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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인생 중 마지막 14일… 예수 안에서 평안한 임종을

열려라 에바다 2024. 2. 13. 08:27


이승연(왼쪽) 미술심리치료사가 지난 6일 경기도 수원기독호스피스에서 환자가 점토의 촉감을 느낄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수원기독호스피스 제공

“당신이 외로이 홀로 남았을 때 당신은 누구에게 위로를 얻나. 주님은 아시네 당신의 마음을.”

지난 6일 경기도 수원기독호스피스(회장 김환근 목사)에 우쿨렐레 연주에 맞춰 부르는 노랫소리가 가득했다. 자원봉사자들이 복도에서 연주하고 부르는 찬양이었다. 10분 남짓한 연주가 끝난 뒤 봉사자들이 “아멘”이라고 하자 병실에서도 “아멘”이 잇따랐다.

지난해부터 매주 한 차례 이곳에서 우쿨렐레를 연주한다는 봉사자 고혜진씨는 “환자를 대면하지 못하고 복도에서 연주해야 하지만 늘 ‘아멘’을 통해 환자와 소통한다”고 말했다. 우쿨렐레 봉사자들 모두 가족을 이곳에서 떠나보냈다. 환자들에게 음악이 얼마나 큰 위로가 되는지 알고 있는 이유다. 의료진을 도와 환자를 돌보는 홍희복 보조사는 “환자들이 연주 시간을 기다리고 때론 우쿨렐레 소리에 눈물을 보이거나 엄지손가락을 치켜들기도 한다”며 “이분들에겐 단순한 연주가 아니라 마음을 어루만지는 치료”라고 말했다.

1995년 설립된 수원기독호스피스는 말기 암과 같이 완치가 까다로운 환자 17명이 입원해 있다. 의료진 17명과 자원봉사자 150여명은 환자들이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평안하게 여생을 보낼 수 있도록 돕는다. 환자들은 이곳에서 평균 14일 정도 머물다 세상을 떠난다고 했다.

호스피스 활동의 하나인 다양한 체험은 환자들에게 큰 위로를 준다.

이승연 치료사가 오자 의사소통이 어려운 환자들도 마치 ‘안녕하세요’라고 말하듯 몸을 움직였다. 이 치료사는 ‘손 큰 할머니의 만두 만들기’라는 제목의 책을 읽어주며 “어르신 예전 부엌은 어떤 모습이었나요” “만두 맛있어 보이죠”라고 말을 건넸다. 환자들이 부드러운 촉감을 느낄 수 있도록 손에 점토를 쥐여주기도 했다.

위로를 받기는 보호자도 마찬가지. 남편을 간호하는 윤양자씨는 “일반 병원에 있을 땐 남편은 물론이고 저 또한 우울하고 힘들었는데 남편이 이곳에 와서 편안하고 온화하게 바뀌었다”며 “한 달도 못살 거라던 남편이 6개월째 살고 있다”고 반색했다. 윤씨는 “대소변까지 기꺼이 받아주는 의료진 덕분에 남편이 버티고 있는 것만 같다”고 했다.

 


김헌규(오른쪽) 목사가 환자에게 세례를 베푸는 모습. 수원기독호스피스 제공

이 치료사도 우쿨렐레 봉사자들과 마찬가지로 2008년 이곳에서 아버지를 떠나보냈다. 환자와 보호자에게 호스피스가 얼마나 큰 힘이 되는지 깨닫고 봉사를 시작한 지 벌써 16년째다. 그는 몇 년 전 밸런타인데이 때 보호자가 가족에게 편지를 쓴 수업이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남편에게 처음 편지를 받아봤다며 눈물을 보이던 환자의 모습을 잊을 수 없어요. 짧은 순간도 이들에겐 소중하거든요. 그 시간을 값지고 행복하게 보내게 해주려고 노력합니다.”

수원기독호스피스는 신앙 여부와 관계없이 누구든 환영한다. 신앙을 강요하지도 않지만 신앙에 기초한 헌신에 감명받아 비신자였던 환자도 대부분 세례를 받는다고 한다.

회장 김환근 목사는 “환자 한 사람을 구원하는 일은 그 가족까지 최소 열 사람을 구원하는 일”이라며 “환자의 회심을 보고 복음을 접한 가족들이 환자와 함께 공동 세례를 받는 일이 빈번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호스피스 세례는 가장 나약하고 연약해진 순간에 하나님께서 주시는 평안으로 초대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호스피스는 환자의 고통과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완화하고 편안하게 마지막을 맞이하도록 돕는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김 목사는 “초창기 호스피스 사역을 시작할 때 ‘저 목사에게 기도 받으면 죽는다’ ‘호스피스에서 사람이 죽어 나가는 모습이 불편하다’고 수군대던 주민들이 이제는 ‘기독교가 없으면 복지의 사각지대가 무너질 것 같다’고 말한다”고 전했다.

그는 “호스피스는 하나님이 주신 생명을 사랑하고 하나님의 형상을 따라 창조된 인간 생명의 존엄성을 회복시켜주는 사역”이라며 “환자의 긴 인생 중 이곳에 계시는 짧은 시간만이라도 어루만져주고 구원에 이를 수 있도록 이끄는 호스피스 사역을 계속하고 싶다”고 말했다.

수원=글·사진 서지영 인턴기자 jonggyo@kmib.co.kr

출처 : 더미션(https://www.themissio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