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이 ‘한국에는 자랑스러운 성직자가 있습니까’라고 묻는다면 나는 ‘김정하 목사님이 있다’고 말하겠습니다.”
탤런트 차인표씨가 TV에 나를 초대해 이렇게 말해줬을 때 고맙고 민망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나는 자랑할 게 없는 사람이다.
“나의 나 된 것은 다 하나님의 은혜”라는 바울 사도의 고백이 내게도 다르지 않다는 게 나의 생각이기 때문이다.
하나님을 알기 전에 나는 소위 무신론자였다. 누가 교회가자고 하면 “내 주먹을 믿어라”고 지껄였다. 직장생활을 같이한 선배가 어느 날 전도사가 돼 나타나 “예수님을 믿으니 얼마나 좋은지 모르겠다. 쌀이 떨어지면 다른 사람을 시켜서 우리 집 문 앞에 쌀을 놓고 가게 하신다. 너도 예수님을 믿어봐라”고 말했다. 그때도 나는 콧방귀를 뀌며 “그렇게 좋으면 당신이나 실컷 믿으세요” 하고 빈정댔다.
돌아보니 그때부터 꼭 10년간 세상에서 밑바닥을 전전했다. 끝내 거지가 돼서야 ‘40년 광야생활’을 끝내고 하나님께 돌아왔다. 그 뒤 신학교에 편입했을 때는 어린 급우들이 ‘큰형님’이라고 부를 만큼 늦은 나이에 목회자의 길에 들어섰다. 그렇게 미련했다. 그럼에도 무일푼으로 샬롬교회를 개척하게 하셨다. 하나님의 은혜요 기적이었다.
어린 시절 부모님이 이혼해 나는 조부모 슬하에서 자랐다. 중학교를 졸업하고 가출했다. 가방공장, 청바지공장, 양말공장 등을 전전했다. 해보지 않은 일이 없을 만큼 많은 경험을 했다. 나의 광야는 그렇게 파란만장했다. 만약 주님이 나를 이끌어주시지 않았다면 틀림없이 패륜아나 알코올 중독자가 됐을 것이다. 술과 담배에 찌들어 부모를 탓하고 세상을 원망하며 살다가 쓰러졌을 것이다. 그 사실을 잘 알기에 하나님께 감사하지 않을 수 없다.
무엇보다 감사한 것은 내 속에 심어두신 하나님의 마음, 즉 한 영혼을 향한 사랑의 마음이다. 이 마음이 하도 간절해 ‘전도’하는 일에 내 삶을 드릴 수밖에 없었다.
구호단체인 컴패션을 알게 되면서 한 번도 만나지 못한 지구촌의 아이들까지 품을 수 있었다. 구두를 닦아서라도 그 아이들의 희망을 키워주고 싶었던 까닭도 하나님이 주신 그 마음 덕분이었다.
현재 루게릭병으로 겨우 검지 하나만 움직일 수 있다. 다른 사람의 도움 없이는 잠시도 살 수 없는 사람이다. 그럼에도 변하지 않는 것 하나는 내 안에 여전히 바다처럼 출렁이는 그 마음, 곧 한 영혼을 위한 하나님의 사랑이다.
놀랍게도 그 마음만 가졌을 뿐인데 하나님께선 보잘것없는 나를 통해 수많은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고 그들이 하나님께로 돌아오도록 만드신다. 이 기적 같은 이야기를 여러 사람과 나누며 하나님을 자랑하고 싶었다.
“그런즉 너희가 먹든지 마시든지 무엇을 하든지 다 하나님의 영광을 위하여 하라”(고전 10:31).정리=유영대 기자 ydyoo@kmib.co.kr
◇약력 △1959년 강원도 삼척 출생 △방송통신대학교 중어중문과, 서울장신대학교 신학과 및 신학대학원 졸업 △2006년 경기도 성남 샬롬교회 개척 △2010년 10월 루게릭병 발병 △국민추천 대통령훈장 표창 △‘지금 행복합니다’(청우) 펴냄
[역경의 열매] 김정하 목사 <1> “내 주먹 믿어라”… 10대에 가출 ‘40년 광야 생활’
뒤늦게 신학교 편입해 목회자 길… 무일푼 불구 하나님 은혜로 교회 개척
![[역경의 열매] 김정하 목사 <1> “내 주먹 믿어라”… 10대에 가출 ‘40년 광야 생활’ 기사의 사진](http://image.kmib.co.kr/online_image/2017/1016/201710160001_23110923830492_1.jpg)
루게릭병 진단을 받은 2010년 크리스마스이브에 경기도 성남 샬롬교회에서 지인들과 함께했다. 왼쪽부터 서정인 한국컴패션 대표, 필자, 아내 최미희씨, 탤런트 차인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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