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칭 사대주의
제목 :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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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옛날 호칭에 동방(東邦), 동국(東國), 해동(海東), 대동(大東), 동이(東夷). .. 하는 식으로 `동(東)'자가 많이 들어가 있다. 진역(震域), 진단(震檀) 하는 진(震) 도 동쪽의 바위를 나타내는 말이요, 또 청구(靑丘)라는 호칭도 동방에 있는 언덕이란 뜻으로 `동'의 범주를 못 벗어나고 있다. 중국을 중심으로 한 중화(中華)사상의 소산 으로 씻어 없애버려야 할 사대(事大)호칭인 것에는 두말 할 나위가 없다. 그렇다면 중 국, 중공 하는 호칭도 형평 원칙에 어긋나는 호칭이 아닐 수 없다. 이 세상의 대부분 의 나라들을 중국을 중국이라 부르지 않는다. 영어로는 차이나, 이탈리아어로는 키이나, 프랑스말로는 시이느, 독일말로는 카네로 부르며, 우리와 같은 한문 문화권인 일본에서도 공식용어 아니고는 지나(支那)라고 부 른다. 세계 지도에 기재된 공식 명칭으로도 동지나해(東支那海), 남지나해(南支那海) 로 돼 있다. 북경원인(北京原人)의 학명(學名)은 시난트로푸스로 China가 원형이 되고 있다. 한데 역사적으로 억세게 강했던 중화사상 때문에 중국 사람들은 웬지 지나란 말에 생리적인 거부반응을 일으킨다고 한다. 지나란 말의 어원은 시황제(始皇帝)가 통 일했던 `진(秦)'에서 비롯된 호칭으로 고대 인도말로 된 불경(佛經)을 한역(漢譯)할 때 지나(支那), 진나(振那), 지나(脂那) 등이 되어 역수입되고 있다. 지나란 뜻은 생각이 깊다 하여 `사유국(思惟國)', 문물이 발달했다 하여 `문물국(文物 國)'이란 좋은 뜻이라고 불경에는 주석이 붙어 있다. 중국말, 중국요리... 심지어는 중국 사람을 얕잡아 부르는 `짱꼴레'라는 말까지도 중 국인의 중국 발음인 웃콜렌에서 비롯된 것을 보면 중국 사람의 중화사상을 보장해주고 있는 나라는 우리 나라뿐이 아닌가 싶다. 따지고 보면 자기 중심적인 발상에서 비롯 된 호칭의 횡포는 유럽 사람들도 예외는 아니다. 동서 문제 하면 미소(美蘇) 문제를 뜻하는데 유럽을 중심으로 하여 소련은 동쪽에, 미 국은 서쪽에 위치한 데서 비롯된 호칭이다. 중동(中東)이며 중근동(中近東)도 유럽 중 심에서 생겨난 방위 호칭이며, 우리 한국이 속해 있는 지역을 지구의 맹장(盲腸)처럼 맨 끝에 붙여놓는, 극동(極東)이라 부르는 것도 유럽 중심 호칭의 횡포다. 그래서 우 리에게는 서남아에 위치한 지역을 동남아로 불러야만 한다. 날짜변경선(日附變更線)을 중심으로 지역 호칭을 조정하든지 동서남북중(東西南北中) 하는 방위 호칭을 없애버 리든지 언젠가 UN 총회나 국제 회의에서 따지고 넘어갈 문제가 아닌가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