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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경의 열매] 최상민 <8> 발전용 엔진 폭발… “왜 이런 시련을” 눈물의 기도

열려라 에바다 2017. 8. 18. 19:06

[역경의 열매] 최상민 <8> 발전용 엔진 폭발… “왜 이런 시련을” 눈물의 기도

“사재를 다 털어서라도…” 복구 약속, 신뢰 회복하고 4대 설치 제안받아

 
[역경의 열매] 최상민 <8> 발전용 엔진 폭발… “왜 이런 시련을” 눈물의 기도 기사의 사진
2016년 가이아나 발전소를 찾은 최상민 ESD 사장(왼쪽). 발전소는 제작 결함으로 2006년 7월 폭발 사고가 났다.
“최 사장, 발전기가 멈췄어요.” “알겠습니다. 곧바로 달려가겠습니다.” 내가 달려가면 무슨 일이 있어도 고객과 약속한 시간 안에 발전기를 재가동시켰다. “신기하네. 우리 기술자도 못하는 작업을 어떻게 그렇게 잘해요?” “한국의 기술력은 세계 어디에 내놔도 우수합니다.”

발전기를 수리해 달라는 요청 앞에 ‘노(NO)’는 없었다. 성실하게 영업하다 보니 도미니카공화국 발전사업자들의 눈도장을 받게 됐다.

2006년 7월의 일이다. 베네수엘라 옆에 있는 중남미 국가인 가이아나 발전소에서 급하게 연락이 왔다. “최 사장, 현대중공업 관계자와 함께 빨리 이쪽으로 오시오.” 비행기를 타고 달려갔다. 외관상 보더라도 엔진 폭발이었다. 부품이 처참하게 여기저기 흩어져 있었다. “오, 주님. 어쩌다 이런 일이….”

가이아나 발전소 현지 직원들의 얼굴이 붉게 상기돼 있었다. “최 사장, 이게 도대체 무슨 일입니까. 발전기 정비 작업을 어떻게 했길래 이렇게 대형 사고가 발생합니까. 당장 책임지고 복구하시오!” “알겠습니다. 최대한 이른 시일 내에 엔진을 복구하겠습니다. 사재를 다 털어서라도 하루속히 전력을 생산하도록 하겠습니다.” 아무리 봐도 우리 쪽 실수가 분명해 보였다. 발전소 오너를 찾아갔다.

“회장님, 죄송합니다. 저희 쪽 실수가 맞습니다. 저희 직원들이 발전기 정비 작업 직후에 발생한 사고이니 저희가 책임지겠습니다. 다만 한 가지 부탁이 있습니다. 제가 당장은 새 발전기를 설치할 만한 여력이 되지 않습니다. 저한테 엔진을 1대 더 사주시면 거기서 나온 이윤을 보태서 엔진을 새로 설치해 드리겠습니다.” 마침 발전기 1대를 증설할 계획이었던 발전소 입장에선 그리 나쁘지 않은 조건이었다. “오호, 그래요. 한번 생각해 봅시다.”

눈물이 핑 돌았다. 그동안의 노력이 물거품이 되는 듯했다. 벌어들인 돈을 모두 쏟아부어도 부족한 상황이었다. 이러다 회사가 망하겠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엔진을 붙잡고 기도를 시작했다. “주님, 저에게 왜 이런 시련을 주시나요. 주님.” 땀인지 눈물인지 모를 뜨거운 액체가 얼굴을 타고 흘러내렸다.

한참 기도를 하는데 희한하게도 파손된 엔진 블럭 내에 ‘빅엔베어링 캡’ 부분을 한번 열어보라는 감동이 있었다. 캡 본체를 열었는데 베어링을 잡아주는 볼트에 홈이 파여 있었다. 엔진 결함이었다. 발전소 관계자들에게 잠시 자리를 비켜 달라고 하고 동행한 현대중공업 엔지니어를 조용히 불렀다. “이것 좀 보세요. 홈이 파여 있습니다. 제작 결함입니다.” “어, 정말 그러네요.” “발전소에는 제가 잘못한 것으로 할 테니 현대중공업에서 리콜을 해주세요. 회사의 이미지가 나빠져선 안 됩니다.” “그렇게 합시다.”

만약 그때 엔진 리콜을 하지 않았다면 현대중공업이 전 세계에 판매한 엔진에 심각한 문제가 발생해 큰 피해를 입었을 것이다. 시제품과 같았던 엔진의 결함을 조속히 발견한 덕택에 현대중공업도 막대한 피해를 사전에 막을 수 있었다. “오, 하나님 감사합니다.” 사업의 큰 위기를 그렇게 넘겼다.

며칠 후 도미니카공화국 푼타카나-마카오 에너지 컨소시엄(CEPM)에서 연락이 왔다. “최 사장, 엔진 4대를 설치하려고 하는데 혹시 가능하겠소?” “저에게 일감을 맡겨 주십시오. 요구하는 금액과 기간 내에 엔진을 설치할 인력이 있습니다. 제가 언제 한 번이라도 약속을 어긴 적이 있습니까.” “오케이, 성실한 당신에게 일감을 주겠소.” 그렇게 덜컥 발전용 엔진 설치 프로젝트를 따냈다. 그러나 기쁨도 잠시, 또 다른 시련이 다가오고 있었다.

정리=백상현 기자 100s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