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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 여기에..."

열려라 에바다 2014. 3. 12. 10:38

 

 " 지금 여기에..."

                                                                                                                                                                                                                             권혁필 목사(충주  능암교회)
 
한 농부가 두 아들을 앞에 두고 다음과 같이 유언을 했다. "내가 너희들에게 남겨 줄 수 있는 것은 이 얼마 되지 않는 땅뙈기 밖에 없다. 하지만 이 땅을 절대로 다른 사람에게 팔아서는 안 된다. 이 땅 어딘가 별로 깊지 않은 곳에 그 동안 모았던 내 전 재산을 묻어두었다. 그러니 너희는 열심히 힘을 합쳐 그 보물을 찾아보도록 하여라."
 
두 아들은 다음날부터 아주 열심히 그 밭을 뒤지고 다녔다. 그러나 아무리 밭을 파헤쳐도 아버지가 유언했던 보물은 커녕 보물 비슷한 것도 나오지 않았다. 하는 수 없이 그 둘은 파헤쳐 놓은 땅에 곡식을 심었다. 그리고 가을이 되었을 때 그 땅 위에서는 풍성한 열매가 마치 아버지의 보물처럼 달려 있었다.
 
이 이야기는 우리가 너무도 잘 아는 <이솝 우화> 속의 이야기 이다. 사람의 근면이 인생의 가장 귀한 보물임을 가르쳐 주고 있는 것이다. 땀 흘리는 삶은 "지금 여기에..."를 그 기초로 하는 것이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내일을 꿈꾸고 내일을 말하고 내일을 계획하지만 그 모든 것들이 결국은 지금 여기서부터 시작되는 것이다. 그렇기에 내일이라고 하는 것은 벌써 지금 이 순간에 시작되어진 것이고 지금 여기에서 그 맛을 보고 있는 것이다.
 
그런 마음을 가지고 살기 때문인지, 아니면 능력의 부족 때문인지는 모르지만 내 스스로 내가 살아가는 모습을 들여다 보아도 나는 정말이지 쉽게 낮선 곳에 이름이나 마음을 올리지 못하고 그저 좁은 관계의 틀 속에 깊은 관계를 맺기를 바라며 살아가고 있다. 그러나 그런 나의 모습은 반면에 한 번에 한가지 이상의 일을 하지 못하게 하는 좁은 삶의 방식을 행성하게 하였다.
 
정말이다. 어떤 사람들은 한 번에 여러가지 활동을 정말 멋들어지게 하면서 살지만 나는 한 번에 두가지 일도 하지 못한다. 한 가지 일을 맡거나 한 곳에 자리를 잡으면 그 일과 관련된 다른 일들은 생각하는 것조차도 내게는 벅차다.그러다 보니 다른 이들로부터 자기 생각만 한다며 종종 오해를 살 때도 있다. 그러나 괜스레 마음만 앞서서 큰소리만 쳐 놓고 책임지지 못할 바에는 처음에 다소 섭섭할 지라도 분명히 하며 사는 것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언제나 내 자신의 능력에 준하여 ‘예’와 ‘아니오’를 분명히 하며 살려고 노력을 한다. 그런면에서 나는 여러 가지 일들로 참 바쁘게 살면서도 맡은 자리에서 언제나 당당히 인정받는 사람들이 정말이지 못내 부럽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게 소중한 것은 언제나 "지금 여기" 이다. 나는 "지금 여기"를 가장 소중한 자리로 여기며 산다. 지금 여기서 만나는 사람이 가장 중요한 사람이고, 지금 여기서 행하는 일들이 가장 가치 있는 일들이며, 지금 흘리는 땀방울이 가장 의미 있는 땀이라는 생각을 하면서 산다. 지금이 없이는 내일이 없기 때문이다. 내일은 오늘이 연장된 시간일 뿐 결코 분리된 시간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고 믿으며 살기 때문이다.
 
나는 오늘도 결과보다는 과정에 의미를 둔 삶이 좋다. 마침표 보다는 쉼표가 좋고 완료형 보다는 진행형이 좋다. 왜냐하면 그것은 아직 내가 살아가고 있음을 말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Here and now” “지금 여기에...”
 
내가 머무는 이 자리는 내게 있어 가장 소중한 자리이며, 만나는 사람들은 내게 있어 가장 소중한 사람이다. 나는 그곳에서 그들 모두에게 가장 소중한 사람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