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도인의 제사문화 갈등과 대처방안
1. 한국의 제사 문화
한국의 제사문화는 공자의 가르침을 신봉하는 유교(儒敎)의 형식과 제례를 전통적으로 이어 온 중국식 삶의 방식의 결과이다.
2. 제사 문화에 대한 타종교의 입장
불교는 이미 오래 전부터 유교의 제사 문화를 받아들이고 토속화 하였다. 천주교역시 미신적인 요소가 없는 한 조상들에게 감사하고 그들의 구원을 위해 기도하는 뜻으로 지내는 제사를 금하지 않고 있다.
3. 제사 문화에 대한 개신교의 입장
기독교는 제사를 귀신 숭배와 이방신에 대한 우상숭배로 이해 해왔다. 따라서 영혼이 천국가면 다시 제사드릴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고, 추도예배나 추도식으로 제사의식을 대신해 왔다. 문제는 한 가정 안에서 다른 방식의 조상 숭배를 주장하면서 최근까지 기독교 선교에 큰 걸림돌이자 딜레마로 남아있는 것이 제사문제이다.
가. 기독교가 수용할 수 없는 요소들
1) 기독교는 조상을 제사를 받을 수 있는 하나의 신으로 여기며, 신에게 제사하듯이 절하고 제사하는 것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본다. 우리의 예배를 받으실 분은 오직 한 하나님 뿐이시며, 그 외 어떤 존재라도 신적 위치에 올려놓는 것을 우상 숭배로 여긴다. (출 20:3-5)
2) 기독교는 조상의 신령이 복과 화를 내린다는 것을 받아들일 수 없다. 우리는 인간의 삶의 모든 것은 하나님의 섭리에 달렸다고 믿고 있기 때문이다. (사 45:5-7)
3) 기독교는 죽은 조상의 혼령과 교통하는 것을 받아들일 수 없다. 기독교는 살아 있는 인간이 하나님의 성령과 지시를 따르는 천사가 아닌 어떤 존재와도 영적 교류를 가질 수 없으며, 또 그것을 금하고 있다. (레 19:31, 20:27, 신 18:10-12)
4) 제사상에 차려진 음식은 귀신에게 들여진 음식이므로 먹지 않는다는 입장을 대부분 취하고 있다.
나. 기독교가 취할 수 있는 요소들
1) 부모에 대한 공경: 기독교는 하나님의 말씀을 따라, 부모를 공경하는 마음과 행위를 갖는다. 따라서 효(孝)의 윤리는 기독교의 가르침과 조화될 수 있다.
2) 세상을 떠난 조상에 대한 추모 : 문제는 이미 세상을 떠난 조상에 대한 공경인데, 기독교는 그들을 신령으로 여겨 제사할 수는 없지만, 하나님께서 그들을 통해 우리를 세상에 보내시고, 양육해 주신 것에 대하여 감사하고, 그들의 생전의 삶에 대하여 추모할 수 있다고 본다.
4. 제사 문화를 어떻게 다룰 것인가?
제사에는 조상을 기리고 감사하는 효의 개념과 가족 공동체 간의 유대를 강화하는 측면, 그리고 조상의 귀신이 찾아오고 지켜준다는 종교적 측면이 있다고 본다. 이 가운데 종교적 측면은 철저히 배제하더라도 앞선 두 가지 측면은 지혜롭게 접목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또 제사가 신앙에 위배되는 것을 알지만, 제사를 폐지할 결정권이 없어서 어쩔 수 없이 제사에 참여하는 경우에는 그리스도인은 좀 더 지혜롭게 대처하여야 한다. 가족들에게 조상의 귀신이 찾아오지 않는다는 점을 이해시키고, 효와 유대강화 측면을 지향할 수 있을 때까지 포용하고 기다리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그러한 입장에 처한 그리스도인들을 그렇지 않은 그리스도인들이 정죄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로마서 12장18절에는 “할 수 있거든 너희로서는 모든 사람으로 더불어 화평하라”고 말씀하고 있다. 따라서 제사 음식을 준비하거나 제사에 참여하는 문제에 대해서는 그리스도인들이 소극적으로 피하기보다는 좀 더 적극적인 사고방식을 가지고 대처할 필요가 있다.
