자 hkroh@kmib.co.kr
[역경의 열매] 송순복 <4> “네 아들은 네 눈물의 기도로 구원을 얻었노라”
새벽기도 중 예수님 음성 들어… 식물인간 아들에 회생의 기적 일어나
![[역경의 열매] 송순복 <4> “네 아들은 네 눈물의 기도로 구원을 얻었노라” 기사의 사진](http://image.kmib.co.kr/online_image/2017/0504/201705040001_23110923741004_1.jpg)
지난해 5월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아들 이종혁씨 부부와 함께한 송순복 대표(왼쪽). 태어나자마자 생사의 갈림길에 섰던 이씨는 비즈니스 선교사의 비전을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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