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국제통화기금) 사태’로 내 생활기반도 흔들렸다. 급기야 도시생활을 정리하고 낙향했다. 강원도 삼척. 그곳에 조부님이 물려주신 땅이 조금 있었다. 가족과 함께 그곳에서 어떻게든 다시 일어나겠다는 기대감으로 내려갔다. 그러나 고향은 어릴 적 인심 좋은 사람들이 옹기종기 모여 살던 그런 곳이 아니었다.
외지 사람들이 대부분의 상권을 거머쥐고 있었다. 고향 사람들은 휴가철에 집을 고쳐서라도 민박을 받으려 치열하게 경쟁했다. 뭘 하고 먹고살까. 압박감이 밀려왔다. 이때 섬기던 교회의 한 장로님으로부터 제안 하나를 받았다.
“김 집사님, 카페를 열면 좋을 것 같아요. 안정된 생활을 하면서 장로님으로 교회를 섬기면 어떠신지요. 제가 기도할게요.”
장로님의 제안은 달콤했다.
‘그래. 나도 안정된 생활을 하면서 교회를 잘 섬기는 장로가 돼야겠다.’ 그렇게 생각한 뒤 곧장 실행에 옮겼다. 카페 공사를 하기로 한 날, 포크레인 기사를 기다리는데 예상치 않은 일이 생겼다. 기사가 그날 오전 다른 곳에서 일하다 고압선을 건드리는 바람에 그 자리에서 사망하는 사고가 일어난 것이다. ‘하나님께서 막으시는구나.’ 순간 그런 생각이 스쳤다.
공사를 중단했고 자연석으로 석축을 쌓기로 계획을 틀었다. 석축 공사가 시작돼 거의 마무리되던 날 아침, 이번엔 아랫집에 사는 할머니가 헐레벌떡 달려와 “큰일 났다”고 소리를 쳐댔다.
알고 보니 쌓아 올린 축대의 아랫돌들이 빠져나와 구른 바람에 자칫하면 할머니의 아들이 큰일을 당할 뻔했다. 게다가 다른 돌들이 밭으로 굴렀고 항의를 받느라 온종일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냈다.
‘아, 하나님이 이 일을 원치 않으시는구나’ 하는 확신이 들었다. 결국 카페 문 여는 일을 멈췄다. 공사비용만 쏟아부은 셈이었다.
그 일을 겪으면서 하나님의 뜻이 무언지 구하기 시작했다. 고민이 깊어질 무렵, 하나님이 이끈 곳이 있었다. 강원도의 한 신학원(강원동성서신학원)이었다. 누군가의 추천을 받아 입학했는데, 그때까지만 해도 성경을 많이 알아야 전도할 때 유익할 것이라고 단순하게 생각했다. 신학원을 졸업할 즈음, 이번엔 신학교 편입학 권유를 받았다.
이제는 신중해질 수밖에 없었다. 신학교에 입학한다는 것은 지금까지 내가 살아온 길과 전혀 다른 길을 가야 한다는 의미였다.
아내와 함께 “주님, 우리가 이 길을 가야 합니까” 하고 기도했다. 만약에 이 길이 하나님께서 원하시는 길이라면 표징을 보여 달라고 간구했다.
이때부터 신비한 일들이 일어났다. 부탁을 받고 설교하려 하는데 준비한 가방을 가져오지 않아 다른 목사님께 강단을 넘겨주는 꿈을 꾸거나 고향에 교회를 세우는 꿈도 꾸었다. 아내는 더 고약한 기도를 드렸는데 신학교에 입학서류를 준비해 보내던 날 “주님, 이 길이 우리가 가야 할 길이라면 이 서류가 어디론가 사라지게 해주시고, 그럼에도 편입시험을 치르게 하시고, 그 시험을 치른 학교에서 공부하게 해주십시오. 그리하시면 순종하겠습니다”라고 기도했다. 그런데 이 짓궂은 기도를 하나님께서 모두 받아주셔서 서류가 사라진 일이 생겼다. 사본을 준비해 무난히 시험을 치렀고, 그 학교에서 공부하고 졸업까지 했다.
정리=유영대 기자 ydyoo@kmib.co.kr
[역경의 열매] 김정하 <3> 카페 축대가 와르르… 신학교로 방향 바꾸는 계기 돼
생계 위해 오픈하려던 카페 공사 중단… 이 경험으로 하나님 뜻 먼저 구하게 돼
![[역경의 열매] 김정하 <3> 카페 축대가 와르르… 신학교로 방향 바꾸는 계기 돼 기사의 사진](http://image.kmib.co.kr/online_image/2017/1018/201710180036_23110923831522_1.jpg)
카페 공사장의 무너진 축대 모습. 하나님께서는 카페를 열어 돈을 벌려던 계획을 여러 징후를 통해 멈추게 하시고 목회의 길로 들어서게 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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