제사 음식을 준비하는 것을 우상을 위한 제물을 준비하는 것으로 생각하지 말고, 부모님을 공경하는 마음의 표현으로 생각하면서 이 음식을 먹는 사람들이 모두 하나님을 믿게 해 주시기를 기도하는 마음으로 음식 준비를 하여야 한다. 또한 제사 의식에 참여는 하되 절은 하지 않을 것을 미리 가족들에게 전하고 다른 사람들이 절할 때 서서 기도를 하면 무난하리라 생각한다.
제사상 앞에서 절은 하지 않더라도 살아 계신 부모님을 마음으로부터 공경하여 섬기고, 가족간 우애를 위해 사랑으로 섬긴다면 믿지 않는 가족이나 친척들에게도 감동을 줄 것이다. 비록 가족 중에 일부가 예수님을 믿고도 여전히 제사를 지내며 절을 할지라도, 조급한 마음을 갖기보다는 시간을 갖고 신앙의 성숙을 기다리며, 자연스럽게 예배로 전환하는 것이 필요하다.
5. 제사음식을 그리스도인이 먹을 수 있나
제사 후 음식 먹는 문제에 대해서는 로마서 14:1-23, 고린도전서 8:1-13 및 10:23-33에 우상에게 드린 제물에 관한 말씀이 상세히 기록되어 있다.
내용을 요약하면, 제사상에 있던 음식이 우상에게 드렸던 것이라고 생각되어 마음에 걸림이 되면 본인의 양심을 위해 먹지 않는 것이 좋다. 그런 경우에는 제사상에 놓지 않았던 음식을 따로 내어 먹을 수도 있다.
그러나 제사상에 있었다 하더라도 조상신이 있는 것도 아니고, 제사 자체가 실제로는 영적으로 아무 의미가 없는 것이라 생각하여 음식을 거리낌 없이 먹을 수도 있다. 결국 우상의 존재여부는 우리의 마음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도바울은 나의 양심으로 거리낌이 없어 우상에게 드렸던 음식을 먹을 수 있다하더라도, 믿음이 연약한 사람이 나의 그러한 행동을 보고 시험에 들게 된다면 자신은 그 일을 하지 않겠다고 말을 한다. 이러한 사고가 바로 성숙한 그리스도인들이 가져야 할 신앙관이라고 볼 수가 있다.
6. 결론
한 가족 및 친지들이 모인 자리에서 여러 종교를 가진 사람들이 모이면 가장 어려운 문제가 제사의 문제이다. 선교의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하여 미신적인 요소가 없는 한, 제사를 허용한다 하여도 제사를 드리는 마음과 형식은 기독교 신앙을 벗어 날 수 밖에 없다. 그러므로 그리스도인은 제사 문화에 대하여 분명한 입장을 취하여야 한다.
다만 가족과 친지들이 드리는 제사문화를 무조건적으로 배척하지는 말고, 제사에는 참여하되 절은 하지 않을 것을 미리 알리고 기도로 참여하는 것이 필요하다. 제사 음식은 나의 양심이 그것을 허락하면 먹어도 되나 그것을 보고 시험에 들만한 가족이 있을 때에는 그것을 절제하는 미덕도 필요하다. 제사 음식은 꼭 제사만을 위한 음식이 아니라, 모든 가족들을 위해 준비하는 음식이므로, 마음에 갈등을 갖기보다는 좀 더 적극적인 마음으로 정성껏 준비하자.
다른 가족들과 우애를 다지면서 신앙인으로서 나름대로의 기준을 따라 마음에 정한대로 행동한다면, 믿지 않는 가족이나 친척들에게 복음의 빛을 드러낼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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