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상식

불리한 것과 불가능한 것은 다르다 - 살찌는 체질을 다스리는 법

열려라 에바다 2023. 10. 9. 10:22

새로운 정자와 난자를 만나게 하지 않는 한 타고난 성질을 완전히 바꿀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개선은 가능합니다. 한의학에는 양화기음성형(陽化氣陰成形)이라는 말이 있는데, 양기(陽氣)는 눈에 보이지 않는 기를 만들어 내고, 음기(陰氣)는 눈에 보이는 형질을 만들어낸다는 말입니다. 비만인의 몸속에는 양적인 기운보다 음적인 기운이 더 강하게 작용합니다.
 음과 양을 조절하는 능력을 회복하고, 그것을 균형 있게 맞춰 주는 것, 이것이 바로 한의학에서 비만을 치료하는 기본적인 원리입니다. 물론 사람마다의 체질적 특성을 충분히 고려하고 사람에게 맞는 방법을 찾죠. 똑같은 비만이라도 사람마다 치료법이 달라지는 것 또한 한의학이 갖는 특징이자 가장 큰 장점입니다.

 살이 찌는 현상은 대개 음기와 습기가 몸 안에서 크게 작용할 때 생깁니다. 우리 주변 환경이 그러할 때는 차갑고, 축축하고, 뭔가 더러운 오물도 많이 생겨납니다. 몸속에서도 비슷한 일이 일어나는데, 몸이 냉하고, 움츠러들고 몸 안에서 행해지는 모든 생리활동이 축 늘어집니다. 기와 혈이 경락(經絡)을 통해 활발히 순환하면서 온몸을 이롭게 해야 하건만 그럴 환경이 아닙니다. 물에 젖은 솜처럼 몸이 무겁게 느껴지고 찌뿌드드하며 쉽게 잘 붓습니다. 또한 몸속에는 담음(痰飮)이나 어혈(瘀血) 같은 노폐물이 생기기도 쉽죠. 몸이 무거우니까 행동이 느려지고, 움직임도 적어집니다. 이렇게 움직임이 적어지면 기혈의 순환은 더욱 안 되고, 군살은 점점 더붙어만 갑니다. 한마디로 몸이 식어버리고, 젖은 것입니다. 그러므로 살찌는 것을 방지하려면 우선, 몸 안에서 양기가 활발하게 발산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중요합니다.

 양기란 몸 안에서 햇볕과 같은 역할을 하는 기운인데, 축축하게 가라앉은 기운을 몰아내려면 몸을 따끈하게 데워 줘야 합니다. 따사로운 봄볕이 들면 사람들이 밖으로 나와 활발하게 움직이는 것처럼, 몸속에도 양기가 살아나면 모든 생리활동이 활발하게 진행됩니다. 즉 신진대사가 왕성해지죠.

 비만인 사람들은 우선 왜 양기가 기를 못 펴고 있는지 그 원인부터 잘 살펴봐야 합니다. 또 양기가 발산되도록 하려면 어떤 방법이 가장 좋을지에 대해 판단 내리는 것도 중요합니다.
 생명력을 움트게 하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은 따뜻한 햇살입니다. 얼었던 땅
을 녹이고 새싹을 돋우는 햇살이 없다면 아무리 땅이 물을 많이 머금고 있더라도 싹이 돋아날 수 없습니다. 따뜻한 햇살이 가장 절실합니다.

 한의학에서는 인체의 기능계통을 셋으로 나누어서 설명합니다. 사람의 몸을 식물에 빗대어 설명할 수 있습니다. 식물의 경우 뿌리, 줄기, 이파리가 있는데 뿌리는 땅에서 지기(地氣) 즉, 물과 양분을 빨아들이고, 이파리는 하늘에서 천기(天氣) 즉, 공기와 태양빛을 받아냅니다. 줄기는 그것을 수송하죠.
 사람의 몸에도 그와 같은 역할을 하는 세 가지 기능계통이 있습니다. 상초(上焦), 중초(中焦), 그리고 하초(下焦)라 불리는 삼초(三焦)가 바로 그것인데요.

 상초에는 심(心)과 폐(肺)가 있고, 중초에는 간(肝)과 비(脾)가 있고, 하초에는 두 개의 신(腎)이 있습니다. 한의학에서 말하는 간장, 심장, 비장, 폐장, 신장은 서양의학에서 말하는 해부학적 의미의 장기와는 다릅니다.
 폐는 천기(天氣)를 받아들이고 비는 지기(地氣), 즉 음식을 받아들여 정기를 만듭니다. 이 정기는 상초에 위치한 심과 폐로 보내져 기와 혈로 변하고, 심폐의 추진을 통해 온몸에 영양을 제공합니다. 신은 이 모든 일들이 일어나도록 하는 원천적인 양기를 제공하죠.
 이것이 바로 몸 안에서 일어나는 운동입니다. 이 운동이 활발하게 진행될 때는 필요한 에너지도 많아지지만 몸속 운동이 식으면 적게 먹어도 남는 일이 생깁니다. 그래서 군살과 지방살이 늘어나는 것이죠. 그동안 몸 안에 쌓였던 노폐물을 걷어내는 것, 몸 안의 양기를 북돋아주는 것, 막혀 있던 수로
를 터주는 것, 쌓여 있던 습기가 증발되도록 뚜껑을 여는 것, 정체되어 있던 기가 잘 통하도록 길을 여는 것, 이 모든 방법들이 비만 체질을 개선하는 데 동원될 수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그 우선순위와 작업의 강도가 아닐까요? 한의학은 삼초의 상태를 판단합니다. 어느 곳이 얼마나 그늘져 있고, 얼마나 식어 있는지, 그리고 그곳에 있는 음기와 습기를 어디로 어떻게 뿜어낼 것인가를 결정합니다.
 푹 젖어 있는 나무는 잘 타지 않습니다. 그러나 햇볕에 말리면 잘 타게 됩니다. 몸 안에 햇살을 비추면 음침한 기운은 사라지게 되죠. 그러면 몸속 운동이 활발하게 일어나고, 그에 필요한 땔감인 지방이 잘 타는 몸으로 변하게 됩니다. 군살은 이렇게 빠지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