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옷만 입거나 웃통 벗은 아저씨 만나면 끔찍” 검침원 불안감 증폭
[쿠키 사회] “검침차 들렀을 때 차라리 욕을 하는 게 나아요. 속옷만 입고 있는 남성의 집을 방문했을 땐 정말 최악이죠. 빨리 검침을 마치고 돌아가야겠다는 생각뿐이에요.”
지난 18일 경북 의성에서 여성 수도검침원 A씨(52)가 검침하러 들어간 집에서 살해당한 사건이 발생하면서 수도·가스검침·정수기 필터관리 등을 하는 검침원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대구에서 수도검침원으로 일하고 있는 박모(43·여)씨는 집을 방문하기 전 남자 혼자 있는 집이 아니기를 기도하며 벨을 누른다. 수도 검침은 오전부터 저녁시간 전까지 이뤄지는데, 이 시간에 집에 머무는 남성들은 대개 특별한 직업이 없고, 술을 마신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박씨는 “지하나 시골같이 외딴 곳을 갈 때는 특히 무섭다”며 “벨이 없어서 문을 두드리면 욕을 하기 일쑤”라고 말했다. 또 최근 이들을 사칭해 범죄를 저지르는 경우가 많아 강도로 오해 받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욕보다 이들을 더 두렵게 하는 것은 성희롱에 가까운 ‘친절’이다. 정수기 관리직원인 금모(52·여)씨는 “남자 혼자 사는 집을 방문했을 때 오히려 커피를 타준다면서 가까이 접근하거나 지켜보면서 사적인 이야기를 물을 때 괴롭다”며 “점검할 때 남성이 속옷만 입고 있거나, 웃통을 벗고 있는 경우도 다반사”라고 말했다. 가스 검침원 문모(42·여)씨는 “가스 사용량을 알려달라며 문 밖에 서있으면 굳이 들어와서 봐 달라고 요구하거나 얘기 좀 하고 가라고 하는 남자들 때문에 몹시 불쾌할 때가 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검침원들은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하기도 한다. 금씨는 “점검할 때 혹시나 ‘해코지하지 않을까’ 하는 불안감에 (고객들이) 나쁜 마음을 먹지 않도록 날씨 등 다른 이야기를 유도한다”고 말했다. 또 남성 혼자 사는 집을 방문할 때는 미리 동료 검침원에게 연락을 부탁하기도 하는 등 각별히 주의한다.
40∼50대 중년 여성이 대부분인 검침원은 월 100만∼120여만원의 적은 보수를 받지만 낮 시간을 이용해 일할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쉽게 그만두지 못한다. 박씨는 “중년 여성이 일할 수 있는 곳은 고작해야 식당 정도”라며 “낮 시간에 일하고 자녀를 돌볼 수 있어 쉽게 그만두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숨진 A씨도 대학생 자녀를 키우며 생계를 위해 수도검침원 일을 했다고 들었는데, 남의 일 같지 않다”며 한숨을 쉬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유나 김동우 기자 spring@kmib.co.kr
지난 18일 경북 의성에서 여성 수도검침원 A씨(52)가 검침하러 들어간 집에서 살해당한 사건이 발생하면서 수도·가스검침·정수기 필터관리 등을 하는 검침원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대구에서 수도검침원으로 일하고 있는 박모(43·여)씨는 집을 방문하기 전 남자 혼자 있는 집이 아니기를 기도하며 벨을 누른다. 수도 검침은 오전부터 저녁시간 전까지 이뤄지는데, 이 시간에 집에 머무는 남성들은 대개 특별한 직업이 없고, 술을 마신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박씨는 “지하나 시골같이 외딴 곳을 갈 때는 특히 무섭다”며 “벨이 없어서 문을 두드리면 욕을 하기 일쑤”라고 말했다. 또 최근 이들을 사칭해 범죄를 저지르는 경우가 많아 강도로 오해 받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욕보다 이들을 더 두렵게 하는 것은 성희롱에 가까운 ‘친절’이다. 정수기 관리직원인 금모(52·여)씨는 “남자 혼자 사는 집을 방문했을 때 오히려 커피를 타준다면서 가까이 접근하거나 지켜보면서 사적인 이야기를 물을 때 괴롭다”며 “점검할 때 남성이 속옷만 입고 있거나, 웃통을 벗고 있는 경우도 다반사”라고 말했다. 가스 검침원 문모(42·여)씨는 “가스 사용량을 알려달라며 문 밖에 서있으면 굳이 들어와서 봐 달라고 요구하거나 얘기 좀 하고 가라고 하는 남자들 때문에 몹시 불쾌할 때가 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검침원들은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하기도 한다. 금씨는 “점검할 때 혹시나 ‘해코지하지 않을까’ 하는 불안감에 (고객들이) 나쁜 마음을 먹지 않도록 날씨 등 다른 이야기를 유도한다”고 말했다. 또 남성 혼자 사는 집을 방문할 때는 미리 동료 검침원에게 연락을 부탁하기도 하는 등 각별히 주의한다.
40∼50대 중년 여성이 대부분인 검침원은 월 100만∼120여만원의 적은 보수를 받지만 낮 시간을 이용해 일할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쉽게 그만두지 못한다. 박씨는 “중년 여성이 일할 수 있는 곳은 고작해야 식당 정도”라며 “낮 시간에 일하고 자녀를 돌볼 수 있어 쉽게 그만두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숨진 A씨도 대학생 자녀를 키우며 생계를 위해 수도검침원 일을 했다고 들었는데, 남의 일 같지 않다”며 한숨을 쉬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유나 김동우 기자 spri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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