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간의 대화
[참부부가 되는 길, 척 갤라거, 심혜숙 역, 분도출판사, p.119-126]
좋은 남편과 좋은 아내란 어떤 사람을 두고 말하는가에 대하여 부부간에 논쟁을 벌일 수 있습니다. 이런 것은 부부간에 깊이 토의해 볼만한 주제입니다. 재미있는 좋은 부인은 어떤 사람이어야 한다는 명확한 상을 가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그러고 보면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날카롭게 우리는 서로를 보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물론 사람에 따라 좋은 남편, 좋은 아내의 상이 다를 수도 있습니다. 또한 지역별로 제주도 여성과 안동 여성의 그것이 다르듯 부산 여성과 충청도 여성의 상들이 다를 것입니다. 육십대나 사십대가 말하는 좋은 남편상과 이십대가 말하는 아내의 상은 그것과는 다를 것입니다.
또한 핵가족을 가진 사람과 대가족을 거느린 사람이 가지는 것도 다를 것입니다. 사람과 환경과 연령에 따라 그 상이
다를 것입니다. 현대인은 보수적이라고 표현할 지 모르나, 대부분의 부인은 믿음직스럽고 강건하면서도 자신감과 지도력을 지닌 남편을 바라며, 남편들은 따뜻하고 섬세한 마음씀과 아울러 밝은 성격을 가진 부인을 원합니다.
그 외에도 남편이라고 하면 먼저 의식주를 해결해 나가는 가장으로 생각합니다. 자녀들에게 교훈을 주며 자녀들을 데리고 함께 놀아 주기를 바랍니다.
또 고장난 수도꼭지를 고친다든가, 못질할 곳을 손보는 등 집 안팎의 수리도 해 주길 바랍니다. 한밤중에 집안에 이상한 소리가 들릴 때 먼저 일어나 가족을 보호해 주기를 바라고, 이웃과 어려운 문제가 야기될 때 솔선하여 해결하여 주길 바라며, 친절하면서 남의 일에 간섭하지 않고 필요할 때 협조하기를 바랍니다. 또한 사회에 참여하고, 전문분야의 지식을 넓히기 위해 관계서적을 공부하는 등으로 직장에서는 승진하기를 기대합니다.
반면에 우리는 가정주부라면 살림을 알뜰히 살 줄 알고 가사를 돌볼줄 아는 것을 기대합니다. 자녀들을 양육할 줄 알고, 자녀들의 교육에 대한 정보를 쉽게 인식하고, 집안을 아늑하게 꾸밀 줄 알며, 가족들을 항상 보살펴 주기를 바랍니다. 또한 이웃간에 부인으로 인하여 집안이 좋은 평판을 듣도록 지각있게 행동해 주기를 바라며, 남편이 하는 일에 아낌없는 내조를 하는 여자이기를 바랍니다.
우리는 남편들이 사업에 몰두하고 운동과 텔리비젼 등 취미생활에 정열을 쏟는 것을 허용합니다. 또한 부인들의 외출을 간섭하고 자녀들의 버릇을 고치며, 가정의 중대사를 결정하고 특히 부부 사이의 성생활에 있어서 적극적이며, 부인에게 일상의 지루함에서 해방시켜 주고 즐거움을 안겨 주는 남편이길 바랍니다.
우리는 역시 부인들이 집에서 전화에 대고 오랫동안 이야기를 한다든가, 남편의 사업이라든가 행동거지에 대하여 민감하며, 자녀들에게 사회생활을 가르치고, 교육에 온 정열을 다 쏟는 것을 허용합니다.
이상적인 남편과 부인으로서 지녀야 되는 자질에 대하여 우리는 끝없이 나열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것은 남편과 부인으로서 이행해야 될 의무라든가 활동에 대한 것이지, <부부>라는 두 사람의 관계에 대한 것이 아닙니다. 남편과 부인이 부부로서 자산들의 관계를 이야기하는 것이 부부의 주제입니다.
부부란 한마디로 말하여 한 남성과 한 여성이 서로 결속되어 완전한 일심동체를 이루는 가운데 상호간에 상대에게 없어서는 안되는 관계를 말합니다.
