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시대의 영성] 예배시간 고개숙인 성도님 기도? 문자 중?
‘오늘 우연히 만난 학교 동창에게 전화를 건다. 주말에 한번도 가 본 적 없는 타 지역 맛집을 찾아 간다. 명절 귀경길, 막히는 도로 대신 차가 거의 없는 한산한 도로를 이용한다.’
이는 누구나 한번쯤 해봤음직한, 지극히 일상적인 모습이다. 하지만 스마트폰이 없다면 어떨까. 평소 10분 내에 할 수 있던 이 일들을 어쩌면 하루 종일 매달려도 못 할지 모른다.
스마트폰이 대중화되면서 현대인은 일상의 대부분을 스마트폰에 의존하고 있다. 이는 성도들도 마찬가지다. 스마트폰이 익숙한 성도들 가운데 예배 시간에 더 이상 성경책을 찾지 않는 이들이 적지 않다. 신구약 성경 순서를 일일이 확인해야 하는 성경책보다 터치 몇 번으로 설교 본문을 찾을 수 있는 성경 앱이 더 편해서다.
스마트폰 없이 일상생활에 어려움을 겪는 현대인이 늘면서 교회에서도 스마트폰 중독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지고 있다. 스마트폰 중독은 스마트폰 과다 사용으로 일상생활에 지장을 받는 상태를 말한다. 지난 6월 미래창조과학부와 한국정보화진흥원이 발표한 2012년 인터넷중독 실태 조사에 따르면 만 10세 이상 49세 이하 스마트폰 이용자 1만683명 가운데 스마트폰 중독률은 11.1%로 8.4%인 2011년보다 2.7% 포인트 증가했다. 특히 청소년의 스마트폰 중독은 성인보다 더 심각해 만 10세 이상 19세 미만 청소년의 스마트폰 중독률은 18.4%로 9.1%인 성인보다 배 이상 높게 나타났다.
예배시간, 스마트폰 켜면 은혜가 준다
성인·청소년 스마트폰 중독의 폐해는 성도들 신앙생활에 고스란히 드러난다. 목회자나 성도들은 예배시간에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를 줄곧 사용하는 이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고 했다. A교회 중·고등부 전도사인 임지원(30·가명)씨는 “예배시간에 고개를 숙인 학생 십중팔구는 스마트폰으로 메신저나 게임을 하고 있는 것”이라며 “한두 명이라도 예배 중 스마트폰을 사용하면 옆자리 학생도 구경하느라 예배에 집중하지 못하기에 설교 도중 주의를 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예배 중 보이는 스마트폰 중독 증세로 교인의 신앙생활이 위협받자 교회들은 다양한 해결책을 제시하고 있다. 서울 석관동 맑은샘광천교회(이문희 목사)는 한 달 전부터 교회 예배시간에 휴대전화를 가져오지 않는 ‘휴대폰 안식 데이(폰안데)’ 운동을 펼치고 있다. 이를 위해 이 교회는 폰안데 포스터와 스티커를 제작해 성도들에게 배포했다. 교회 관계자는 “폰안데 운동을 주보에 실어 모든 연령대의 성도들에게 주일만큼은 예배에 집중하자는 내용을 전달한다”며 “시행한 지 얼마 안돼 눈에 보이는 변화는 거의 없지만 하루만이라도 스마트폰에서 벗어나 온전히 예배에만 집중하자는 취지에 대부분의 성도들이 공감한다. 특히 청소년 자녀를 둔 성도들이 이를 반기는 편”이라고 말했다.
경남 사천시 사천읍교회 중·고등부는 스마트폰 수거함을 만들어 교회학교 학생들이 예배에 집중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예배 중에도 무의식적으로 스마트폰을 찾는 청소년이 적지 않아 고심하던 이 교회 목회자와 교회학교 교사들은 지난해 1월부터 수거함을 제작해 설치했다. 정해기 사천읍교회 중·고등부 부장집사는 “예배 시작 전 설교를 잘 들어야 은혜를 받을 수 있다고 설명한 뒤 1번부터 100번까지 번호를 매긴 수거함에 스마트폰을 넣도록 한다”며 “처음엔 제 손 안에 스마트폰이 없다는 걸 불편해하는 아이들이 많았지만 2∼3달이 지나면서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이들이 늘었다”고 말했다.
