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볕같은이야기

코끼리를 잡는 방법

열려라 에바다 2014. 2. 24. 08:03

 

함백산 (사진:최용우)

 

□ 코끼리를 잡는 방법

 

숲 속 나뭇가지에 아담한 둥지를 틀고 행복하게 사는 꾀꼬리 부부가 있었습니다. 어느 날 성질이 사나운 코끼리 한 마리가 나타나 긴 코로 꾀꼬리가 살고 있는 나무를 부러뜨려버렸습니다. 무슨 이유가 있어서 그런 것이 아니라 그냥 심심해서 힘 자랑했답니다.
나무가 쓰러지면서 둥지가 부서지고 품고있던 알이 다 깨지고 암꾀꼬리가 크게 다쳤습니다. 숫꾀꼬리는 슬픈 노래를 부르며 눈물을 흘릴 뿐이었습니다. 딱따구리가 놀러 왔다가 이 엄청난 참사 현장을 보았습니다. 딱따구리는 당장 코끼리를 응징해야 한다며 노발대발 화를 냈습니다. 그러나 꾀꼬리는 "우리가 무슨 수로 거대한 코끼리를 응징하냐?" 며 체념한 목소리로 더욱 슬프게 울었습니다.
한 참 생각하던 딱따구리는 파리 한 마리를 잡았습니다. 그리고 내 말을 잘 들으면 살려주겠다고 했습니다. "너는 지금 당장 코끼리의 귀 속으로 들어가 네가 낼 수 있는 가장 아름다운 목소리로 노래를 부르거라."
파리가 얼른 날아가 코끼리의 귀 속으로 들어갔습니다. 딱따구리는 다시 개구리 한 마리를 잡았습니다. 그리고 내 말을 잘 들으면 살려주겠다고 했습니다. "너는 조금 있다가 저 늪에서 큰소리로 울어라." 개구리가 얼른 늪으로 뛰어갔습니다.
파리가 코끼리의 귓속에서 아름다운 노래를 부르자 코끼리가 그 음악소리에 취해 정신이 몽롱해졌습니다. 그 순간 딱따구리는 잽싸게 날아가 코끼리의 눈을 쪼아버렸습니다. 깜짝 놀란 코끼리는 물에 눈을 씻어야한다고 생각하고 개구리 우는 소리가 나는 곳으로 내달렸습니다.
그러나 개구리가 울었던 곳은 한번 빠지면 나올 수 없는 늪이었습니다. 딱따구리는 멋지게 꾀꼬리 대신 복수를 성공시켰습니다. 오늘날 거대 권력에 힘없이 당하고 그저 울고 있는 수많은 꾀꼬리들을 위하여 정말 말도 안 되는 억지스러운 이야기 하나 써 보았습니다.  ⓞ최용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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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볕같은이야기4872] 2014.2.24.  지난호신청1995.8.12 창간발행 최용우

 자작글입니다. 저는 저작권 안 따지니 맘대로 가져다가 활용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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