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의 무심
제목 :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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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age\0029.bmp; 얼마 전 미국 라스베가스에서 열린 국제양궁대회(國際洋弓大會)에 우리 궁인(弓人) 한 분이 우리 국궁(國弓)을 갖고 가서 그 오묘한 경지를 선보였던 것 같다. 그 대회에 참석한 매키니, 스피가렐리 등 양궁의 세계적 스타 플레이어들이 이 국궁의 시위를 끼 워 보겠다고 30 분 동안이나 활과 승강이를 벌였으나 모두가 실패하고 말았다 한다.
양궁에 비해 크기도 작고 구조도 조잡 단순하면서 훨씬 무거운 화살을 보다 빨리, 보 다 멀리, 보다 정확하게 맞히는 오묘한 경지에, `이치를 알 수 없다. 신비한 활이다' 하고 불가해(不可解)하더라 했다. 사람의 감각만으로 쏘는 것(射)이 아니라 활과 궁인 이 합일하여 무심지경(無心之境)에서 화살을 놓는(放) 국궁의 심오한 경지를 그들이 이해한다는 것이 오히려 이상하다 할 것이다. 우리 옛 궁도는 기량을 닦는 것이 아니 라 도(道)를 닦아야 했다. 무슨 일이 있어도 눈을 깜박여서는 안 된다는 합심지경(合 心之境)에 들기 위해 베짜는 아내의 베 아래 누워서 좌우로 부산하게 오가는 북을 응 시, 눈을 깜박거리지 않게 되기까지 수삼 년 수양을 한다. 또 미소한 것이 거대하게 보이게 하는 마음의 눈을 뜨기 위하여 머리카락으로 벼룩 한 마리를 묶어놓고 종일토 록 응시하길 다시 수삼 년을 한다. 활시위를 잡아끄는 오른팔 위에 물그릇을 얹어놓고 수면에 미동(微動)을 일으키지 않 게 해야 하고, 비단 오금이나 중구미 같은 지체(肢體)의 미동뿐 아니라 뱃속에 들어있 는 담(膽)이나 볼거름(膀胱)같은 내장까지도 마음으로 조정시키는 경지에서 아귀, 삼 사미, 냥냥이 하는 활의 36 부위에 힘을 각기 다르게 균배하는 무심지경을 터득해야 했던 것이다. 비록 양궁일망정 우리 한량 낭자(閑良 娘子) 궁수(弓手)들이 아시아와 세계를 제패했 던 것도 이 국궁의 수도적(修道的) 전통이 어떻게든지 작용했다고 본다. 국궁-양궁이 분리됐을망정 이 같은 무심지경까지 분리될 수는 없으며, 이 한국적 자질 의 절충 융합으로 한국 궁도의 앞날에 희망을 걸고 싶은 것이다. 비단 궁도뿐만이 아니다. 프로야구 선수들 훈련할 때 절에 들어가 좌선(坐禪)하는 것 도 무심지향(無心志向)이요, 스포츠뿐 아니라 서도(書道)나 다도(茶道), 기도(棋道)같 은 일상(日常)에서도 궁극적인 경지는 무심입신(無心入神)이다. 조치훈(趙治勳) 기성(棋聖)이 바둑 천하통일의 비결을 물었을 때 `무심(無心)'이라고 대답했던 것이 별나게 기억에 남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