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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여 소아암 환아·가족 등과 함께 한 감리교 ‘희망열차’는 힘차게 달렸다

열려라 에바다 2013. 12. 30. 08:08

 

120여 소아암 환아·가족 등과 함께 한 감리교 ‘희망열차’는 힘차게 달렸다

 

 

의린이는 두살 때인 지난해 6월 급성 림프구성 백혈병 진단을 받은 뒤 항암치료를 받고 있다. 어머니 김정이(37)씨는 “아직 자신의 병에 대해 잘 모르는 나이라 그런지, 성인에 비해 고통을 두려워하지 않고 잘 견뎌내고 있어 대견하다”고 말했다. 3개월에 한 번씩 뇌척수액 검사를 받은 뒤 힘이 빠져 있는 딸을 지켜보면서 엄마 아빠는 눈시울을 붉히곤 했다. 면역력이 떨어진 의린이가 혹시 감기에 걸릴까봐 자주 나들이 가지 못한 것도 가슴 아팠다.

의린이처럼 백혈병이나 암과 싸우고 있는 어린이와 가족 등 120여명은 지난 27일 기독교대한감리회(기감) 소속 교회와 단체 등에서 후원한 ‘사랑의 희망열차’를 타고 모처럼 짧은 여행을 다녀왔다.

국립암센터와 아주대병원에서 치료를 받는 소아암 환아 및 가족 50여명, 그리고 경기도 부천의 어린이보호시설인 ‘새소망의 집’에서 생활하는 어린이 40여명 등이 이날 희망열차에 탑승했다. 10여명은 참가신청을 했지만 열이 나거나 해서 오지 못했다.

이들은 오전 9시 서울 용산역에서 출발하는 열차를 타고 춘천역에 도착, 눈이 쌓인 옥광산으로 이동해 눈썰매장과 옥동굴체험장 등을 돌아본 뒤 오후 5시 열차로 돌아왔다. 어린이들은 혹 건강에 좋지 않을까 두꺼운 외투와 귀마개, 장갑 등으로 온몸을 감쌌다. 이들은 뽀드득 소리가 나는 눈밭을 신기한 듯 밟아보며 즐거워했다. 몸이 아프지 않는 새소망의 집 어린이들은 눈썰매를 타며 환호성을 지르기도 했다.

의린이의 아버지 양창오(41)씨는 “첫째 딸과 아픈 둘째 딸, 늘 딸을 챙기느라 바쁜 엄마까지 우리 네 가족 모두가 오랜만에 먼 곳으로 여행을 다녀오게 돼 즐거웠다”며 감사해했다.

국립암센터 부모회 문마리 회장은 “교회가 투병 중에 있는 환아와 가족들을 위해 큰 선물을 주셨다”며 “이번 행사에 참가한 분들은 이 프로그램이 계속 이어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사랑의 희망열차’는 기감 소속 교회의 성탄헌금 등을 후원받아 어려운 이웃과 함께 여행을 다녀오는 프로그램으로 2008년부터 매년 진행됐다. 열차에 치일 뻔한 어린이를 구하다 두 다리를 잃은 ‘아름다운 철도원’ 김행균 역곡역장과 백혈병으로 아들을 잃은 탤런트 김명국 집사 등의 수고와 노력이 큰 역할을 했다. 그동안 백혈병 환아와 경인 지역 보육시설의 어린이 등과 함께 정동진으로 해돋이 희망열차 여행 등을 다녀왔다.

이번 희망열차 프로그램은 보건복지부 장기이식등록기관인 ㈔생명을나누는사람들이 주도해 마련했다. 기감 사회평신도국(위원장 한양수 감독)과 여선교회중부연회연합회(김경숙 회장), 인천중앙감리교회(김명완 목사)와 로고스교회(전준구 목사), 참평안감리교회(현혜광 목사), 세광감리교회(정중섭 목사), ㈔백혈병소아암협회 경인지부 등에서 여행 경비를 후원했다.

생명을나누는사람들은 앞으로도 사랑의 희망열차가 계속 운행되도록 힘쓸 계획이다. 생명을나누는사람들 이사장 임석구 목사는 29일 “이번 희망열차 여행을 통해 오랜 치료로 지쳐 있는 어린이들과 그 가족들의 마음이 치유되는 계기가 됐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김경택 기자 pty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