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고학으로 읽는 성서 및 성경 공부

가나안은 정말 젖과 꿀이 흐르는 땅이었을까

열려라 에바다 2023. 9. 7. 08:43

가나안은 정말 젖과 꿀이 흐르는 땅이었을까

성경은 가나안 땅을 가리켜 '아름답고 광대한 땅'(출 3:8), '젖과 꿀이 흐르는 땅'(출 3:17 ; 출 13:5 등), '모든 땅 중의 아름다운 곳'(겔 20:6, 15)으로 소개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른바 성지 순례를 다녀온 사람들이 "어떻게 이 땅을 젖과 꿀이 흐르는 땅이라고 할 수 있나"라며 의문을 제기한다고 합니다. 젖과 꿀이 흐르는 땅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나 메마르고 척박하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어떤 사람들은 '젖과 꿀이 흐르는 땅'이라는 표현이 외형적 묘사가 아니라 신앙고백이라고 해석합니다. 즉 자기 민족을 구원하시고 섭리하시며 사랑하시는 하나님이 계신 곳, 사막이든 광야든 바로 그 곳이 아름다운 땅이며 젖과 꿀이 흐르는 땅이라고 하는 것입니다.

또 혹자는 말하기를 가나안 땅을 보는 관점과 기준에 따라 평가가 달라진다고 합니다. 즉 출애굽하기 전 이스라엘 백성들이 살았던 애굽의 고센 땅에서 가나안 땅을 바라보면 가나안 땅은 인간이 겨우 생존할 수 있는 지역에 불과하지만, 가나안 땅을 둘러싸고 있는 광야에서 바라보면 젖과 꿀이 흐르는 풍요로운 땅이라고 하는 것입니다.

물론 사막이든 광야든 하나님이 계신 곳이 바로 아름다운 땅이며 젖과 꿀이 흐르는 땅입니다. 그리고, 고센에 비해 가나안은 그리 좋은 곳이 아닐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순례를 다녀온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가나안은 메마르고 척박한 땅이 결코 아니었습니다.

1. 당시의 가나안 지역은 지금의 이스라엘과는 조금 다릅니다.

By CIA (CIA World Fact Book),  via Wikimedia Commons

현재 이스라엘은 총 면적 20,770㎢1로, 이 가운데 약 60%가 네겝(Negeb)2지역입니다. 네겝는 이스라엘 남부에 있는 지방으로, 거의 전지역이 사막으로 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당시의 가나안은 네겝의 일부 지역만이 포함되었습니다.

가나안 지경에 대한 최초의 언급은 창세기 10장 19절3입니다.

"가나안의 경계는 시돈에서부터 그랄을 지나 가사까지와 소돔과 고모라와 아드마와 스보임을 지나 라사까지였더라"

위 구절에 의하면, 가나안의 북쪽 경계는 시돈이며, 남쪽 경계는 그랄까지4입니다. 시돈은 현재 레바논의 사이다(Saidar) 지역입니다. 민수기 34장에 보면 이스라엘이 차지할 가나안의 경계가 구체적으로 언급되어 있습니다.

이스라엘이 차지할 가나안의 경계는 에돔 곁에 접근한 신 광야에서부터, 하맛 어귀까지였습니다(민 13:21). 신 광야는 사해와 아카바 만 사이의 광활한 광야지대로서 오늘날의 네겝 지역입니다. 그러나 실제 경계는 동편으로 사해 끝에서 시작하여 서쪽으로 신5을 지나 가데스 바네아 남방에 이르고,6 여기서 하살아달과 아스몬 그리고 애굽 시내를 지나 지중해까지 이릅니다(민 34:3-5).7 '하맛 어귀'는 '하맛 입구'라는 뜻으로, 가나안 땅에서 하맛 왕국으로 들어가는 입구를 말합니다. 따라서 가나안 땅의 북방 경계는 하맛 어귀에 있는 르홉(민 13:21)과 스닷까지(민 34:8) 즉 오늘날의 레바논 남부 지역까지였으며, 남쪽으로는 네겝 북부 지역까지였습니다. 

2. 가나안은 비옥한 초승달 지대에 속했습니다.

근동의 대다수 지역이 메마르고 황량한 땅이었으나 가나안은 이른바 '초승달형 지대(the Fertile Crescent Zone)'8라고 불리는 비옥한 지대로, 요단 강이 흐르고 곳곳에 샘이 있어 비교적 비옥한 축에 속했습니다. 하지만 가나안이 초승달 지대 중심부가 아닌 변두리에 있으며 그 대부분의 땅들이 메마른 광야로 이루어져 있는데, 이런 땅을 어떻게 젖과 꿀이 흐르는 땅이라고 할 수 있냐고 반문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물론, 가나안은 비옥한 초승달 지역에서 가장 열악한 환경을 지녔습니다. 그러나 당시의 가나안이 대부분 메마른 광야로 이루어져 있지는 않았습니다. 이러한 생각은 오늘날 이스라엘의 영토와 출애굽 당시의 가나안 땅을 동일한 것으로 보기 때문 인 것 같습니다.


