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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경의 열매] 김종식 <5> 너무 고됐던 첫 교회 건축… 어금니 4개나 빠져

열려라 에바다 2017. 6. 23. 08:04

[역경의 열매] 김종식 <5> 너무 고됐던 첫 교회 건축… 어금니 4개나 빠져

직접 자재 사서 운반하며 3000달러 절약, 뇌혈관 검사하려다 신학교 건축헌금 내

 

[역경의 열매] 김종식 <5> 너무 고됐던 첫 교회 건축… 어금니 4개나 빠져 기사의 사진
두 번째 교회 건축을 마친 뒤, 아끼고 모은 3000 달러를 프놈펜장로교신학교 건축헌금으로 전달했다. 캄보디아 장로교독립노회장 김항철 선교사, 신학대 김재규 총장, 김종식 선교사(왼쪽부터).

나는 한 마을 한 교회(One Church, one Village) 전략으로 복음이 전해진 마을에 맞게 예배당을 건축한다. 교회 이름 앞에는 마을이름이 붙어 있다. 뚜올살라 마을과 스떵쯔러우 마을 그리고 뚠래찌윗 마을 3곳에 그리스도열매교회가 있다. 그중에서 2곳은 직접 자재를 사서 나르고 마을사람들과 함께 건축했다. 교회 건축에는 유독 고난과 역경이 많았다.

2011년 8월 첫 교회에 이어서 2015년 3월에 두 번째 건축을 마쳤을 때였다. 두 곳 모두 함께 일했던 메찌응(십장)이 “이 정도 규모면 3000달러를 벌었어야 하는데 선교사가 자재를 일일이 사주는 바람에 그만큼 벌지 못했다”고 했다. 정말이지 공사를 마쳤을 땐 딱 그만큼이 남았다. 큰 부자가 된 기분이었다.

첫 교회 건축 때는 매일 비가 오는 우기에 건축자재를 사서 날랐다. 마을까지 2시간씩 왕복 4시간을 비에 젖은 진창길을 다녀야 해서 아찔할 정도로 위험한 적이 많았다. 육체적으로 힘들어 그랬겠지만 하루아침에 어금니 4대가 빠졌다. 밥을 물에 말아 삼키면서 건축을 마쳤다.

두 번째 건축 때 완공을 며칠 남겨두고 혈압이 급상승하더니 한쪽 눈에 사물이 둘로 보였다. 구토에 머리가 어지러웠다. 뜨거운 날씨 탓에 일시적인 현상으로 여겼으나 의사들은 위험한 상태라고 했다. 발견된 고혈압도 문제지만 여러 가지 이상증세가 나타나서 뇌혈관 조영검사를 해야 한다고 했다. 두 달 전에 유사한 증상으로 쓰러진 선교사가 있었단다. 이곳엔 장비가 없으니 빨리 한국으로 가라고 강권했다. 환자보다 의사들이 더 난리였다.

왕복항공료에 MRI 비용을 더해보니 대략 3000달러가 나왔다. 모든 것을 후원에 의지해오던 선교사에겐 큰 부담이었기에 하나님께 감사드렸다. 이렇게 연약한 부분을 드러나게 하시고 필요한 금액을 예비해주셨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감사기도를 드릴 때 마음 안에 음성이 들렸다. “그 돈으로 무엇을 할 거니.” 하나님 다 아시면서 왜 여쭤볼까. “병원 가려 합니다.” 그렇게 말씀드릴 때 프놈펜장로교신학교가 떠올랐다. 당시 나는 사역자 두 명을 신학교에 보내고 있었다. 한 명은 월요일에 학교를 가서 금요일에야 마을로 돌아온다. 교실 한 칸을 기숙사로 사용할 만큼 셋방살이 학교는 비좁아 빚을 내어 건축을 하고 있었다. 학교와 교수 선교사들에게 늘 빚진 마음이어서 일찌감치 건축헌금을 한 적이 있었다. 그런데 또 다시 하나님은 병원가려는 비용을 건축헌금으로 드리라는 마음을 주신다.

이럴 때 어떻게 해야 하나. 그냥 순종하면 된다. 어차피 나이 많고 중고품인 내 몸은 하나님이 다 아신다. 그동안 여러 번 고쳐주셨기에 이번에도 고쳐주실 줄 믿고 아내와 함께 학교를 찾아가 3000 달러를 헌금으로 드렸다. 이 후 이야기지만 한국 강남성심병원에서 MRI를 찍을 수 있게 됐고 결과는 멀쩡했다. 머릿속 혈관들이 밧줄 굵기로 보일만큼 크게 찍은 사진을 처음 봤다. 막힌 곳 하나 없이 깨끗하단다. 모두 하나님이 하셨다.

이 글을 연재하게 된 국민일보에는 역경의 열매가 있는데 달리 표현하면 순종의 열매 아닐까. 역경 앞에 우리가 무엇을 할 수 있겠나. 오직 순종으로 그 폭풍을 받아 넘길 때 믿음의 뿌리는 깊어지고 그 열매는 달고 향기가 있으며, 그 씨앗은 꿈을 품고 있어서 어디든 버려지기만 해도 자라서 복음의 열매를 맺는다. 코람데오!

“가서 열매 맺어라.” (요 15:16)

정리=최영경 기자 ykcho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