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문이 있는 복음, 누가복음서
1. 저자
누가복음서는 저자의 이름은 말하지 않습니다. 그런데도 우리가 이 복음서를 누가복음이라 부르는 것은 어디에서부터 비롯된 것입니까? 분명한 유래는 찾기 힘들지만 가장 오래된 사본(P75) 끝부분에 누가복음(카타 누가)이라 나오며, 2세기 말부터 교회 기록들(무라토리안 정경과 말시온주의자에 대한 반박 서문, 이레니우스와 알렉산드리아의 클레멘트, 그리고 오리겐과 터툴리안의 저작)에 등장하기 때문이며 이것을 거부할 어떤 분명한 증거도 없기 때문입니다.
2. 장르
탈버트(C.H.Talbert)는 누가복음서가 전기 문학과 가장 유사하다고 말합니다. 그는 고대 헬라 서문에 나타난 7가지 요소들과 누가복음서를 비교해 연구하면서 이런 주장을 합니다-
1)앞선 저자의 부족함
2)주제
3)저자의 자격
4)작품의 구조
5)저술목적
6)저자의 이름
7)수신자
- 장르에 대한 탈버트의 주장은 어느 정도 받아들일 만 하지만 전적으로 수용할 수 없는 것은 누가복음서에는 전기문학과 다른 요소가 있으며, 서문에 누가복음서를 ‘이야기’로 분명하게 말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누가복음서를 연구하기 위해서는 본문이 말하는 대로 이야기로 연구하고 해석하는 것이 적절한 방법인 것입니다.
3. 서문이 말하는 내용
1) 누가복음서를 시작하는 첫 단어는 ‘에페이데페르'입니다.
우리 말 성경, 개정개역, 표준새번역, 200주년성서, 현대인의 성경들은 이 단어를 제대로 번역하지 않습니다. 단지 200주년 성경만이 “실로”라는 말을 넣어 번역합니다. 개정역은 이 문장에 약간의 여운을 주어 ‘지라’로 번역하지만 이 말이 어떤 의미인지는 파악하기 매우 어렵습니다. 하지만 이 단어가 누가복음서 첫 단어로 이렇게 시작되고 있다는 점을 생각하면, 좀 더 분명하고 적확한 번역이 필요합니다.
이 단어는 '에페이데' 와 '페르'의 합성어입니다. 그런데 “에페이데”는 “때문”이라는 의미의 '에페이'와 “지금부터”라는 뜻을 가진 '데'에서 유래하여 ‘지금부터’ 혹은 “~때문에”라는 의미를 지닙니다. 그래서 ‘~때문에’로 번역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렇게 번역하는 것은 이상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저술한 것이 누가복음서를 쓴 이유가 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나는 이 단어는 2절에 나오는 ‘카도스’와 병렬구조로 해서 번역하는 것을 제안합니다. “목격자들과 일꾼들이 전달한 ‘대로(카도스)’ 앞선 많은 저자들이 저술한 것처럼(에페이데페르) 누가는 저술하였다고 말하는 것입니다. ‘카도스’를 통해서 ‘목격자들과 일꾼들’과 연결선상에 있으며, ‘에페이데페르’를 통해서는 ‘앞선 많은 저자들’과 자기를 연결시키는 것입니다. 바로 이 점이 보통의 전기문학과 다른 점입니다. 왜냐하면 보통 전기문학은 앞선 저자의 부족함이 전기를 집필하는 이유가 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누가복음서는 오히려 자신을 앞선 저자들과 연장선상에 놓기 때문입니다.
2) 우리 안에 성취되었던 사건에 관한 이야기
“우리 안에 성취된 사건에 대한 이야기는 무엇인가?” 이것은 분명 예수를 통해 일어난 사건입니다. 그리고 이 말 속에는 누가복음서가 어떤 글인지를 보여주는 중요한 단어가 있습니다. 그것은 ‘디에게시스’입니다. 개역은 이 말을 ‘내력’이라고 번역합니다. 신약에서는 유일하게 이 단어는 여기만 나옵니다. 하지만 70인역에는 12회 나오는데 대부분 ‘이야기’로 번역합니다(참고. 삿7:15; 집회서6:35; 9:15; 27:11; 38:25). 그러므로 누가복음서는 앞선 저자들이 우리 안에서 성취되었던 사건에 대한 이야기를 적었던 것처럼 자신도 이야기를 적고 있다고 말하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누가복음서는 이야기이며, 이야기인 누가복음서는 이야기, 즉 서사(Narrative)로 읽어야 하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누가가 말하고자 하는 이야기 내용은 바로 “예수님을 통해 우리 안에서 이미 성취되었던 사건들”인 것입니다. 그러므로 누가복음서를 제대로 읽고자 하는 사람은 누가복음서를 통해 “우리 안에 이미 성취된 사건”이 무엇인지 주목해야 합니다.
