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내륙의 명소인 충주호는 지역에 따라 다르게 불린다. 충주시 종민동과 동량면 사이의 계곡을 막아 만들어진 만큼 충주호가 맞지만 제천에서는 청풍호라 부른다. ‘내륙의 바다’ 청풍호를 끼고 있는 제천으로 떠났다.
청풍호는 면적 67.5㎢, 평균 수심 97.5m, 길이 464m이다. 저수량은 27억5000t. 이 가운데 제천시의 담수 면적은 발간 서적마다 약간씩 차이를 보이지만 48㎢로 호수 전체 면적의 약 51%를 차지한다. 청풍호가 자리한 곳에 흐르던 남한강의 옛 이름은 파수(巴水)였다. 청풍 사람들은 이 파수를 청풍강이라 불렀다. 이곳에 조성된 호수를 청풍호라 부르는 것은 자연스러워 보인다.
호수를 끼고 있는 경관은 시선을 높일수록 빼어나다. 청풍호도 예외는 아니다. 청풍호 주위에는 등산객들의 인기를 한 몸에 받는 명산이 손가락으로 꼽을 수 없을 만큼 많다. 높이로 따지면 그다지 내세울게 없지만 산 정상에서 맞이하는 호수 풍경만큼은 어디에 내놓아도 손색이 없다. 호수 주변 산자락을 들고나는 굽이굽이는 노르웨이의 피오르 해안을 떠올리게 한다.
청풍호를 끼고 있는 제천의 비봉산(531m) 정상에 오르면 그림 같은 풍광이 기다린다. ‘봉황이 나는 형상’이라서 비봉산이란다. 최고의 전망대답게 호수와 산과 하늘이 장대하게 펼쳐져 입을 다물지 못하게 한다. 굽어보면 골마다 들어찬 물길이 만들어낸 반도들이 물갈퀴처럼 뻗어나가 있다. 눈을 들어보면 남쪽으로는 월악산 영봉과 주흘산·박달산 등이, 북쪽으로 적성산·금수산, 그리고 동쪽의 소백산 비로봉까지 아스라이 눈에 잡힌다.
더욱이 이곳에는 패러글라이딩 활공장이 갖춰져 있어 패러글라이딩 체험을 하면 더욱 장쾌한 경치를 감상할 수 있다. 6월의 신록과 붉은색 흙빛 등이 어우러져 장관을 연출한다. 이 풍광을 만나려 비봉산 정상에 오르려면 발품이 뒤따른다. 하지만 청풍호 관광모노레일을 이용하면 수고를 덜 수 있다. 관광모노레일은 왕복 2.9㎞ 편도 23분이 소요된다. 왕복요금은 8000원이며 사전예약이 필수다.
청풍호를 감아 도는 운치 있는 도보여행 코스인 자드락길도 감탄을 자아내는 풍광을 풀어놓는다. 자드락길이란 ‘나지막한 산기슭의 비탈진 땅에 난 좁은 길’을 뜻하는 우리말. 호안선이 아름답기로 소문난 청풍호 주변 산길을 이어 놓은 것으로 1코스부터 7코스까지 모두 58㎞이다. 멋진 청풍호 전망대와 용담폭포·얼음골·능강계곡 등 빼어난 경관, 산야초마을 등 체험마을 같은 호수 주변의 주요 볼거리·체험거리들이 대부분 자드락길 코스에 꿰어 있다.
이 가운데 6코스인 괴곡성벽길(9.9㎞)의 풍경이 손에 꼽힌다. 괴곡리 주변 산세가 성벽처럼 닫혀 있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옥순봉쉼터에서 출발해 괴곡리, 다불암을 거쳐 고수골에 이르는 9.9㎞로 4시간 남짓 소요된다. 7개 코스 가운데 난이도가 가장 높을 정도로 힘든 길이지만 발아래로 산과 계곡을 가르는 청풍호의 유려한 전경을 한 눈에 감상할 수 있어 걷기여행자들에게 인기가 높다.
