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교화소에서 매주 6일 동안 오전 8시부터 오후 6시까지 노동을 했다. 노동을 안 하던 사람이 농사나 땅 파기, 돌 나르기, 석탄가루 만들기 등등의 중노동을 했다. 아침·저녁으로는 현미밥, 국, 나물 몇 가지가 나왔고, 점심은 밥 대신 강냉이국수 같은 간단한 식사가 나왔다. 겨울철에는 나물 대신 짠지 한두 개 정도였다.
노동을 하는 동안 육체가 쇠약해지니 영적인 에너지도 고갈되는 듯했다. 몸도 아팠지만 영혼은 더 아팠다. ‘여기서 살아남으려면 하나님의 전신 갑주를 입어야 한다.’ 땅을 파는 동안 에베소서 6장 13∼17절을 암송했다. 그리고 하나님의 전신 갑주를 입는 상상을 했다. 진리의 허리띠와 의의 호심경, 구원의 투구, 믿음의 방패가 나를 감싸는 것을 상상하고 느끼려 했다. 일하면서 더 자주 찬송가를 불렀다. 그러면 기분이 좋아지고 시간이 빨리 지나갔다. 찬양에 흠뻑 빠질 땐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 날씨는 무덥고, 등은 욱신거리고 무릎은 쑤셨지만 내 영혼은 하나님의 임재 안에서 기쁨을 누렸다.
찬송가 438장 ‘내 영혼이 은총 입어’를 불렀다. ‘정말로 주 예수님이 동행하시면 그 어디나 하늘나라 아니겠습니까.’ 3절에 ‘초막이나 궁궐이나 주 예수님 계신 곳이 그 어디나 하늘나라’라는 가사가 나온다. ‘초막이나 궁궐이나’ 대신에 ‘감옥이나 병원이나 내 주 예수 모신 곳이 그 어디나 하늘나라’라고 바꿔 불렀다. 주님이 나와 함께 한다고 약속하셨고, 그곳에 주님의 임재가 가득한 것이 느껴졌을 때 더 이상 불안하고 힘들지 않았다. 한 간수가 소리를 질렀다. “103번 당신은 죄수인데도 행복하나. 그만하지 못해.” 사람들이 나를 감시하고 지키고 있지만 밖에는 천군천사가 나를 위해 포진하고 있는 것 같은 안도감이 들었다.
내게 15년형을 구형한 검사가 두 달 후 찾아와 “이러다가는 7∼8년 후에도 못 나갈 것 같다. 왜 너희 정부에서는 반응이 없느냐”고 했다. 그 말을 들으면서 내가 북·미 협상카드로 잡혀 있다는 걸 알게 됐다.
억류 기간 동안 처음에는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나를 위해 기도하고 있는지 알지 못했다. 재판이 열린 다음날 여동생은 CNN의 ‘앤더슨 쿠퍼 360도’에 처음 출연해 “양국의 지도자들에게 부탁합니다. 오빠를 단지 양국 싸움의 한복판에 갇힌 가엾은 희생자로 봐주세요. 오빠는 세 아이의 아버지입니다. 어서 집으로 보내주세요”라고 호소했다.
나를 위해 목소리를 높인 사람은 여동생뿐만 아니었다. 온 가족이 나의 귀환을 위한 풀뿌리 운동을 시작했다 아들 조나단은 ‘Change. org’에 나의 석방을 북한에 요청하는 탄원서를 올렸다. 그 탄원서에 총 17만 7552명이 서명했다.
북한에 억류됐다가 풀려난 미국의 여기자 유나 리와 로라 링은 북한에 구금됐던 넉달 반 동안 편지가 큰 힘이 됐다는 사실을 떠올리며 ‘케네스 배에게 편지를’이란 캠페인을 벌였다. 수십만 명이 나를 위해, 북한을 위해 기도했었다는 것 자체가 경이로웠다. 물론 나는 고국에서 그런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지 전혀 몰랐다.
2013년 8월 3일, 체중이 20㎏이 빠져서 그런지 많이 어지러웠다. 군의관은 영양실조와 과로로 병원 치료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는지 나를 병원으로 이송시켰다. 병원에선 다행히 환자로 대우해 줬다.
정리=이지현 선임기자 jeehl@kmib.co.kr
[역경의 열매] 케네스 배 <11> 노동하며 찬송… 간수 “죄수가 행복한가” 겁박
영적 에너지 고갈 막으려 성경도 암송… 영양실조·과로로 20㎏ 빠져 병원 이송
![[역경의 열매] 케네스 배 <11> 노동하며 찬송… 간수 “죄수가 행복한가” 겁박 기사의 사진](http://image.kmib.co.kr/online_image/2017/0802/201708020005_23110923791827_1.jpg)
케네스 배 선교사 재판(2013년 4월 30일)이 열린 다음날, 여동생 테리 정이 CNN ‘앤더슨 쿠퍼 360도’에 출연해 오빠의 석방을 호소하고 있다. CNN 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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