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 수도 일어설 수도 없던 필리핀 쓰레기마을 어린이 “한국교회 사랑 감사합니다”
교계 지원으로 새생명 얻은 쉐를린양 이야기
매캐한 숯 냄새와 코를 찌르는 쓰레기 냄새가 가득한 쓰레기 마을, 지난 2월 필리핀 톤도에서 만난 미겔 쉐를린(10)은 앞을 볼 수도, 혼자 힘으로 일어나 앉을 수도 없던 아이였다(본보 3월19일자 29면). 일반인의 5배가 넘는 양의 뇌척수액이 쉐를린의 시신경과 운동신경을 짓누르고 있었기 때문이다.
지난 15일 오후 서울 신촌 세브란스병원 병실에서 만난 쉐를린은 지난 2월에 만났을 때와 많이 다른 모습이었다. 큰 눈과 맑은 목소리는 그대로였지만, 옆 사람에 의지해 일어나 앉을 수도 있었다. 입원 당시 전혀 반응을 보이지 않던 눈앞의 빛에 대해서도 반응했다.
쉐를린은 지난 12일 경기도 고양 거룩한빛광성교회(정성진 목사)가 설립한 해피월드복지재단과 기아대책의 초청으로 한국에 입국, 뇌척수액 제거 수술을 받았다. 수술을 집도한 신촌세브란스병원 신경외과 강석구 교수는 “시력을 상실한 지 1년이 지난 상태였기 때문에 수술의 효과를 예측할 수 없었지만, 현재 경과는 기대이상”이라고 말했다. 현재 쉐를린의 시신경과 운동신경을 마비시켰던 원인은 모두 제거된 상태다. 운동신경도 빠르게 회복되고 있다. 의료진은 근육을 키울 수 있는 재활훈련을 시작하자고 제안했다.
쉐를린에게 자신과의 싸움은 이제부터다. 이번 수술에서 쉐를린의 뇌에는 뇌척수액의 양을 적정수준으로 유지하는 장치(션트)가 삽입됐다. 이 장치는 자석으로 조정되는데, 필리핀의 빈민촌에서는 아이들이 쓰레기 더미에서 강한 공업용 자석으로 고철을 모으기 때문에 극도의 주의가 필요하다. 또 현지 의료시설에 션트의 설정을 다시 조정하는 기구(키트)가 있는지도 불투명하다. 세브란스병원 측은 조정 키트를 쉐를린 귀국시 함께 보내기 위해 기부자를 찾고 있다.
쉐를린이 수술을 위해 한국에 올 수 있었던 것은 기적에 가깝다. 한국으로 오기 위해서는 현지 병원의 진단서가 필요했지만 끼니도 해결하기 힘든 형편에 병원에 가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현지 병원의 의사는 1주일에 한 번만 출근해 진단서를 받는데만 수개월이 걸렸다. 쉐를린의 건강상태가 좋지 않아 항공사는 2차례나 탑승을 거절했고 3번째 시도 끝에 겨우 항공여행이 허가됐다. 수술 전, 쉐를린은 “어머니의 얼굴이 잘 떠오르지 않아 불안하다”며 “다시 앞을 볼 수 있게 된다면 엄마의 얼굴을 보는 게 가장 큰 소원”이라고 말했다. 쉐를린의 어머니는 출생신고를 하지 않아 동행하지 못했다. 수술을 마친 쉐를린은 “엄마 손을 잡고 주일학교에 가서 친구들과 함께 놀던 때가 가장 행복했다”면서 “어서 필리핀에 돌아가 주일학교에 가고 싶다”고 말했다.
쉐를린에게 주어진 ‘사랑의 기적’은 한국교회와 기독교인들의 헌신적 사랑으로 가능했다. 해피월드복지재단은 쉐를린의 치료비와 기타 경비 1500여만원을 책임지기로 했다. 기아대책 홍보대사인 김주하 MBC 앵커도 쉐를린의 치료를 위한 모금에 동참했다. 쉐를린은 이날 병실을 찾은 거룩한빛광성교회 성도들에게 서툰 한국말로 ‘감사합니다’라고 인사하며 활짝 웃어 보였다.