그렇지 않고서는 <부부>란 말의 의미를 가질 수가 없습니다. 부부 사이에 나누는 대화가 항상 자녀나 직장과사업, 혹 이웃과 세상사 돌아가는 것에만 치중하면, 결국 부부란 두 사람이 동업을 하면서 한방을 나눠 쓰는 마음 맞는 방짝에 불과해집니다. 사업이 돌아가는 상황이나 자녀들의 교육이라든가, 이웃과의 관계를 형성하고 조정하는 것은 구태여 결혼을 하지 않아도 할 수 있는 일입니다. 물론 부부가 함께 하면 쉬울지는 몰라도 이런 일을 하기 위해서 결혼이란 꼭 필요한 것은 아닙니다.
결혼 후 부부 사이에 가지는 결혼이라는 개념이 달라지는 데 문제가 있습니다.
처음 우리가 데이트할 때 우리는 두 사람이 함께 있기를 열망하였습니다. 우리는 두 사람이 몸만 함께 있기를 원한 것이 아니라, 온 마음을 다하여 함께 살기를 원했습니다. 그때는 결혼에 커다란 기대를 걸었습니다. 서로를 위하여 모든 것을 기꺼이 참으며 할 수 있는 만큼 함께 살기를 원했습니다.
해가 거듭할수록 우리는 그때의 그 원의를 잃어 가고 있습니다. "결혼 전에 생각한 것들은 모두 허황된 걸세. 일단 결혼을 하게 되면 산다는 것이 그렇게 간단하지 않아. 한 가정을 꾸려 가는게 작은 일은 아니거든. 아이들은 태어나고, 물가는 오르고, 사회는 자꾸 변하고"라고 말하면서 결혼 전에 꿈꾸던 이상대로 살아간다는것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남편과 부인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부부>관계입니다. 우리는 둘이서 부부로서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어떻게 된 일입니까? 뭘, 우리는 아직도 서로에 대한 애정은 있다고요? 부인은 남편에게, 남편은 부인에게 가장 중요한 사람인걸 잘 알고 있다고요? 그러나 얼마나 자주 <부부>로서 두 사람은 서로에 대하여 이야기를 나누며, 부부로서 일심 동체됨을 즐기고 있습니까?
우리가 <남편>이란 말을 책에서 본다면, 자동적으로 <결혼>이라는 말과 아울러 <아내>라는 말을 떠올립니다. 또한 아내라는 글을 보면, <결혼>과 <남편>이라는 말을 떠올립니다. 그러므로 남편과 아내라는 것은 결혼한 부부가 자신의 인격적 고유성을 말할 때 빠질 수 없는 경지입니다.
결혼한 남녀가 자신이 누구라고 말할때, <남편과 아내>라는 현실적인 경지를 떠나서는 자신이 누구라는 것이 설명될 수 없는 것입니다. 결혼 생활은 부부중심이어야 합니다. 결혼생활에서 부부 두 사람보다 더 중요한 일이란 있을 수 없습니다. 그러므로 남편과 아내 사이에 <우리>라는 말은 깊은 의미를 지닙니다. 결혼생활은 이 <우리>에 중점을 두어야 합니다.
우리는 일단 결혼을 하게 되면 남편과 아내로서 해야 될 역할에 치중합니다. 우리는 현재나 미래에 우리 생활에 대한 크고 작은 결정을 할 때 항상 상대방의 의견을 고려해야 됨을 깨닫습니다. 그러나 결혼이 생활 전체는 아니며, 생활하면 다른 숱한 면모를 갖춘 일들이 있고 결혼보다 더 중요한 일들이 숱하게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이러한 것에 우리의 결혼생활을 맞추려고 애쓰지, 생활의 이모저모를 결혼생활 안에 맞추어 가려 하지 않습니다. 결혼생활을 우선적으로 내세우면
이기적이라는 비판이라도 받을까 두려워합니다. 우리는 결혼생활 그자체보다 더 크고 더 중요한 야망과 포부를 가진 것 같은 착각에 빠집니다.
결혼생활이라는 정해진 삶의 형태에 제약받기를 싫어합니다. 마치 자신이 인류를 위해 크게 이바지할 수 있는 재능과 원대한 비전이라도 가진 것 같은 착각 속에, 결혼생활을 방해물 내지는 구속물처럼 생각합니다.
그러나 잠깐만 생각을 돌려 보십시오.
