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11월 8일, 억류된 지 735일 만에 마침내 북한을 떠났다. 북한 억류에서 풀려난 직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나는 북한에서의 억류 기간을 ‘놀라운 2년’이라고 표현했다. 왜냐하면 2년여 동안 하나님의 임재와 은혜를 경험했고 북한에 대한 하나님의 마음을 느낄 수 있었기 때문이다. 탕자를 기다리는 하나님의 애통하는 마음이었다. 나는 잠시 갇혀있었지만 북한 주민들은 자유가 없는 세상에서 평생 갇혀서 살아야 한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너무 아팠다.
집으로 돌아온 후 가족들과 시간을 보내고 여행을 하면서 ‘목자가 양을 버려둔 것 같은’ 안타까운 마음이 계속됐다. 그것은 2년여 동안 나를 담당했던 북한 분들이 생각났기 때문이다. “다시 꼭 만납시다”며 눈물 글썽였던 그들의 모습을 보면서 ‘아, 하나님이 하셨구나’란 생각을 했다.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일까’를 고민했다. 탈북민들을 섬기고 돌보는 일들을 해야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하나님께서 주신 마음이었다. 미국에 북한을 위한 NGO를, 한국에는 커뮤니티센터를 만들려고 추진하다가 2016년 3월부터 ‘서빙라이프’라는 북한 인권 구호단체의 공동대표를 맡게 됐다. 서빙라이프는 2006년 한국계 미국인 선교사인 서승원 대표에 의해 설립됐으며, 창립 이후 북한 동포들의 인권 신장과 북한이탈주민의 국내 정착을 돕고 있다.
이번 여름에는 제주도 열방대학에서 탈북민들, 남한 청년들, 디아스포라 한인(재외교포) 등 200명 정도가 함께하는 ‘느헤미야 영어캠프’를 열 예정이다. 이외에도 탈북민들에게 가장 필요한 직업 문제, 학업 문제 등을 돕는 일도 하고 있다. 또 탈북민 자녀 가운데 고아가 된 아이들을 돌보는 ‘소망의 집’이라는 보육원 사역을 중국에서 펼치고 있다. 현재 6명의 아이들이 그곳에서 양육받고 있다. 이밖에 다음세대와 통일을 준비하기 위한 ‘통일선교학교’도 진행할 예정이다. 탈북민과 통일 관심자, 영어권 사람들이 함께 참여하는 ‘느헤미야 기도회’는 이미 시작됐다.
통일되면 가장 먼저 평양에 가서 살고 싶다. 평양에 가서 느헤미야가 훼파된 곳에 다시 영적인 성벽들을 일으켜 세운 것처럼 북한 땅에 영적인 성벽들과 가정, 학교를 세우고 싶다. 그러기 위해선 많은 일들이 필요할 것이다. 남한의 모든 사람들이 그곳을 다시 세우는 일에 함께하길 원한다.
내가 억류에서 풀려날 수 있었던 것은 많은 사람들의 기도와 관심 때문이었다. 2400만명의 북한주민들을 위해 더 많은 분들이 함께 기도하길 소망한다. 이제 인터넷상에서 ‘북한 동포를 위한 100만 기도 서명 운동’을 시작하려고 한다. 5개 국어로 된 웹사이트를 만들어 전 세계에 흩어져 북한을 위해 기도하는 사람들과 연대해 기도하는 ‘기도의 플랫폼’을 만들려고 한다.
용광로에 들어갔던 것 같았던 북한에서의 2년여 시간은 주님과 사막에서 동행했던 기간이었다. 내가 그곳에서 배운 교훈은 그저 하나님을 신뢰하기만 하면 된다는 것이다. 내가 세상에서 잊혀졌다고 생각된 날도 있었지만 하나님은 한 번도 나를 잊으신 적이 없었다. 나선의 보초가 내게 던졌던 물음이 여전히 내 귓가에서 윙윙거리고 있다.
“이 예수라는 사람은 어디에 사나. 중국인가, 아니면 조선인가.”
우리는 그들을 기억하고 그들을 위해 기도해야 한다. 주님은 그들도 잊지 않고 돌아오기만을 기다리고 계신다.
정리=이지현 선임기자 jeehl@kmib.co.kr
[역경의 열매] 케네스 배 <15·끝> 북한 향한 주님 마음은 탕자 기다리는 애통함일 것
석방 후 北 인권 신장·탈북민 지원 나서… 더 많은 분들이 北 위해 기도하길 소망
![[역경의 열매] 케네스 배 <15·끝> 북한 향한 주님 마음은 탕자 기다리는 애통함일 것 기사의 사진](http://image.kmib.co.kr/online_image/2017/0808/201708080000_23110923794673_1.jpg)
지난 6월 5일 ‘주의 길을 예비하라 콘퍼런스’에서 북한을 위해 기도하고 있는 케네스 배 선교사. 서빙라이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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