옥순봉쉼터에 차를 두고 걸어서 옥순대교를 건넌다. 5분쯤 지나면 서쪽으로 언덕길이 보인다. 이 곳을 기점으로 본격적인 괴곡성벽길이 시작된다. 제법 급하던 산길이 완만한 오솔길로 바뀌면서 오른쪽으로 언뜻언뜻 청풍호가 보이기 시작한다.
출발한지 30여분. 등에 땀이 살짝 맺힐 즈음 쉼터에 닿는다. 쉼터에서 잠시 숨을 고른 뒤 30분 정도 걸으면 전망대다. 전망대부터는 청풍호의 위용이 확연히 느껴지기 시작한다. 옥순봉과 옥순대교를 조망하기 좋은 벤치에 앉아 숨을 고르고 솟대들이 비상하는 전망대에 오른다. 청풍호 상류와 옥순대교 전경이 시원스럽게 펼쳐진다.
괴곡성벽길 전 구간을 걷지 않고 백봉 정상으로 바로 갈 수도 있다. 차를 타고 수산면소재지에 위치한 수산중학교 뒤쪽으로 이어지는 포장도로를 따라가면 산촌 외딴 마을인 다불리를 지나 ‘백봉 산마루 주막’에 닿는다. 여기서 백봉 정상까지는 200m에 불과하다. 일부 가파른 구간이 있지만 크게 힘들지 않고 오를 수 있다. 백봉에는 ‘사진찍기 좋은 곳’이란 이름의 작은 전망대가 있고 그 옆에 높은 전망대가 있다. 원통처럼 둥글게 놓은 나무데크를 올라 전망대 정상에 서면 청풍호와 옥순대교, 금수산과 옥순봉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해질녘이면 청풍호에 붉게 반사된 옥순대교의 모습과 일몰은 황홀경이 따로 없다.
제천의 대표적 관광지인 의림지도 놓칠 수 없는 코스다. 산골짜기에서 내려오는 물줄기를 막아 가뭄과 침수로부터 농경지를 보호하는 저수지로 삼한시대에 축조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둘레 1.8㎞, 저수량 661만1891㎥, 수심 8∼13m, 관개면적 약 196㏊에 이르는 대수원지다.
저수지 둑에는 200∼300년 된 소나무 200여 그루와 버드나무 등이 빽빽하게 들어서 있다. 향토문화재자료 12호인 영호정은 화강암 석주 위에 건축된 목조 단층의 정자다. 조선 순조7년(1807년) 이집경이 건립한 뒤 6·25전쟁 때 파괴된 것을 후손인 이범우가 1954년 중건했다. 시원하게 물을 쏟아내는 용추폭포 주위로 조성된 수경분수와 경관조명, 산책로 등도 의림지와 어우러져 아름다운 풍광을 펼쳐내고 있다.
제천=글·사진 남호철 선임기자 hcnam@kmib.co.kr
비봉산에 올라 ‘초록바다’를 만나다…‘청풍명월’의 고장 제천 힐링여행
굽이굽이 산자락 끼고 드나 든 청풍호, 노르웨이 피오르드 해변 닮아 탄성
충북 제천시 청풍면 비봉산 아래 마을이 신록과 붉은 흙빛으로 어우러져 환상적인 풍광을 펼쳐보이고 있다. 호수 주변 골마다 들어찬 물길이 만들어낸 반도들이 물갈퀴처럼 뻗어나가 노르웨이의 피오르 해안을 떠올리게 한다. 청풍호 가운데 우뚝 솟은 비봉상 정상에 패러글라이딩 활공장이 보인다. 이 사진은 드론으로 촬영됐다.
청풍호 주변 자드락길 7개 코스 가운데 6코스인 괴곡성벽길의 백봉 정상에서 본 청풍호와 옥순대교의 황홀한 풍경.
제천의 대표적 관광지인 의림지 제방의 소나무 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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