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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과 자연이 빚은 신비로운 풍광… 10년 만에 개방된 진안 ‘마이산 암마이봉’

열려라 에바다 2015. 4. 23. 09:10

시간과 자연이 빚은 신비로운 풍광… 10년 만에 개방된 진안 ‘마이산 암마이봉’

 

시간과 자연이 빚은 신비로운 풍광… 10년 만에 개방된 진안 ‘마이산 암마이봉’ 기사의 사진
전북 진안군 마이산도립공원 북부주차장 인근 저수지 사양제에 지난 18일 마이산 수마이봉과 암마이봉(왼쪽부터)이 반영을 드리우며 데칼코마니를 형성하고 있다. 마이산 벚꽃은 해발 300m 이상의 고지대에 위치해 전국에서 가장 늦게 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시간과 자연이 빚은 신비로운 풍광… 10년 만에 개방된 진안 ‘마이산 암마이봉’ 기사의 사진
콘크리트 덩어리처럼 보이는 암마이봉에 풍화작용으로 생성된 ‘타포니’ 지형.
시간과 자연이 빚은 신비로운 풍광… 10년 만에 개방된 진안 ‘마이산 암마이봉’ 기사의 사진
암마이봉 전망대에서 내려다 본 수마이봉.
시간과 자연이 빚은 신비로운 풍광… 10년 만에 개방된 진안 ‘마이산 암마이봉’ 기사의 사진
남부주차장 인근 마이산 십리벚꽃길 야경.
멀리서 보면 큼직한 바위 덩어리 2개는 땅에서 솟았다기보다 누군가 하늘에서 땅으로 내리꽂아놓은 듯 기괴하고 신비롭다. 가까이 다가가면 거대하고 위압적인 절벽에 벌집처럼 구멍이 숭숭 뚫려 있다. 곳곳에 포탄을 맞은 것처럼 움푹 파인 구멍은 달의 표면 같은 착각이 들 정도다.

전북 진안군을 대표하는 마이산(馬耳山) 얘기다. 수마이봉(동봉·680m)과 암마이봉(서봉·686m) 두 봉우리의 단풍 든 모양이 말의 귀를 닮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조선시대 태조의 아들 태종이 지은 것으로 전해진다.

사계절 부르는 명칭은 모두 다르다. 봄에는 안개를 뚫고 나온 두 봉우리가 쌍돛대를 닮아 ‘돛대봉’, 여름에 수목이 울창해지면 용의 뿔 같다 해서 ‘용각봉(龍角峰)’, 가을에는 ‘마이봉’, 겨울에는 눈이 쌓이지 않아 먹물을 찍은 붓끝처럼 보인다 해서 ‘문필봉(文筆峰)’이라 불린다.

마이산은 시멘트와 자갈, 모래를 섞어 만든 것처럼 보이는 역암(礫岩) 덩어리다. 약 1억년에서 9000만년 전에 호수 밑바닥에 퇴적돼 고화된 암석으로 추정된다. 그 뒤 7000만년 전 지각 운동에 의해 솟아올라 현재와 같이 지표면에 노출됐다. 땅속에 잠긴 부분까지 합하면 1500m에 이를 정도로 거대하다고 한다. 함몰된 듯한 구멍은 암석이 풍화작용을 받아 나타나는 타포니(Taffoni·풍화혈) 지형이다. 땅 위로 맨살을 드러낸 역암층이 큰 일교차를 겪으며 급격한 수축과 팽창을 거듭하다 자갈이 빠져 나갈만한 틈이 생긴 것이다.

마이산이 알려진 것은 오래다. 1979년 도립공원 반열에 오르고, 2003년 국가지정문화재 명승 12호로 지정되면서 유명세를 이어오고 있지만 최근 다시 관광객들의 발길을 모으고 있다. 2011년 발간된 세계적인 여행안내서인 프랑스의 ‘미슐랭 그린가이드’가 마이산에 별 3개 만점을 부여하며 한국 최고 여행명소로 꼽으면서 외국인 관광객도 크게 늘었다. 2004년부터 자연생태복원을 위해 휴식년제에 들어가며 통제됐던 암마이산 정상에 오르는 길이 10년만에 지난해 10월 개방된 것도 한몫하고 있다. 깎아지른 가풀막이 동절기에는 미끄러워 지난 2월 중순까지 다시 잠정 통제됐다가 풀린 데다 꽃피는 봄철을 맞아 방문객이 늘어나면서 주말이면 인산인해를 이룬다. 더 가파른 수마이봉은 도립공원 지정 이후 암벽등반도 하지 못하도록 입산이 금지돼 있다.

암마이봉은 북부주차장이나 남부주차장 어느 곳에서나 오를 수 있다. 진안IC에서 10분 거리인 북부주차장이 암마이봉으로 오르는 가장 짧은 코스가 될 수 있다. 돌탑을 보려면 남부주차장에서 출발해야 한다. 암마이봉과 수마이봉의 분수령인 천황문에서 암마이봉 정상으로 이어지는 구간은 600m. 한 시간이면 충분하다. 등산로 입구를 지나자마자 눈앞에 곧추 선 가파른 길이 위압적이다. 곳곳에 계단과 밧줄 등 안전시설이 설치돼 있지만 노약자나 어린이들은 통제된다.

암마이봉은 산 전체가 콘크리트 덩어리 같다. 등산로는 그나마 나무가 듬성듬성 뿌리를 내리고 있는 북쪽 경사면에 나 있다. 계단을 오르다 경사가 급한 바위가 나타나면 밧줄을 붙잡고 기어가기를 반복한다. 조심조심 한 발짝씩 내디디면 숨은 턱에 차오르고 등줄기에는 땀이 흐른다. 등산로 중간 중간에 설치된 전망대에서 호흡을 고른다. 수마이봉 아랫부분에 있는 신비의 화엄굴이 손에 잡힐 듯하다.

울창한 숲은 없지만 곳곳에 앙증맞게 핀 진달래와 개나리가 눈을 즐겁게 해준다. 정상에 오르면 수마이봉의 도도한 자태를 눈 아래로 감상할 수 있고 새로 설치된 암마이봉 정상 표석 뒤 서쪽 전망대에 서면 광대봉, 비룡대, 나도산 등 마이산의 암봉들이 한 눈에 담긴다. 전국에서 가장 늦게 피면서도 화려한 마이산 십리벚꽃길과 인공호수인 탑영제도 한 풍경을 차지한다.

마이산은 보는 거리와 각도의 방향에 따라 모양과 이미지가 다르다. 멀리서 마이산의 웅장한 모습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최고의 전망대로 부귀산(806m)이 꼽힌다. 동틀 무렵 안개를 뚫고 솟은 마이산은 몽환적이다.

진안=글·사진 남호철 선임기자 hcna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