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는 설교를 듣고 돌아가는 새신자를 그냥 보내지 않았다. 낯선 얼굴을 보면 주저 없이 다가가 전화번호를 물었다. 사람들은 전화번호를 흘리듯이 던지고 갔다. 아내는 그 번호를 외워서 어김없이 전화했다. “여보세요. 어제 광림교회를 방문하셨죠.” “아니, 어떻게 아셨어요.”
사실 아내에게는 남모르게 감춰 둔 비법이 있었다. 머릿속에 순간적으로 외웠다가 남이 보지 않는 곳에서 전화번호나 주소를 손바닥에 쓴 것이다. 아내는 새신자가 오면 어김없이 월요일 심방을 갔다. 며칠만 시간이 흘러도 새신자를 잃어버린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
“저, 광림교회에서 나왔습니다.” “아니, 어제 뵀던 사모님 아니세요.” “김창인 선생님과 가정예배를 드리고 싶어서 왔죠.” 새신자는 그 많은 사람이 있는 곳에서 자기 이름을 기억해 주고 전화번호와 주소까지 알아내 찾아왔다는 것에 감동했다.
아내는 얼굴 외우는 것에도 탁월한 은사가 있었다. 교회 입구에 서서 드나드는 수많은 사람 중에 있어야 할 얼굴이 있는지 없는지 정확히 구분해 냈다. 빠진 얼굴이 있으면 그 주에 바로 전화하거나 집으로 찾아갔다.
주원화 권사는 아내가 철저히 관리해 우리 교회에 정착한 대표적인 케이스다. 주 권사는 원래 독실한 불교 신자였다. 그런데 우연히 주일에 신사동 거리를 지나가다가 왠지 모르게 발걸음이 광림교회로 향했다고 했다. 교회에서 예배드리는데 편안함이 느껴졌다고 했다. 그러나 마음은 여전히 나그네였다. 한번 와본 교회일 뿐 나그네의 지친 몸을 누이고 하룻밤 쉬고 가는 주막 같은 곳이었다.
그 주막에 빽빽하게 모여 있는 수많은 사람 속에서 주원화라는 이름은 익명과 다름없었다. 그런데 그때 누군가가 이름을 물어 왔다. 아내였다. 그는 그게 고마웠다고 했다. 그렇게 이름과 주소를 가르쳐 주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온 어느 날, 전혀 예상치 못하게 사모가 집에 찾아온 것이다. 그러고는 두 손을 붙잡고 기도했다. 기도는 뜨겁고 간절했다.
그 따뜻한 손길 앞에서 주 권사의 마음이 녹았다.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훗날 주 권사는 이렇게 말했다. “왜 그렇게 눈물이 나는지, 왜 그렇게 가슴이 뜨거워지는지, 평생 느껴 보지 못한 감동이 찾아왔어요. 그동안 꽉꽉 눌러 왔던 서글픔이 쏟아져 나가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어요.”
그렇게 아내는 성도들의 생활 속으로 파고들어 갔다. 설교로 다가갈 수 없는 삶의 자리를 찾아가 기도해 주고 상담했다. 속회로 인도하면서 새신자들에게 교회에 대한 소속감과 안정감을 채워줬다.
성도에 대한 아내의 관심과 심방은 설교 메시지가 강단에 그치지 않고 현실로 흘러 들어가는 통로 역할을 했다. 설교가 사람들이 흘러 들어오게 하는 ‘물길’이었다면 아내의 심방과 관심은 흘러 들어온 물을 더 이상 흘러 나가지 않게 하는 ‘저수지’ 같았다.
신사동에 정착한 후 광림교회는 점진적으로 성장했다. 기도할 때마다 뭔지는 알 수 없었지만 밑도 끝도 없는 설렘과 기대감이 올라왔다. ‘지금까지의 목회가 그릇을 만드는 과정이었다면 하나님께서 그 그릇을 채우는 폭발적인 성장을 허락해 주실 것이다. 뭔가 기회가 올 것이다. 어떤 형태로든 하나님께서는 비약적인 성장의 기회를 허락해 주실 것이다.’
교회의 폭발적 성장은 뜻밖의 계기를 통해 이뤄졌다. 하루는 김제량 강남구청장이 나를 찾아왔다.
정리=백상현 기자 100sh@kmib.co.kr
[역경의 열매] 김선도 <30> 아내의 따뜻한 손길에 새신자들 마음 열어
이름·전화번호·주소 등 외워 꼭 심방… 내 설교와 함께 부흥 이끈 쌍두마차
서울 광림교회가 부흥한 데는 새신자와 예배결석자 관리에 철저했던 박관순 사모의 역할이 컸다. 사진은 1985년 교회에서 개최된 트리니티 성서연구지도자 세미나 참석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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