3) 목격자인 자들과 말씀의 일꾼들이 우리에게 넘겨준 대로
누가복음서 이야기는 어느 날 갑자기 하늘에서 떨어진 것이 아닙니다. 이 안에는 처음부터 예수를 직접 경험한 목격자들과 말씀의 일꾼들이 넘겨준 전승이 있습니다. ‘넘겨주다(파라디오미)’는 단어는 바로 전승과정이 이 안에 있다는 것을 말합니다. 하지만 본 고는 누가복음서가 있기까지 있었던 전승과정에 대해 주목하기 보다는 전해 받은 대로 누가가 쓰려고 했던 것이 무엇이며, 그것을 통해 누가복음서가 말하고자 하는 바가 무엇인지에 주목하려 합니다. 하지만 전승과정에 대한 탐구가 최종단계의 누가복음서에 대한 의미를 이해하는데 도움을 줄 경우에는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습니다.
4) 나도(카고)
이 말은 ‘카이’와 ‘아고’ 가 결합되어 나를 강조하는 말로써, 이 말 속에는 글을 쓰는 자신이 글을 쓸 만한 자격이 앞선 많은 저자들처럼 있다는 것을 강조합니다. 2개의 부사, 위로(아노덴), 자세하게(아크리보스)를 가지고 누가는 자기의 자격 있음을 말합니다. 즉 그는 자신이 “위로부터” 혹은 “근원에서부터” 모든 것을 쫓았기 때문에 쓸 자격이 있다는 것입니다. ‘파라콜루데오’는 ‘파라’와 쫓다(아콜루데오)’가 결합된 단어로 “쫓다”는 의미입니다. 하지만 이 말은 글을 쓰고 있는 누가 자신도 한 사람의 쫓는 자, 제자이기에 자격이 있다는 것입니다.
5) 차례대로(카세크세스)
이 말을 근거로 누가복음서가 연대기적 적확성을 가지고 기술하였다고 말하기도 하지만 누가복음서 연대기에 대해서 많은 논의가 있는 것을 보면, 그렇게만 이해하는 것에는 다소 무리가 있을 수 있습니다. 이 말은 ‘시간의 순서’라기 보다는 ‘이야기의 순서’, 즉, 구성이 있는 이야기라는 의미를 말하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순서 없는 이야기가 아니라 분명한 구성을 가진 이야기라는 것을 밝히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누가복음서를 읽고 묵상하고 해석할 때, 한부분만 떼어 보기 보다는 누가복음서 전체에서의 위치 혹은 문단에서의 위치, 다른 문맥과의 관계들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는 것을 말하는 것으로 받아들이면 될 것입니다.
누가복음서 연재를 통해서 여러분과 만나게 되어 기쁩니다. 지면 관계상 서론에 대한 첫 번째 내용은 이 정도로 가름하고 서론의 두 번째 내용은 다음으로 넘기겠습니다. 앞으로의 제 글은 그동안 잘 언급되지 않은 내용들 중심으로 펼쳐 나가려 합니다.
이번 누가복음서 연재를 통해서 누가복음서의 성취된 사건들이 무엇인지를 분명히 알고 영적 확실함으로 나아가기를 소망합니다. 누가복음서 연구를 통해서 2021년 우리 삶이 조금이나마 성경중심의 삶으로 자리잡기를 조심스럽게 기대합니다.
임인호 / 서울신학대학, 호서대학교 연합신학대학원, 호서대학교대학원 신약학박사, 서울신대-호서대-중앙신학교 외래교수 역임, 동인교회 담임목사
출처ⓒ† : http://cafe.daum.net/cgsb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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