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화말씀

학살의 보상

열려라 에바다 2011. 10. 24. 18:26

학살의 보상

제목 : 칼럼

<< 내용 >>

나치스 독일의 유태인 학살 보상금 가운데 동독(東獨) 몫으로 유예해 온 수십억 달러

를 이스라엘 정부가 공식으로 청구하고 나선 것은 지난달의 일이다. 호주(濠洲)의 재

향군인 단체가 2차 대전 중에 호주군 포로를 학대한 일본에 약 1천억 원의 배상금을

청구한 것은 지난 주의 일이다.

일본군은 2만 2천 명의 호주군 포로 가운데 7천여 명을 먹이지도 않고 중노동을 시켜

죽게 했다고 그 증거를 첨부, 1 인당 1천 9백만 원씩 계산, 배상금을 청구한 것이다.

스탈린, 베리아 체제의 1939 년 소련의 수용소에 수감중이던 폴란드 장교 4천 2백 명

이 모스크바 서남쪽에 있는 카틴 숲속에서 집단 학살되어 매장되었었다. 소련에서는

여태까지 그것이 독일 나치스의 행위라고 전가해 왔는데 이번에 고르바초프 소련 대통

령이 야루젤스키 폴란드 대통령에게 그 죄과를 인정하고 애도의 뜻을 표한 것은 일전

의 일이다. 이에 폴란드측에서는 증거를 수집, 배상 청구 작업에 착수했다고 한다.

자국민들의 학살, 학대에 이토록 민감한데도 왜 우리 한국 사람은 일제 통치하의 그

잔인무도한 학살들에 이토록 둔감할 수 있다는 말인가. 한말 우리 군대의 강제 해산으

로 봉기한 의병(義兵)학살만 해도 수만 명에 이른다. 박은식(朴殷植)의 `한국통사(韓

國通史)'에 보면 의병을 숨겨 주었다는 이유만으로 주민 수백 명을 구덩이에 반신(半

身)만 묶어놓고 `이도(利刀)로써 참수(斬首)하야 각자(各自) 검술(劍術)을 비교하고

대소(大笑)하였다'고 했다.

관동 대지진 때의 학살이며 제암리 집단학살 등 3.1운동 때 팔도 방방곡곡에서 자행된

학살은 고사한다. 신농천(信濃川:시가노가와) 상류의 댐 공사에 징용당한 한국인들은

15 시간 노동에 굶주려 일을 하지 못하게 되면 높은 벼랑 위로 끌고 올라가 강물에

떼밀어 죽이길 수백 명이나 하였다.

천도(千島:지시마) 열도의 비행장 건설에 동원된 징용 한국인 3천 7백 명은 군사 기밀

유지라는 명목으로 수송선 부도환(浮島丸:우키지마마루)에 태워 바다 가운데서 침몰

시키고도 있다. 지금 `마루타'란 영화로 화제가 되고 있는 일본군 731 세균 부대의 생

체 실험에 희생된 한국인만도 수백 명으로 추계되고 있다.

이런 것들은 많은 학살 중 극히 일부분에 지나지 않는다. 한데도 일본은 언제 한번 고

르바초프의 카틴 숲 학살 인정처럼 그것을 인정하고 사과 한번 한 적이 있었던가. 정

부 차원에서 10 개년 계획이라도 세워서 학살 사례를 낱낱이 조사, 증거를 잡아 역사

에 남기고 응분의 배상을 청구해야 하는 것은 역사가 현세대들에게 지워 준 의무다.

세계적으로 그 기운이 무르익고 있으니 더욱 그러해야 한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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