가나안은 지중해성 기후로, 여름은 고온건조하고 겨울은 온화하며 비가 많이 내립니다.9 강수량은 북부가 비교적 많은 편이나 남부지역은 대체로 부족한 편입니다. 북부지역(레바논 남부와 갈릴리)의 연평균 강수량은 800mm이상, 중부지역(사마리아)은 600-700mm, 남부지역(유다)은 300-600mm, 네겝 지역은 200mm이하입니다.10 현재 이스라엘의 연 강수량을 보면 농경이 불가능한 300mm이하의 지역이 전체의 약 58%이며, 그 중 25%는 100mm미만이라고 합니다만, 이는 대부분 유다 광야11와 네겝 지역에 해당합니다. 그런데, 네겝이라고 해서 농경이 전혀 불가능한 것은 아닙니다. 고대에는 네겝 일부지역에서 포도가 재배되기도 했습니다.12 뿐만 아니라 가나안은 기후의 특성 상 이슬이 많기 때문에 여름 건조기에도 아침, 저녁으로 수분을 공급해 농작물을 재배할 수 있게 합니다.13 따라서 가나안은 물이 풍부하지는 않았을지라도 밀과 보리 등의 곡물과 포도, 무화과, 석류, 감람(올리브) 등의 과실수14 소산지였습니다.15

가나안을 정탐했던 사람들도 가나안이 과연 젖과 꿀이 흐르는 땅이라고 했습니다(민 13:27). 그리고 그 증거로 에스골16 골짜기17에서 포도 한 송이와 석류 그리고 무화과를 가져왔습니다.18 에스골은 과일 농사에 적합한 곳으로, 건기에는 지표면에 물이 말라 버리지만 땅속에는 우기(10-4) 때 내린 비가 흡수되어 충분한 수분을 가지고 있습니다. 따라서 이곳은 무게가 4-5kg이나 나가는 포도송이(참조. 민 13:23)가 날 정도로 농사가 잘되던 곳이었으며, 석류와 무화과나무가 풍성할 정도로 각종 농산물에 적합한 곳이었습니다. 지금도 이곳은 가나안에서 가장 좋은 품질의 포도를 생산하는 곳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물론, 정탐꾼들이 이 곳만을 가지고 가나안이 젖과 꿀이 흐르는 땅이라고 말하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그러면, 몇 지역을 더 살펴보겠습니다.

① 아셀 해안19
갈멜산 남쪽 돌 해안에서 북쪽 베니게의 시돈까지 이르는 해안지방으로 땅이 기름지고 소산이 풍부하였습니다(창 49:20).

② 에스드라엘론 평야

갈멜산 기슭의 욕느암에서 동남쪽 엔간님에 이르는 32km를 밑변으로 하고, 엔간님에서 북쪽으로 28km 떨어진 현대의 텔 아다심을 정점으로 하는 삼각형의 대 평야입니다. 이 곳은 가나안에서 가장 비옥하며, 이스라엘 최대의 곡창지대를 형성하고 있습니다.

③ 샤론 평야

북부의 갈멜 산맥에서부터 욥바에 이르는 해안 평야로, 면적이 약 1,024㎢나 되는 좋은 목축지대였습니다(사 65:10).

④ 쉐펠라 구릉지대

블레셋 평야와 유다 고지 사이의 구릉지대로, 남북 길이 45km, 동서 너비 평균 16km입니다. 이 지대에는 대소 45개의 계곡이 있는데, 그 가운데 중요한 것은 아얄론 계곡, 소렉 계곡, 엘라 계곡입니다. 이 곳에는 감람나무, 무화과나무, 포도나무 등이 재배되었으며, 가축을 많이 사육하였습니다(대하 26:10).

⑤ 갈릴리

갈릴리는 비교적 강우량이 많은 지역으로 상부 갈릴리는 샘이 많고 삼림이 울창하였으며, 호수가 있는 하부 갈릴리는 토지가 비옥하고 물이 풍부하여 농업이 발달하였습니다.

⑥ 사마리아

해발 900m의 고지대로, 밀과 감람, 포도 등의 재배가 성하였으며, 목축지가 광대한 면적을 차지했습니다. 특히 중앙부 세겜 분수령 이남의 에브라임 산지는 좋은 농경지대였습니다.

⑦ 유다 산지

유다 고지는 포도 지배의 최적지(특히 헤브론)로, 에스골 골짜기가 이 지역에 있습니다. 그러나 유다 산지와 사해와의 사이에 펼쳐있는 유다 광야는 매우 건조하여, 나무가 자라지 못했습니다.

물론, 유다 광야나 네겝과 같은 황량한 지역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정탐꾼들은 모세의 명령에 따라 가나안 땅이 좋은지 나쁜지, 토지가 비옥한지 메마른지, 나무가 있는지 없는지(민 13:18-20)를 사십 일 동안 충분히 정탐했습니다(민 13:25).20 그 결과 가나안은 하나님이 약속하신 대로 '과연 젖과 꿀이 흐르는 땅'이라는 결론을 내렸던 것입니다. 만일 가나안이 오늘날의 이스라엘과 같이 메마르고 척박한 곳이었다면 그들 역시 성지 순례를 다녀온 사람들처럼 '어떻게 이런 땅을 젖과 꿀이 흐르는 땅이라고 할 수 있나'고 반문하며 불평했을 것입니다. 왜냐하면 그들은 눈에 보이는 대로 판단하며, 행동했던 사람들이기 때문입니다(참조. 출 15:22-24 ; 16:2, 3 ; 17:1-3 ; 민 13:31-33 etc.).

그러면, 믿음의 사람 여호수아와 갈렙이라면 어떠했을까요? 그들은 이렇게 얘기하지 않았을까요? '비록 그 땅이 비옥하지는 않지만 우리 민족을 구원하시고 사랑하시는 하나님이 계신 곳이기 때문에 아름다운 땅이며 젖과 꿀이 흐르는 땅입니다'. 하지만 여호수아와 갈렙은 이렇게 말합니다. '우리가 탐지하려고 두루 다녀 본 그 땅은 심히 아름다운 땅(exceedingl good land)21 입니다.'(민 1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