부부가 건전한 사회와 안정된 세계를 만들기 위하여 할 수 있는 가장 큰 공헌은 행복한 결혼생활을 이룩해 나가는 것입니다. 평화롭과 풍요로운 세상을 만드는데 부부가 이보다 더 큰 공헌은 할 수 없습니다.
우리는 사회의 저명인사가 되는 데서 삶의 의미와 충만을 찾으려 애쓸수도 있고, 분주히 사회활동에 참여하면서 자신의 시간과 정력을 소모 하면서도 텅 비고 공허한 마음으로 사회적 지위와 명성, 그리고 활동 이상의 그 무엇을 갈구하는 자신을 봅니다. 반면에 행복한 결혼생활을 하는 사람은 이러한 순간들이 충족됨을 봅니다.
행복한 결혼생활이란 과외의 일이거나 해도 되고 안해도 되는 부업 같은 것이 아닙니다.
행복한 결혼생활이란 우리 자신의 모든 것을 가지고 이룩하는 것입니다. 부부간에 가질 수 있는 가장 심원한 체험은 두
사람이 진정한 사랑 안에 하나가 될 때입니다. 이보다 더 크고 아름다운 야망은 없습니다.
잘못된 개념과 인식으로 인해 우리는 결혼생활을 소홀히 생각합니다.
남편과 아내가 외부의 요구에 모두 응할 필요가 없습니다. 오히려 부부 상호관계를 위하여 자신들이 가진 재능과 재질을 총동원해야 할 것입니다. 그렇게만 한다면 부부생활이라든가 부부관계가 다른 일로 인해 뒷전에 밀려나지 않고 항상 두사람 사이에 가장 중요한 과제로 대두될 것입니다. 부부들이 상호관계의 중요성을 첫째로 꼽지 않고 있는 마음 저변에는 두려움이 깔려 있기 때문입니다. "내가 이렇게 할 때 저이가 받아들이지 않으면 어떻게 하나?" 하는 무의식중의 자기방어 내지는 자신의 자존심이 상할까 두려워하는 마음이 있습니다. 그래서 서로 관계를 유지하기 위하여 친구 이야기, 자녀들에 관한 이야기, 취미 분야나 일에 대한 이야기로 일상생활의 화제를 채웁니다. 부부로서의 상호 인간적 관계를 직접적으로나누기보다는 오히려 가끔 가다 서로를 위해 기분에 맞는 작은 일을 하는 것으로 만족합니다.
더 말한다면 바쁜 일과 속에 묻혀 다른 활동에 대해서 이야기하기가 바쁘게 자신들이 가진 것 중에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잊어버리고 살아 갑니다. 이것은 마치 등잔 밑이 어두운 격입니다. 부부를 위한 최대한의 삶의 초대는 서로를 향하여 서로를 위한 것이 최상의 것입니다.
여기서부터 출발하여 부부의 관심은 자녀들에게로, 친지 이웃 그리고 세계를 향하여 나가야 합니다. 부부란 세상사를 자신들의 결혼생활 안으로 꿀어들이기 보다는 자신들의 일치된 관계를 세상을 향하여 내보내야 합니다. 인류 복지를 위한 불타는 박애정신도, 자녀교육도, 가족 부양도, 현모양처나 충실한 가장이 되는 것도 부부의 궁극목적이 될 수 없습니다. 부부상호간에 서로를 위하여 헌신하고 서로 안에 기쁨을 찾고 상대방을 위하여 어떤 모험도 감수하고 나를 내어주어 서로가 서
로를 위하여 존재하며 서로 안에 흡수되고 하나가 되는 것이 부부상호 관계의 최대 목적입니다.
* 그대 있기에, 죠셉 M.채플린, 성양경 역, 성서와 함께
* 결혼(청년)(아가씨), P.뒤프와예, 김창석 역, 성바오로출판사
* 늘푸른 결혼, 콜리건부부, 갤라거 신부, 메리지엔카운터 연구소 역,
분도출판사
* 부부관계(아내)(남편), P.뒤프와예, 이승우 역, 성바오로출판사
* 부부생활, P. 뒤프와예, 김창석 역, 성바오로출판사
* 부부화합의 예술, V.맛자, 박동옥 역, 성바오로출판사
* 삶의 윤리, 소병욱, 성바오로출판사
* 참부부가 되는 길, 척 갤라거, 심혜숙 역, 분도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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