스마트폰을 수거하자 교회학교 학생들의 예배 집중도는 눈에 띄게 달라졌다. 이 교회 중·고등부 담당 목회자인 최옥아 전도사는 “그간 스마트폰에 몰입했던 학생들이 고개를 들고 성경 말씀에 집중하는 걸 볼 때마다 보람을 느낀다”면서 “이제는 습관이 돼 수거함이 없는 수련회장에서도 예배 시작 전 자율적으로 스마트폰을 교사들에게 맡긴다. 그간 학생들과 교회 내 스마트폰 사용 자제에 대해 어느 정도 합의가 이뤄졌지만 더 많은 이들이 자발적으로 즐겁게 참여하도록 지속적으로 독려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스마트폰과 거리두는 노력 필요
전문가들은 예배 몰입도 저하, 개인 경건시간 감소 등 스마트폰 중독으로 인한 해로움에서 성도들이 자유롭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일정 기간 스마트폰과 거리를 두는 방법이 가장 효과적이라 입을 모았다.
권장희 놀이미디어교육센터 소장은 “스마트폰 없이 생활할 때 모든 일에 집중이 어렵고, 예배 중이거나 가족과 함께 있으면서도 눈과 마음이 스마트폰에 가 있다면 중독을 의심해 봐야 한다”며 “이를 예방하고 치료하는 가장 근본적인 방법은 스스로 스마트폰 접근 가능성을 차단하는 것”이라고 조언했다. 권 소장은 구체적인 실천 방안으로 ‘SNS·게임 앱 삭제’와 ‘가정 내 스마트폰 바구니 설치’를 들었다. 그는 “스마트폰 중독의 주요 원인인 SNS와 게임 앱을 삭제하고 집에 바구니를 설치해 귀가 후 스마트폰을 넣어두면 이용시간을 효과적으로 줄일 수 있어 시간 낭비를 막을 수 있다”며 “특히 아동·청소년 시기에는 성인보다 절제력이 약하기에 가정, 학교, 교회 등 주변에서 자제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중요하다. 부모가 이들에게 구형 휴대폰을 쓰게 하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제안했다.
유우경 한국온라인게임중독예방연구소장은 일명 ‘디지털 단식’같이 일정 기간 스마트폰을 사용하지 않는 것도 좋지만 격리 수준에 머무르면 의미가 없다고 했다. 유 소장은 “그간 교회에서 절기마다 ‘미디어나 문화 단식’을 해 온 것으로 안다. 하지만 단순히 떨어져 있어서는 중독 치료에 효과가 없다”면서 “이 기간 동안 신앙교육이나 자기계발 프로그램 등을 병행해 스마트폰 없이도 시간을 ‘스마트하게’ 사용할 수 있다는 걸 익혀야 인터넷·스마트폰 중독에서 벗어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양민경 기자 grieg@kmib.co.kr
이는 누구나 한번쯤 해봤음직한, 지극히 일상적인 모습이다. 하지만 스마트폰이 없다면 어떨까. 평소 10분 내에 할 수 있던 이 일들을 어쩌면 하루 종일 매달려도 못 할지 모른다.
스마트폰이 대중화되면서 현대인은 일상의 대부분을 스마트폰에 의존하고 있다. 이는 성도들도 마찬가지다. 스마트폰이 익숙한 성도들 가운데 예배 시간에 더 이상 성경책을 찾지 않는 이들이 적지 않다. 신구약 성경 순서를 일일이 확인해야 하는 성경책보다 터치 몇 번으로 설교 본문을 찾을 수 있는 성경 앱이 더 편해서다.
스마트폰 없이 일상생활에 어려움을 겪는 현대인이 늘면서 교회에서도 스마트폰 중독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지고 있다. 스마트폰 중독은 스마트폰 과다 사용으로 일상생활에 지장을 받는 상태를 말한다. 지난 6월 미래창조과학부와 한국정보화진흥원이 발표한 2012년 인터넷중독 실태 조사에 따르면 만 10세 이상 49세 이하 스마트폰 이용자 1만683명 가운데 스마트폰 중독률은 11.1%로 8.4%인 2011년보다 2.7% 포인트 증가했다. 특히 청소년의 스마트폰 중독은 성인보다 더 심각해 만 10세 이상 19세 미만 청소년의 스마트폰 중독률은 18.4%로 9.1%인 성인보다 배 이상 높게 나타났다.
