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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목사님은 왜 매달 하루는 공장에 갈까… ‘1/30운동’ 펼치는 목회자들

열려라 에바다 2014. 2. 21. 07:54

 

우리 목사님은 왜 매달 하루는 공장에 갈까… ‘1/30운동’ 펼치는 목회자들

 

 

2000년 가을의 어느 월요일이었다. 당시 40대 초반의 최영섭(56·인천 마을안교회) 목사는 경기 시흥 시화공단에 있는 한 공장으로 향했다. 양복대신 작업복을 입은 그가 하루 종일 수출 제품을 포장하고 받은 돈은 3만원. 당시 최 목사는 개척교회 목회 4년차에 접어들었고, 교인들이 150명을 넘어가면서 나름 목회에 보람을 느꼈다.

하지만 점점 바빠지면서 스스로를 돌아볼 시간을 갖지 못한다는 고민에 늘 힘들었다.

“교회가 조금씩 자리를 잡으면서 주위의 대접이 나도 모르게 당연하게 느껴지더라고요. 교인들과도 괜히 거리감이 생기는 것 같고…. 처음 목회할 때의 초심과 멀어진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나를 한번 되돌아보고 싶어서 시작한 게 사람들과 부대끼며 땀 흘리는 일이었어요.”

‘한달에 하루, 자신을 돌아보고 주위를 섬기자’는 ‘1/30(30분의1) 운동’은 이렇게 시작됐다. 최 목사를 중심으로 2008년 하반기부터 본격화된 1/30운동은 매월 한차례, 주로 목회자들이 쉬는 월요일에 삶의 현장 곳곳에서 몸을 움직이며 노동에 참여하는 프로그램이다.

이달 초 현재 회원은 인천·경기 지역 목회자 18명. 일터는 막노동판부터 시작해 주유소, 비닐하우스, 농원 등 다양하다. 최근에는 인천 서구 거월로 수도권매립지에서 풀을 베거나 쓰레기를 줍고, 때로는 나무를 심는 일을 한다. 오전 8시부터 오후 5시까지 일하고 받는 일당은 대략 6만원 정도.

이들은 일당을 차곡차곡 모았다가 연말·연시 섬김 활동에 쓴다. 수년째 호떡 굽는 장비를 빌려 인천 부평역이나 서울 영등포 쪽방촌 등의 노숙자들에게 어묵과 함께 호떡을 나눠준다.

4년 전부터 이 운동에 동참하는 김현수(40·꿈이있는교회) 목사는 “한달에 하루지만 노동이 주는 가장 큰 유익은 자성과 섬김에 대해 스스로 돌아보게 만드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병진(48·송도 하늘꿈선두교회) 목사는 “성도 한 명, 그들이 내는 헌금 한두 푼이 얼마나 귀한지 뼈저리게 느끼고 있다”고 고백했다.

1/30운동 회원들은 18일 오전 서울 종로구 대학로 한국교회100주년기념관 소강당에 모여 기도회를 가졌다. ‘자성과 섬김의 목회를 위한 전국기도회’는 전국 방방곡곡에서 더 많은 목회자들이 1/30운동에 동참하기를 바라는 취지에서 마련됐다. 특강 발제자인 손봉호 나눔국민운동본부 대표는 “자성은 곧 회개이며, 회개는 반드시 그 열매가 나타나야 한다”면서 “이런 의미에서 자성과 섬김의 1/30 운동이 들불처럼 퍼져 나가길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