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경의 열매] 윤복희 (14) 행복을 가르쳐준 결혼생활… 그러나 이별의 싹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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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혼식을 마치고 미국으로 돌아갔습니다. 하지만 제게 미국은 예전의 곳이 아니었습니다. 한국에 있는 약혼자 미스터 유(유주용씨) 생각에 마음의 안정을 찾지 못했습니다. 여기저기서 출연 제의가 들어왔지만 제게는 별로 의미가 없었습니다. 도저히 안 되겠다 싶어서 매니저인 찰스 메이더에게 남은 계약만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가겠다고 했습니다. 그는 처음에 안 된다고 펄쩍 뛰었으나 사랑하는 남자가 생겼다는 저의 말에 개인의 행복이 먼저라며 받아들였습니다.
1968년 드디어 한국으로 들어왔습니다. 그해 12월 16일, 세종호텔에서 미스터 유와 결혼식을 올렸습니다. 저는 하얀 벨벳 미니 투피스에 모자를 쓰고, 그는 검정 턱시도에 하얀 벨벳 터틀넥을 입었습니다. 결혼생활은 행복했습니다. 저는 ‘복희 본 보데’라는 이름으로 그의 독일 호적에 올라갔습니다. 물론 국적도 독일이 됐고요. 결혼 후 ‘유 앤드 윤’이라는 그룹을 결성해 우리 부부와 그의 누나인 모니카 유가 함께 스페셜 쇼를 구성해 미8군 무대에 올랐습니다. 금세 인기가 올랐습니다.
여기서 시어머니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네요. 제가 지상에서 가장 많은 사랑을 받은 그분의 이름은 브리지드 폰 보데입니다. 저는 시어머니를 엄마라고 불렀습니다. 지금도 문득문득 그분이 생각납니다. 제게 세상 살아가는 자세와 방법을 가르쳐 주신 분입니다. 그분이 제게 끼친 영향은 실로 지대합니다.
한국에서 바쁘게 활동하고 있는 중에 코리언 키튼즈의 매니저였던 찰스 메이더가 미국에서 찾아왔습니다. 그는 미스터 유를 만나고는 깜짝 놀라는 듯했습니다. 미스터 유의 뛰어난 외국어 구사능력과 음악실력, 매너에 대해 입에 침이 마르도록 칭찬했습니다. 그러면서 같이 미국으로 들어가자고 제안했습니다. 우리는 고민에 빠졌습니다. 미스터 유 가족이 오랫동안 해온 한국 생활을 정리하기가 쉽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결국 우리는 미국행을 결정했습니다.
우리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 신혼집을 차리고 행복한 시간을 보냈습니다. 침대 시트도 이불도 커튼도 모두 제 손으로 만들었습니다. 웬만한 가구도 직접 만들었습니다. 우리의 보금자리를 직접 꾸미고 싶었던 겁니다.
제 삶에서 유주용은 가장 아름답고 행복한 이름입니다. 그는 제 삶에서 훌륭한 동반자요 남편이었으며, 헌신적인 선생님이었습니다. 저는 인생의 좋은 교범이자 스승인 유주용이라는 이름을 통과해 비로소 어른이 됐습니다.
하지만 그와의 결혼 생활은 10년을 채우지 못했습니다. 행복했던 우리 사이에 어느 날 대수롭지 않은 것 같으면서도 떨쳐내기 힘든 장애물이 생겼습니다. 그건 애착을 넘어선 질투였습니다. 사랑을 넘어선 의심일지도 모릅니다. 아니 그건 악마였지요.
그런 차에 저는 잠시 한국에 나올 일이 생겼습니다. 한국의 오빠가 ‘나는 어떡하라구’가 히트했다면서 보고 싶다고 연락이 온 거죠. 마침 미스터 유와의 사이에 앙금이 점점 커지고 있던 터라 머리도 식힐 겸 했던 겁니다. 표면적으로는 MBC의 윤복희 초청무대에 서는 형식이었습니다.
그런데 한국에서 일을 보고 다시 미국으로 들어가자 엄청난 일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공항에서 기다리고 있던 미스터 유가 한국의 연예신문을 들이밀었습니다. 한국의 톱 가수 아무개가 윤복희만 좋다면 당장 결혼하고 싶다는 내용의 기사였습니다. 미스터 유가 어떻게 그런 기사가 나왔느냐며 다그쳤습니다. 억하심정에 갑자기 부아가 치밀어 올랐습니다. “그 사람 청혼을 받아들일 겁니다!”
하나님께서 깜박깜박 비상등을 켜시고 “그게 아니야. 복희야 정신차려” 하고 말씀하신 때가 아닌가 싶습니다. 하지만 저는 어리석음에 귀가 먹어 사랑보다 알량한 자존심을 선택했고, 하나님의 음성을 듣지 못했습니다.
정리=정수익 선임기자 sagu@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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