예배시간, 스마트폰 켜면 은혜가 준다
성인·청소년 스마트폰 중독의 폐해는 성도들 신앙생활에 고스란히 드러난다. 목회자나 성도들은 예배시간에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를 줄곧 사용하는 이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고 했다. A교회 중·고등부 전도사인 임지원(30·가명)씨는 “예배시간에 고개를 숙인 학생 십중팔구는 스마트폰으로 메신저나 게임을 하고 있는 것”이라며 “한두 명이라도 예배 중 스마트폰을 사용하면 옆자리 학생도 구경하느라 예배에 집중하지 못하기에 설교 도중 주의를 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예배 중 보이는 스마트폰 중독 증세로 교인의 신앙생활이 위협받자 교회들은 다양한 해결책을 제시하고 있다. 서울 석관동 맑은샘광천교회(이문희 목사)는 한 달 전부터 교회 예배시간에 휴대전화를 가져오지 않는 ‘휴대폰 안식 데이(폰안데)’ 운동을 펼치고 있다. 이를 위해 이 교회는 폰안데 포스터와 스티커를 제작해 성도들에게 배포했다. 교회 관계자는 “폰안데 운동을 주보에 실어 모든 연령대의 성도들에게 주일만큼은 예배에 집중하자는 내용을 전달한다”며 “시행한 지 얼마 안돼 눈에 보이는 변화는 거의 없지만 하루만이라도 스마트폰에서 벗어나 온전히 예배에만 집중하자는 취지에 대부분의 성도들이 공감한다. 특히 청소년 자녀를 둔 성도들이 이를 반기는 편”이라고 말했다.
경남 사천시 사천읍교회 중·고등부는 스마트폰 수거함을 만들어 교회학교 학생들이 예배에 집중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예배 중에도 무의식적으로 스마트폰을 찾는 청소년이 적지 않아 고심하던 이 교회 목회자와 교회학교 교사들은 지난해 1월부터 수거함을 제작해 설치했다. 정해기 사천읍교회 중·고등부 부장집사는 “예배 시작 전 설교를 잘 들어야 은혜를 받을 수 있다고 설명한 뒤 1번부터 100번까지 번호를 매긴 수거함에 스마트폰을 넣도록 한다”며 “처음엔 제 손 안에 스마트폰이 없다는 걸 불편해하는 아이들이 많았지만 2∼3달이 지나면서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이들이 늘었다”고 말했다.
스마트폰을 수거하자 교회학교 학생들의 예배 집중도는 눈에 띄게 달라졌다. 이 교회 중·고등부 담당 목회자인 최옥아 전도사는 “그간 스마트폰에 몰입했던 학생들이 고개를 들고 성경 말씀에 집중하는 걸 볼 때마다 보람을 느낀다”면서 “이제는 습관이 돼 수거함이 없는 수련회장에서도 예배 시작 전 자율적으로 스마트폰을 교사들에게 맡긴다. 그간 학생들과 교회 내 스마트폰 사용 자제에 대해 어느 정도 합의가 이뤄졌지만 더 많은 이들이 자발적으로 즐겁게 참여하도록 지속적으로 독려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스마트폰과 거리두는 노력 필요
전문가들은 예배 몰입도 저하, 개인 경건시간 감소 등 스마트폰 중독으로 인한 해로움에서 성도들이 자유롭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일정 기간 스마트폰과 거리를 두는 방법이 가장 효과적이라 입을 모았다.
권장희 놀이미디어교육센터 소장은 “스마트폰 없이 생활할 때 모든 일에 집중이 어렵고, 예배 중이거나 가족과 함께 있으면서도 눈과 마음이 스마트폰에 가 있다면 중독을 의심해 봐야 한다”며 “이를 예방하고 치료하는 가장 근본적인 방법은 스스로 스마트폰 접근 가능성을 차단하는 것”이라고 조언했다. 권 소장은 구체적인 실천 방안으로 ‘SNS·게임 앱 삭제’와 ‘가정 내 스마트폰 바구니 설치’를 들었다. 그는 “스마트폰 중독의 주요 원인인 SNS와 게임 앱을 삭제하고 집에 바구니를 설치해 귀가 후 스마트폰을 넣어두면 이용시간을 효과적으로 줄일 수 있어 시간 낭비를 막을 수 있다”며 “특히 아동·청소년 시기에는 성인보다 절제력이 약하기에 가정, 학교, 교회 등 주변에서 자제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중요하다. 부모가 이들에게 구형 휴대폰을 쓰게 하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제안했다.
유우경 한국온라인게임중독예방연구소장은 일명 ‘디지털 단식’같이 일정 기간 스마트폰을 사용하지 않는 것도 좋지만 격리 수준에 머무르면 의미가 없다고 했다. 유 소장은 “그간 교회에서 절기마다 ‘미디어나 문화 단식’을 해 온 것으로 안다. 하지만 단순히 떨어져 있어서는 중독 치료에 효과가 없다”면서 “이 기간 동안 신앙교육이나 자기계발 프로그램 등을 병행해 스마트폰 없이도 시간을 ‘스마트하게’ 사용할 수 있다는 걸 익혀야 인터넷·스마트폰 중독에서 벗어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양민경 기자 grie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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