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번 느끼는 것이지만 아이티 북부 카라콜에 있는 아이티직업학교를 갈 때마다 가슴이 뛴다. 300여명이 재학 중인 이 학교는 컴퓨터 등을 가르치는 데, 첫 졸업생 15명 중 2명이 한국계 의류제조사인 세아상역에 취업했다.
2010년 대지진으로 국토 대부분이 초토화됐던 이땅에 나는 희망의 씨앗을 심고 있다. 아이티가 최빈국에서 벗어나는 유일한 길은 교육밖에 없다. 내가 크리스천이 된 것도, 아이티 전력의 35%를 책임지는 ESD(Enterprise Specialized in Development)를 세울 수 있었던 것도 결국 교육의 힘이었기 때문이다.
나는 1976년 11월 경기도 파주에서 태어났다. 붉은 밭이라 불리던 동네에서 태어났는데, 4살까지 거기에서 살았다. 2년 뒤 남동생이 태어났다. 동네에서 뛰어다니고 산에 올라가 놀던 기억이 훤하다. 한번은 산에 올라갔다가 버려진 짚신을 집에 들고 왔다. “아버지, 산에서 짚신을 주웠어요.” “산에 웬 짚신이 있었을까. 아니, 이건 죽은 사람 장사지낸 짚신이잖아. 아이고 재수 없어라. 빨리 버리지 못해!” 죽은 사람의 짚신을 들고 갔으니 집안에선 난리가 났다.
집안이 가난했기 때문에 10번 이상 이사를 했던 기억이 난다. 아버지는 봉제회사 미싱기사였고 어머니는 아버지가 일했던 봉제회사 생산직원으로 잠깐 근무했다. 파주에 있던 아버지는 남양주에 있던 어머니를 찾아가 구애했다고 한다.
1945년 ‘해방둥이’인 아버지는 5형제 중 장남이었는데, 무교였다. 54년생인 어머니는 불교쪽에 가까웠는데 고생을 많이 한 분이 아니었지만 아버지를 만나 많은 고생을 했다. 아버지는 집안일을 등한시 했다. 약간 과시욕이 있었는데, 그 시절 가부장적인 가장의 전형적인 모습이 아니였던가 싶다. “아들아, 못살더라도 겉옷은 좋은 것을 입어야 한다. 싸구려 옷은 얼마 못 간다.” 옆에 있던 어머니가 거들었다. “아이고, 옷 살 돈이나 주면서 그런 이야기 하세요. 아빠 말 그만 듣고 어서 들어가 공부나 해라.”
아버지는 경제형편이 나아지지 않자 1987년 도미니카공화국의 봉제공장을 찾아 훌쩍 떠났다. 국내에서 활황이었던 봉제산업이 점점 해외로 진출하던 시기다.
아버지는 어찌된 영문인지 3개월 만에 현지에서 직장을 잃으셨다. 그리고 소식이 끊겼다. 어머니는 생활전선에 뛰어들었고 생활이 팍팍했는지 예전과 달리 많이 예민해지셨다. 아버지는 3년 뒤 연락이 됐고, 그때부턴 매달 1000달러씩 보내주셨다. 어머니가 서울 중랑교 근처 외환은행에서 환전을 했던 기억이 있다.
어렸을 때 이사를 많이 했기 때문에 초등학교 때만 해도 4번 전학을 했다. 처음에는 경기도 남양주 양정초등학교를 다니다가 1년 뒤 미금초등학교로 옮겼다. 서울 우이동에 있던 초등학교로 갔다가 다시 미금초로 돌아왔다.
내가 복음을 접한 것은 남양주 동화중학교에 진학하면서부터다. 미션스쿨이었는데, 월요일 첫시간 과목이 성경이었다. 학교에선 교회 주보를 꼭 가져오라고 했다. 미금교회라는 곳에 가서 주보를 가져왔다. 성적은 늘 상위권이었다. 생업에 찌든 어머니는 내 성적표를 받을 때마다 매우 흡족해 하셨다.
교회생활에 재미를 붙인 것은 남양주 사릉에 있는 진건교회에 다니면서부터다. 지하 1층에 있는 교회였는데, 내가 살던 도농에서 사릉의 교회로 가려면 165-3번 버스를 타고 가야 했다.
정리=백상현 기자 100sh@kmib.co.kr, 사진=강민석 선임기자
약력=△1976년 경기도 파주 출생 △1993년 도미니카공화국 이민 △미국 뉴욕시립대 회계학과 중퇴 △도미니카공화국 ESD 사장 △한국교회봉사단 아이티직업학교 이사장
[역경의 열매] 최상민 <1> 가난한 미싱사 아들이 아이티 최대 발전운영사 일궈
미션스쿨 진학하며 처음으로 복음 접해… 교육의 힘 믿기에 아이티직업학교 세워
![[역경의 열매] 최상민 <1> 가난한 미싱사 아들이 아이티 최대 발전운영사 일궈 기사의 사진](http://image.kmib.co.kr/online_image/2017/0809/201708090000_23110923795467_1.jpg)
최근 한국을 방문한 최상민 ESD 사장이 서울 송파구의 한 호텔에서 아이티직업학교의 현황을 설명하고 있다. 강민석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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