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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기독교단, 17년간 위안부 할머니들에 ‘참회의 성금’

열려라 에바다 2013. 6. 13. 08:23

일본기독교단, 17년간 위안부 할머니들에 ‘참회의 성금’

 

 

정대협 수요집회 찾아와 ‘마지막 성금’ 전달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돕기 위해 17년간 모금활동을 벌여 온 일본기독교단이 12일 오후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 수요집회를 찾아 마지막 성금을 전달하고 공식 모금활동을 종료했다. 일본기독교단 ‘전후보상을 요구하는 6위원회’는 17년간 정대협에 모두 2360만엔(2억7500여만원)의 성금을 전달했다.

일본기독교단과 정대협 관계는 1990년 위안부 피해자인 고 김학순 할머니의 증언을 접하면서 시작됐다. 1995년 11월 교단 내 ‘전후보상을 요구하는 5위원회 연락회’(위원회)로 발족했고 이들은 이듬해 정대협을 방문해 피해자 지원을 위한 10년 모금 계획을 설명하고 수락받았다. 위원회는 2003년 6위원회로 확장됐다. 이들은 1996년부터 본격적인 모금활동에 들어가 2005년까지 10년 간 엔화 1760만엔을 모금해 정대협에 송금했다. 10년의 모금활동을 마무리한 뒤, 위원회는 정대협으로부터 ‘전쟁과 여성 인권 박물관’ 건립계획을 전해 듣고 박물관 건설 지원을 위한 모금 활동을 다시 시작했다. 위원회는 지난해까지 엔화 500만엔을 모금해 송금했고, 정대협은 2012년 5월 5일 서울 성산동에 박물관을 개관했다. 박물관 완공에 따라 위원회는 12일 다시 한국을 방문해 마지막 모금액인 100만엔을 전달하고 공식 모금활동을 마무리했다.

일본 내에서의 모금 활동이 순탄했던 것만은 아니다. 위원회 치바 노부요시 목사는 “일본사회가 우경화됨에 따라 일본 교회도 우경화로 흘러가는 경향이 있다”며 “처음에는 교단 차원에서 모금활동이 시작됐지만, 점차 교단의 우경화 속에 교구(노회·지방회)별로 개별적인 모금활동으로 바뀌어 갔다”고 설명했다. 그는 “그러나 교단 내 특별위원회와 시민사회단체가 연결돼 지난 17년간 모금이 끊이지 않고 지속될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12일 오후 서울 중학동 일본대사관 앞 수요집회 현장을 찾은 일본인 5명은 부슬부슬 내리는 초여름 비를 맞으며 집회를 끝까지 참관했다. 다니구치 사토미 ‘전쟁과 여성 인권박물관 지원 모임’ 사무국장은 “17년 전 한국을 방문했을 때, 정대협에서 우리들의 모금계획을 수락하셔서 얼마나 기뻤는지 모르겠다”며 “이후 박물관이 완성되기만을 고대하며 기다렸는데, 이 바람이 현실로 이뤄져 기쁘고 감사하다”고 말했다. 그녀는 이어 “김복동 할머니(위안부 피해자)께서 열심히 하라고 응원해 주신 것처럼 앞으로도 최선을 다해 활동하겠다”며 집회 현장을 찾은 김 할머니를 두 팔로 안았다.

성금을 전달받은 윤미향 정대협 상임대표는 “일본사회와 교회가 처음 가졌던 마음을 끝까지 간직한 채,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해 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며 “이 운동을 처음 시작했을 때와 박물관 건립을 시작했을 때 국내에서도 관심이 없었는데, 가해국 국민이 그리스도인의 역할을 감당하기 위해 노력해 주셔서 할머니들이 큰 위로를 받았다”고 말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최승욱 기자 apples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