최승욱 기자 applesu@kmib.co.kr
매캐한 숯 냄새와 코를 찌르는 쓰레기 냄새가 가득한 쓰레기 마을, 지난 2월 필리핀 톤도에서 만난 미겔 쉐를린(10)은 앞을 볼 수도, 혼자 힘으로 일어나 앉을 수도 없던 아이였다(본보 3월19일자 29면). 일반인의 5배가 넘는 양의 뇌척수액이 쉐를린의 시신경과 운동신경을 짓누르고 있었기 때문이다.
지난 15일 오후 서울 신촌 세브란스병원 병실에서 만난 쉐를린은 지난 2월에 만났을 때와 많이 다른 모습이었다. 큰 눈과 맑은 목소리는 그대로였지만, 옆 사람에 의지해 일어나 앉을 수도 있었다. 입원 당시 전혀 반응을 보이지 않던 눈앞의 빛에 대해서도 반응했다.
쉐를린은 지난 12일 경기도 고양 거룩한빛광성교회(정성진 목사)가 설립한 해피월드복지재단과 기아대책의 초청으로 한국에 입국, 뇌척수액 제거 수술을 받았다. 수술을 집도한 신촌세브란스병원 신경외과 강석구 교수는 “시력을 상실한 지 1년이 지난 상태였기 때문에 수술의 효과를 예측할 수 없었지만, 현재 경과는 기대이상”이라고 말했다. 현재 쉐를린의 시신경과 운동신경을 마비시켰던 원인은 모두 제거된 상태다. 운동신경도 빠르게 회복되고 있다. 의료진은 근육을 키울 수 있는 재활훈련을 시작하자고 제안했다.
쉐를린에게 자신과의 싸움은 이제부터다. 이번 수술에서 쉐를린의 뇌에는 뇌척수액의 양을 적정수준으로 유지하는 장치(션트)가 삽입됐다. 이 장치는 자석으로 조정되는데, 필리핀의 빈민촌에서는 아이들이 쓰레기 더미에서 강한 공업용 자석으로 고철을 모으기 때문에 극도의 주의가 필요하다. 또 현지 의료시설에 션트의 설정을 다시 조정하는 기구(키트)가 있는지도 불투명하다. 세브란스병원 측은 조정 키트를 쉐를린 귀국시 함께 보내기 위해 기부자를 찾고 있다.
쉐를린이 수술을 위해 한국에 올 수 있었던 것은 기적에 가깝다. 한국으로 오기 위해서는 현지 병원의 진단서가 필요했지만 끼니도 해결하기 힘든 형편에 병원에 가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현지 병원의 의사는 1주일에 한 번만 출근해 진단서를 받는데만 수개월이 걸렸다. 쉐를린의 건강상태가 좋지 않아 항공사는 2차례나 탑승을 거절했고 3번째 시도 끝에 겨우 항공여행이 허가됐다. 수술 전, 쉐를린은 “어머니의 얼굴이 잘 떠오르지 않아 불안하다”며 “다시 앞을 볼 수 있게 된다면 엄마의 얼굴을 보는 게 가장 큰 소원”이라고 말했다. 쉐를린의 어머니는 출생신고를 하지 않아 동행하지 못했다. 수술을 마친 쉐를린은 “엄마 손을 잡고 주일학교에 가서 친구들과 함께 놀던 때가 가장 행복했다”면서 “어서 필리핀에 돌아가 주일학교에 가고 싶다”고 말했다.
쉐를린에게 주어진 ‘사랑의 기적’은 한국교회와 기독교인들의 헌신적 사랑으로 가능했다. 해피월드복지재단은 쉐를린의 치료비와 기타 경비 1500여만원을 책임지기로 했다. 기아대책 홍보대사인 김주하 MBC 앵커도 쉐를린의 치료를 위한 모금에 동참했다. 쉐를린은 이날 병실을 찾은 거룩한빛광성교회 성도들에게 서툰 한국말로 ‘감사합니다’라고 인사하며 활짝 웃어 보였다.
최승욱 기자 applesu@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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