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증

[역경의 열매] 케네스 배 <14> 각국서 “함께 기도합니다” 편지 300여통… 큰 위로

열려라 에바다 2017. 8. 7. 07:44

[역경의 열매] 케네스 배 <14> 각국서 “함께 기도합니다” 편지 300여통… 큰 위로

‘내가 너희의 사로잡힘을 돌이킬 때에…’ 스바냐서 읽은 닷새 뒤 마침내 석방

 

[역경의 열매] 케네스 배 <14> 각국서 “함께 기도합니다” 편지 300여통… 큰 위로 기사의 사진
2014년 11월 8일 북한 억류 735일 만에 석방된 케네스 배 선교사의 사면식 장면. 서빙라이프 제공

“아무도 당신을 신경 쓰지 않아. 아무도 당신을 기억하지 않아. 당신은 집에 돌아갈 수 없어.” 나를 심문했던 검사는 늘 희망을 꺾는 말을 했다. 마음을 잡기 위해 전 세계에서 날아온 300통 이상의 편지를 읽기 시작했다. 사람들이 보낸 편지에 적힌 “당신은 잊히지 않았습니다” “우리가 기도합니다” “함께 합니다” “함께 서있습니다”란 말이 큰 위로가 됐다. 나는 거울을 보면서 ‘너는 선교사라는 사실을 잊지 마라. 수많은 사람들이 함께 기도하고 있으니 부정적인 말에 용기를 잃을 게 아니라 주님의 음성과 기도하는 사람들의 목소리를 들어야 한다’고 독백했다.

기도하고 편지를 읽을수록 하나님의 음성이 더 또렷하게 들렸다. 시련을 얼마나 더 견뎌야 할지는 알 수 없었지만 하나님이 주시는 힘으로 이겨낼 수 있다는 자신감을 회복했다. 너무도 많은 사람이 나를 위해 기도하고 있었다.

2014년 11월 3일 월요일 아침. 새벽 6시에 눈을 떴다. 정신이 맑았다. 그때 나를 향해 말씀하시는 하나님의 음성이 들렸다. “네 성경책을 펴서 스바냐 3장 20절을 보라.”

“내가 그 때에 너희를 이끌고 그 때에 너희를 모을지라 내가 너희 목전에서 너희의 사로잡힘을 돌이킬 때에 너희에게 천하만민 가운데서 명성과 칭찬을 얻게 하리라 여호와의 말이니라.” 영혼 깊은 곳에서 하나님의 음성이 느껴졌다. “자 때가 됐다. 이제 내가 너를 집으로 데려갈 것이다.”

나흘 뒤 7일 금요일 밤 9시. 내게 늘 부정적인 말을 했던 검사가 찾아왔다. 그렇게 늦은 시간에 온 건 처음이었다. “내일 아침 다시 인터뷰를 할거야. 이번엔 미국에 도움을 호소하는 게 아니라 공화국 정부가 잘 대해 준 것에 감사하고 당신이 저지른 짓에 대해 다시 한 번 사죄하는 자리야. 아마 이것이 당신이 집에 가기 전에 마지막으로 하는 일일거야.”

나를 태운 차는 고려호텔에 멈췄다. 2층 회의실로 갔다. 내 앞에 나타난 사람은 군복을 완벽히 갖춰 입은 노동교화소 소장이었다. 소장이 내게 다가와 한 말은 평생 잊지 못할 것이다. “103번, 이 소식을 전하게 돼 기쁘기 그지없소. 경애하는 최고 사령관 김정은 원수님의 배려로 인해 특별사면을 받게 됐어.”

그 말을 듣는 순간 날아갈 것만 같았다. 무려 2년을 기다려 온 말이었다. 잠시 후 북한 대표단이 회의실로 들어와 커다란 책상에 앉았다. 몇 분 뒤 8명의 미국인이 들어왔다. 사절단 대표는 장관급에 해당되는 국가정보국 국장 제임스 클래퍼였다. 이어 대장이 회의실로 들어왔다. 나중에 그가 국가안전보위부장 김원홍이란 것을 알게 됐다. 그는 김정은의 고모부인 장성택의 사형을 주도한 실권자였다. 그는 양피지처럼 보이는 문서를 펼쳐들고 김정은 최고사령관의 명령서를 읽었다.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최고사령관의 명령으로 미국인 범죄자 배준호를 특별사면 한다….” 나는 죄수복을 벗고 공식적으로 미국 사절단에게 인도됐다. 비행기가 이륙하자 한 여성이 내게 몸은 괜찮은지 물었다.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 한반도담당 보좌관 앨리슨 후커였다. 비행기는 평양을 떠난 지 21시간 만에 워싱턴주 시애틀 인근의 루이스맥코드 합동 기지에 착륙했다. 비행기에 내리자 어머니가 나를 향해 걸어오는 게 보였다. 나는 한 걸음에 달려가 어머니를 꼭 껴안았다. 뒤에 여동생이 달려왔다. 가족들을 만나면서 마침내 내가 자유인이라는 것을 실감했다.

정리=이지현 선임기자 jeeh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