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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경의 열매] 케네스 배 <10> “反공화국 쿠데타 계획, 15년 형 선고한다”

열려라 에바다 2017. 8. 1. 07:57

[역경의 열매] 케네스 배 <10> “反공화국 쿠데타 계획, 15년 형 선고한다”

예심기간 기도·성경 읽기로 보내… 교회 학생들 응원 메시지에 힘 내

 

[역경의 열매] 케네스 배 <10> “反공화국 쿠데타 계획, 15년 형 선고한다” 기사의 사진
2013년 4월 30일 북한에서 15년 노동교화형을 선고받고 강제노동교화소에서 노동을 하고 있는 케네스 배 선교사. 서빙라이프 제공

2013년 2월 12일, 북한이 핵실험에 성공하면서 나의 소망은 산산이 부서졌다. 북한의 세 번째 핵실험이었다. 유엔은 북한의 핵실험을 비난하면서 많은 제재를 가했다. 뉴스에선 미국과의 전쟁이 임박한 것처럼 보도했고 사람들은 그렇게 믿는 것 같았다

매일 똑같은 질문을 퍼부었고 협박을 하는 심문으로 심신이 지쳐갔다. 어느 날은 잠자다 어떤 손이 내 목을 조이는 것같이 느껴졌다. 숨쉬기가 힘들었다. 누군가 나를 깔고 앉은 것처럼 일어날 수도 없었다. 고통스러워 숨을 헐떡였다가 한참 만에 눈을 떴다. “예수님” 힘껏 소리를 질렀다. 그러자 나를 억누르던 힘이 스르르 없어졌다.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명하노니 더럽고 사악한 영아 나가라.” 그 순간 방안에 가득했던 압제와 영적 전쟁의 기운이 가시고 하나님의 평강이 가득 찼다.

예심 기간 동안 규칙적인 생활, 검사가 방에 없을 땐 영어와 한국어로 번갈아 찬송을 불렀다. 예배와 기도, 성경읽기, 운동을 세 시간씩 했다. 방의 너비는 5m. 그 방을 나중엔 하루에 500번씩 나중엔 1000번을 왕복하고, 팔 굽혀 펴기와 여타 체조를 병행했다. 이런 규칙적인 생활이 사방에서 가해 오는 압박을 견뎌내는 데 큰 도움이 됐다. 하지만 압박의 강도가 점점 심해 참기 힘든 지경에 이르곤 했다.

3월 말, 리철 검사가 말했다. “당신이 재판을 받아야 다른 사람들도 우리의 법을 우습게 여기지 않을 거야. 당신을 재판하지 않으면 붙잡혀도 기껏해야 추방될 뿐이란 안일한 생각에 선교사들이 우리나라로 몰려올 거야. 그래서 당신을 본보기로 삼기로 이미 결정된 거야.”

스웨덴 대사는 가족의 편지를 소포 몇 개와 함께 전해줬다. 가족들의 편지 무더기 속에 들어 보지 못한 이름이 보였다. 내 선교사역에 재정적 도움을 줬던 한 교회 학생들이 응원의 메시지를 모아서 보내온 것이다. “하나님은 목사님을 잊지 않으셨어요. 지금 하나님이 목사님을 밤낮으로 지켜보고 계세요.” 아이들의 응원 메시지를 읽으니 내 영이 급속도로 재충전됐다.

4월 30일. 재판은 한 시간 반가량 소요됐다. 아내가 법정에서 입으라고 보내준 양복을 입었다. 몸이 10㎏ 이상 빠져 아이가 아버지의 옷을 입은 모양새였다. 판사는 법정에 앉았고 양쪽에 두 명의 판사가 더 앉았다. 두 판사는 재판이 법대로 진행되는지 감시하기 위해 참석한 것이다. 검사가 공소장을 읽으면서 재판이 시작됐다.

“미국인 범죄자 배준호를 국가범죄로 기소한다. 구체적으로 다음과 같이 기소한다. YWAM 선교 조직에서 일하고 미국과 남조선교회에 공화국 정부를 비난하는 설교를 했다. 이스라엘 군대에 의해 파괴된 성경 속 도시 이름을 딴 여리고 작전이라는 반 공화국 종교 쿠데타를 계획했다. 15년 노동교화형을 선고한다.”

결국 북한은 자기들의 정부를 전복시키려 했다는 죄목으로 15년의 형량을 선고했다. 5월 14일 노동교화소에 입소했다. 그곳은 단층 건물 하나와 5층짜리 건물 하나가 있는 것이 전부였다. 건물 옆에 언덕까지 드넓은 밭이 펼쳐져 있었다. 103번이란 수감번호가 붙여진 죄수복을 입었다. 소장은 “탈출할 생각은 꿈에도 하지 말라. 탈출하면 무조건 총살”이라고 했다.

죄수는 나 혼자밖에 없었다. 외국인들이 머무는 교화시설은 그리 크지는 않지만 방이 9개 정도에 사무실과 샤워시설이 있는 정도였다. 방에는 침대, 화장실이 딸려 있고 TV도 있었다.

정리=이지현 선임기자 jeeh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