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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피노’에게 주님의 사랑을] (4·끝) 한국교회가 보듬어야

열려라 에바다 2013. 7. 15. 07:56

[‘코피노’에게 주님의 사랑을] (4·끝) 한국교회가 보듬어야

 

 

베트남·印尼 등에도 제2의 코피노 수만명

국제문제 비화 조짐… 주님 사랑 실천 시급해


“나지호(남·4). 필리핀 엄마와 어학연수 온 한국인 아빠 사이에서 태어났다. 하지만 아빠 얼굴을 모른다. 엄마가 임신사실을 말하자 아빠가 떠났기 때문이다. 지호는 시내에서 가장 낙후된 곳에 엄마와 살고 있다. 엄마는 빨래를 해주고 받은 품삯으로 근근이 지호를 키우고 있다. 한나(여·5). 지호처럼 코피노 아이지만 엄마가 이웃집 할머니에게 잠시 봐달라고 맡긴 뒤 도망갔다. 한나를 맡고 있는 이웃도 형편이 넉넉지 못해 한나를 돌봐주기 어려운 상황이다….” 메신저 인터내셔널의 ‘필리핀 후원아동 리스트’에 기록된 사연들이다.후원아동 리스트에 기록된 100명이 넘는 아동 사연의 공통점은 ‘임신하면 버려짐’이었다. 필리핀엔 이런 사연을 가진 ‘코피노’(한국 남성과 필리핀 여성 사이에 태어나 필리핀에서 생활하는 아동) 아이들이 1만 5000명이 넘는다. 아이들은 수많은 필리핀 사람들 속에 있어도 금방 찾아낼 수 있을 만큼 한국 아이의 얼굴을 하고 있지만 대부분 극심한 가난에 시달리고 있다.

이들이 가난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이유는 아기가 태어난 후 대부분의 한국남자들이 무책임하게 떠나버리고, 필리핀 여성들이 아이들의 분유 값이라도 벌기 위해 다시 업소를 찾는 악순환이 계속되기 때문이다. 이들에게 교복과 급식비로 매월 2500페소(약 6만5000원)만 있으면, 아이를 학교에 보낼 수 있다. 그러나 방치된 아이들은 해질 무렵 외국인으로 보이는 사람들을 따라 다니며 구걸하고, 여자 아이들의 경우 사춘기에 접어들 무렵부터 매춘업자들의 먹잇감이 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현지인들은 전한다.

미국·일본·중국인 남자와 필리핀 여성 사이에서 태어난 혼혈아들도 많다. 그러나 그들은 본국에 가족이 있어도 최소한 생활비를 지원해 주고 가끔씩 중요한 기념일에 자녀들을 방문해 혈연의 끈을 놓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일본의 경우 18세가 되면 국적취득자격을 준다.

코피노 문제는 일부 한국 남자들의 무책임한 행동으로 국제문제가 되고 있어 더 이상 두고만 볼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 지난 3일 여성가족부와 한국여성인권진흥원이 공동개최한 ‘2013년 성매매 방지 국제 심포지엄’의 기조연설자로 방한했던 오로라 자바테 드 디오스 교수(필리핀 미리암대)는 “나이와 지위를 불문하고 수많은 한국 남성이 유학이나 골프여행을 핑계 삼아 성매매를 일삼고 있다”며 “이로 인한 여성의 피해, 특히 최근에 한국인과 필리핀의 혼혈인 코피노의 출생으로 사회적 문제가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메신저 인터내셔널 김명기 사무총장은 “우리는 언제나 위안부, 강제 징용 등으로 일본에 의한 피해자라고만 생각해왔는데 우리가 알지 못하는 사이 한국이 가해자가 되고 있다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사무총장은 “이 아이들은 우리가 아니면 누구도 관심을 가져 줄 사람이 없다. 아이들을 교육을 통해서 영향력 있는 크리스천으로 성장하도록 도와야 하고, 그들의 엄마들을 자활 시켜서 가난을 극복하게 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엄마들에게 컴퓨터 요리 운전 언어 등 다양한 기술 교육을 통해 한 가정을 책임지고 자립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도록 도와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또 “코피노에 대한 방기는 국격을 떨어뜨리는 일”이라며 “지금 대안을 준비하지 않으면 한국은 비윤리적인 국가로 낙인찍힌다”고 우려했다.

코피노 문제 해결을 위해 한국인의 동남아 성매매를 줄일 수 있도록 한국 정부와 동남아시아 국가연합의 사법적 협력 체계가 마련돼야 한다. 호주의 경우 자발적으로 자국의 성매수 남성을 아세안 국가와 함께 처벌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한국교회와 민간단체들이 나서서 코피노 가정을 조직적이고 체계적으로 지원하는 프로그램이 마련되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메신저 인터내셔널 엥겔레스지부 김종란 선교사는 “지원 채널을 공식화하고 지원 방향도 교육지원사업에 초점을 맞춰 이들이 한국과 필리핀 사이의 가교가 될 훌륭한 인재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고 말했다.

필리핀을 비롯해 베트남 인도네시아에 한국인의 핏줄을 가지고 태어나 가난한 환경 속에서 차별받는 아이들이 수만 명에 이른다. 이들에게 하나님의 사랑을 전달해 다문화의 정체성을 가진 것이 부끄러움이 아닌 자부심이 되도록 돕는 것이 한국교회의 사명이다. 더 이상 코피노가 생기지 않도록 해야 하며, 이미 태어난 코피노에 대한 지원은 계속돼야 한다. 성경은 “가난한 자를 보살피는 자에게 복이 있음이여 재앙의 날에 여호와께서 그를 건지시리로다”(시편 41:1)라고 말한다.

한편 한국인의 핏줄을 가지고 태어난 한인 혼혈 아동을 돕기 위해 2008년 창립된 메신저인터내셔널은 현재 필리핀에서 138명의 한국혼혈아동을 후원하고 있다. 매월 생필품과 교육비를 지원하고 있다. 세부 지부는 ‘한국문화학교’를 통해 한글교육을 실시하고 코피노 맘들이 교류할 수 있는 시간을 제공하고 있다. 앙겔레스 지부는 유치원과 방과후교실을 무료운영하며 한글교육과 신앙교육을 하고 있다(후원문의 02-722-0645).

세부·엥겔레스(필리핀)=글·사진 이지현 기자 jeeh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