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증

[역경의 열매] 송순복 <7> 투자 확대 와중에 날벼락같은 암 진단

열려라 에바다 2017. 5. 9. 11:55

국민일보

[역경의 열매] 송순복 <7> 투자 확대 와중에 날벼락같은 암 진단

‘환난 중 즐거워하라’ 말씀 새기며 이겨내… 외환위기 왔지만 사업에 기적 일어나

 
[역경의 열매] 송순복 <7> 투자 확대 와중에 날벼락같은 암 진단 기사의 사진
송순복 대표(왼쪽)가 해외 선교지에서 한 여성을 붙잡고 기도하고 있다. 그는 암투병을 통해 긍휼한 마음을 갖게 됐다고 고백했다.
1996년 4월은 싱크대 관련 비품들을 취급하는 하나산업 유통회사를 설립해 사업의 규모를 확장해가던 때였다. 백조싱크 대리점을 운영하며 차곡차곡 모아온 ‘4번 배가 재테크(투자 준비금)’ 통장으로 싱크대 상판 및 비품들을 구입해 유통회사 창고를 꽉 채웠다. ‘세계선교 기업’이라는 비전에 걸맞게 더 많은 이슬람 지역에 교회를 세울 생각으로 투자를 감행한 것이다.

그렇게 신바람 나게 일하고 있는데 지인들은 오히려 내 안색을 걱정하기 시작했다. 수원 성빈센트병원에서 건강검진을 했고 유방암 2기 진단을 받았다. 둘째 아들을 힘들게 낳고 산후조리를 제대로 못해 고생한 것 외에는 크게 아파본 적이 없어 체력에는 자신이 있다고 생각했는데 도저히 믿기지 않았다.

10시간이 넘는 대수술 후 항암제와 방사선 치료 등으로 너무 힘든 시간을 보냈다. 머리카락은 다 빠졌고 몸무게도 18㎏이나 줄었다. 지독한 구토에 시달리다 흉측한 몰골을 마주한 순간 그대로 바닥에 누워 숨만 헐떡이며 서럽게 외쳤다. “하나님, 저 좀 천국 데려가 주세요.”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이런 내 마음과는 전혀 다른 기도가 흘러나오는 게 아닌가. “주여, 나로 하여금 예수님의 고통을 알게 하소서.” 그러면서 골고다 길을 올라가시며 채찍질 당하시는 예수님의 모습이 그려졌다.

“다만 이뿐 아니라 우리가 환난 중에도 즐거워하나니 이는 환난은 인내를, 인내는 연단을, 연단은 소망을 이루는 줄 앎이로다. 소망이 우리를 부끄럽게 하지 아니함은 우리에게 주신 성령으로 말미암아 하나님의 사랑이 우리 마음에 부은 바 됨이니.”(롬 5:3∼5)

그동안 나는 참을 수 없는 고통에 ‘환난 중에도 즐거워하라’는 말씀을 잊고 살았던 것이다. 비록 병과 고통은 하루아침에 사라지지는 않겠지만 오늘 나는 아픈 몸에 집중할 것인지, 언젠가 나을 것이라는 소망에 집중할 것인지를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힘이 생겼다. 당연히 나의 선택은 후자였고 이전과는 다른 나를 발견하게 됐다.

2년 가까이 항암제 치료를 마치고 일선에 복귀했다. 투병 직전 사업 규모를 키울 생각으로 자재들을 구입해 창고에 가득 쌓아놓은 것들이 그대로 남아 있었다. 십일조와 선교통장 외에 나머지 3개 통장의 잔액은 바닥이었다. 남들처럼 마케팅비로 돈을 쓸 수는 없는 상황. 게다가 당시는 IMF 외환위기까지 겹쳐 곳곳에서 한숨만 터져나왔다.

나는 전화번호부를 뒤져 거래처가 될 만한 곳들에 일일이 편지를 써 보냈다. 상황이 암울할수록 내겐 선명하게 다가오는 로마서 말씀이 있었다. “환난 중에도 즐거워하나니 이는 환난은 인내를, 인내는 연단을, 연단은 소망을 이루는 줄 앎이로다.”

IMF로 인해 싱크대 관련 자재들을 충분히 공급 받을 수 없게 된 거래처들이 내 편지를 받고 쉴 새 없이 전화하기 시작했다. 그 어렵다는 IMF 시절 우리의 거래처는 100곳을 돌파했고, 제품들은 날개 돋친 듯 팔렸다. 하나님은 우리 기업에 기적을 베푸셨다.

사람은 당장 내일을 바라보고 안 되면 실망한다. 그러나 하나님은 수십 년 후, 영원을 예비하고 일하신다. 지금 각자 처한 상황이 막막한가. 훗날 복의 근원이 될 수 있도록 하나님께서 그에 맞는 사람으로 준비시키기 위한 고난의 훈련 과정을 지나고 있음을 깨달았으면 한다.

정리=노희경 기자 hkr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