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림교회를 민방위 교육 장소로 빌려 주실 수 있겠습니까. 이만한 장소가 없습니다.” 김제량 구청장의 말을 듣는 순간 하나님께서 기회를 주셨다는 확신이 들었다. 곧바로 기획위원회를 열었다.
“예상대로 강남에 대도시가 형성되고 있습니다. 강남구청에서 민방위 교육 장소로 빌려달라는 요청이 들어왔습니다. 이건 기회입니다.”
기획위원회에서 장소사용을 결정했다. 교회를 빌려주는 대신 강남구청에 한 가지 조건을 내걸었다. “저를 민방위 교육 강사로 채용해 주십시오. 특정 종교에 특혜를 줬다는 비판이 나올 수도 있습니다.”
구청은 난색을 표했지만 서울시장에게 이력서를 보내자 문제는 쉽게 해결됐다. 대전 공군교육기술단 군목, 공군사관학교 군종실장 경력과 소령으로 제대한 이력이 컸다.
1981년부터 민방위 교육이 시작됐다. 매달 3000여명의 젊은이들이 교회를 찾았다. 그들은 예배당 안에 들어오자마자 고개를 숙이고 잠을 청했다. 교회 화장실과 앞마당에는 담배꽁초가 수북하게 쌓였다.
“여러분의 가슴에는 100억원의 재산이 있습니다. 여러분 안에 그렇게 큰 가치가 있는데 왜 활용하지 않습니까. 제가 그 가치를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가르쳐 드리겠습니다.” 졸음을 겨우 참던 눈동자가 갑자기 초롱초롱해졌다.
“여러분 안에는 아직 쓰지 않고 남아 있는 무한한 가능성이 있습니다. 실패가 중요한 것은 아닙니다. 중요한 건 태도입니다. 절망하지 않는 태도, 다시 한 번 용기를 내고 일어서고자 하는 태도가 중요한 것입니다. 여러분이 용기를 내고자 한다면 그 무한한 가능성이 일어날 것입니다.”
이쯤 되자 졸다가 수첩을 꺼내 메모하는 이들이 보였다. 당시는 불가능해 보였던 교회 건축을 믿음으로 성취해 낸 감동이 절정으로 달아오르던 때였다. 말씀이 제 발로 내 안에서 걸어 나가는 것 같았다. 내 손과 발은 춤을 추듯이 파토스를 만들고 억양과 표정은 자유자재로 교육장 전체를 넘나드는 느낌이 들었다. 그들의 처한 자리에 같이 주저앉아 손을 일으키면서 설득하는 친구처럼 이야기했다. 군에서 썼던 정신교육과 수많은 예화를 잔칫상처럼 진설했다.
가치관이란 무엇인가, 인생관이란 무엇인가, 어떻게 해야 행복한 가정을 이룰 수 있는가, 절망을 딛고 성공에 이르는 길을 어떻게 찾아야 할 것인가. 강의 때마다 이런 주제들을 이어 나갔다.
이때 내가 썼던 강의 스타일은 문답법이었다. 질문을 던져 생각하게 하고, 나의 주장을 펼친 다음 검증된 예화를 제시했다. 그러고는 마지막에 이렇게 물었다. “여러분 인생이 고달프니 제가 마지막에 여러분을 위해 기도하면 어떻겠습니까.” 그렇게 기도하고 나서 “하나님은 당신을 사랑하십니다”라고 말하면 꼭 우는 사람들이 있었다. 교육이 끝났는데도 돌아가지 않는 사람들이 생겨났다. 교회 광장에 서 있는 사람, 빙글빙글 돌면서 뭔가 생각에 골똘히 잠겨 있는 사람이 많았다.
그중에는 승려나 신부도 있고 유명한 가수나 탤런트도 있었다. 민방위 교육은 광림교회의 폭발적인 성장을 이뤄냈다. 그해 민방위 교육에 왔던 젊은이 800명이 광림교회에 나왔고 가족까지 데리고 나오면서 그해 새신자 1600명이 등록했다. 그때 교육을 받았던 사람 중 장로가 2명 나왔다. 담터 사장인 장세근 장로와 CTS 회장인 감경철 장로다.
정리=백상현 기자 100sh@kmib.co.kr
[역경의 열매] 김선도 <31> 교회서 민방위 교육… 폭발적 성장 계기
구청서 장소 제공 요청에 허락 대신 직접 강사로 나서 젊은이들 사로잡아
1993년 서울 광림교회에서 개최된 전투경찰단 수련회에서 메시지를 전하는 김선도 원로목사. 80년대 교회부흥은 예배당에서 진행했던 민방위 교육이 큰 역할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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