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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생과 죽음
수원에 있는 한 호스피스병원에 다녀왔습니다. 죽음을 앞둔 말기 암환자 20여분이 계셨습니다. "환자들을 만나면 '안녕하세요'하고
인사를 하면 안됩니다." 원목 목사님이 그렇게 당부하셨습니다. 어제도 한 분이 가셨고 병원에서의 일정을 마치고 나오는데 또 한 분이 임종을
하셔서 우리를 안내하셨던 목사님은 배웅도 못하고 급히 임종예배를 주관하기 위해 병실로 가셨습니다. 한국교회가 낳은 위대한 영성가 이현필
선생은 계명산수도원에서 죽음을 앞두고 "아, 기쁘다. 아, 기쁘다"를 연발하면서 임종하셨다는 일화가 있습니다. 참으로 아름답고 찬란한
죽음입니다. 이현필 선생은 왜 그렇게 죽음이 기뻤을까요? 아마도 그것은 이현필 선생은 이 땅에서의 '죽음'은 저쪽 다른 세계에서의 새로운
'탄생'이라는 사실을 아신 것 같습니다. 이쪽에서는 끝이지만 저쪽에서는 시작인 것이 죽음입니다. 생사일여(生死一如)라는 말은 탄생과
죽음이 같다는 뜻입니다. 사람은 긴 어둠의 터널을 통과하여 이 세상에 왔다가 또 긴 어둠의 터널을 통과하여 저 세상으로 갑니다. 태어나기 전에
있었던 그곳과 죽음 이후에 가는 그곳이 서로 다른 곳이 아니라, 한 곳 즉 자유로운 영(靈)의 세계입니다. 육체라는 유한한 물체에서 해방된
영혼이 무한히 자유로운 곳입니다. "주는 영(靈)이시니, 주의 영이 계신 곳에는 자유함이 있느니라"(고후3:17) 그러므로 육체라는 옷을
입고 살아가는 이 땅에서의 삶은 빈부귀천(貧富歸天)이 별 의미가 없는 일장춘몽(一場春夢)에 불과합니다. 우리는 영원이라는 긴긴 시간 가운데 아주
잠깐 지구별에 와서 머물다 가는 것입니다. 이현필 선생이 죽음 앞에서 '기쁘다'고 했던 것은 저쪽 세계를 아셨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저도 깊은 기도 중에 아주 흘깃 저쪽세계를 경험한 적이 있습니다. 이 세상에서 가장 기쁜 일을 한 100만개쯤 모아놓은 것처럼 그 어떤 말로나
글로는 표현이 안 되는 세계였습니다 ⓞ최용우 mo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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