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도 대학살
제목 : 칼럼
<< 내용 >>
신라의 달밤은 가수 현인(玄仁) 때문에 유명하다면 페르시아 만의 달밤은 시인 바이런 때문에 유명하다. 바이런이 페르시아 만을 항해하면서 달밤을 맞았던 것 같다. `날아다니는 바닷새들이 달 속에 빨려드는 그 달밤의 풍광은 매력의 한계를 넘어 마력 (魔力)을 선상에 뿌려댔다. 어떤 부인 선객은 그 마력을 감당 못해 안고 있던 애완용 고양이를 바다에 던져버렸다. 어떤 선객은 앉아 있던 등의자를 던져버렸다. 나는 여행 중에 적어두었던 시(詩)의 초고(草稿) 노트를 바다에 던져버렸다.' 일본의 음악가 히사노(久野)란 여인이 페르시아 만에 투신한 것도 바로 이 달밤에 홀 려서였다. 이 세상에 자신이 가진 가장 소중한 것 -, 목숨까지도 아깝지 않도록 하는 지고지상( 至高至上)의 경지란 속인(俗人) 따위는 상상조차도 할 수 없는 노릇이다. 그런 아름다 움을 누린 페르시아 만이다. 우리나라 대학에 검은 기름띠가, 우리나라 의회에 검은 기름띠가 흘러든 것과 동시에 그 아름다운 페르시아 만에 검은 기름띠가 흘러들어 그 아름다운 백조(白鳥)들이 흑조 (黑鳥)가 되어 죽어가고 있다. 갈매기, 도요새, 왜가리, 해오라기, 두루미, 기러기, 물오리, 바닷제비, 가마우지... 등의 물새들은 대체로 빛깔이 흰 철새들이다. 고대 이 집트나 희랍, 로마에서 바다의 백조는 영혼을 하늘에 운반하는 영물로 신성시했고 그 리스도교에서 성인의 열성식(列聖式)에서도 이 백조들을 하늘에 띄웠다. 중동의 예언 자나 주술사들은 자신들이 이 백조들의 변신이라고 자처하고 해오라기나 갈매기의 깃 을 머리에 꽂고 예언을 하곤 했다. 중국에서도 이 철새들에 도덕적인 가치를 부여하여 우러렀다. `본초강목(本草綱目)'에 보면 이들에 신(信), 예(禮), 절(節), 지(智)의 사덕(四德)이 있다 했다. 이 철새들 이 오가며 머무르는 곳이 일정하고 오가는 길목이 일정하니 그것이 신이다. 날아다니 는 데 행렬에 질서가 있어서 앞서가는 놈이 울면 뒤따라 오는 놈이 이에 화답을 하니 이것이 예다. 짝을 잃으면, 결코 딴 짝을 이루지 않으니 이것이 절이요 밤에는 무리지 어 자는데 그 중 한 마리가 번갈아 경계를 하니 이것이 지다. 동서 할것 없이 신성하고 도덕적 가치가 주어져 있기 때문인지 갈매기나 백로를 해치 면 가공할 응보를 받는다는 금기(禁忌)도 보편적이다. 영국 웨스트민스터 법령(法令) 에 날개 다친 바닷새가 마스트에 앉아 있는데 침몰해 가는 배를 포기하면 법에 걸린다 는 조항이 있다. 우리 동해안의 어민들에게도 해오라기나 갈매기를 해치거나 놀라게만 해도 폭풍을 불러온다는 금기풍속이 있다. 이라크가 흘려보낸 검은 기름띠에 그 아름 다운 페르시아 만에서 월동하는 백조들이 흑조가 되어 죽어가고 있다. 전쟁 와중에 까 짓 새 죽어간 것쯤이야 할지 모르지만, 그 비틀비틀, 퍼덕퍼덕 죽어가는 페만의 새들 에 쏠리는 이 세상의 수십억 안목, 그 안목에서 발사되는 증오의 미사일이 후세인의 머리 위에 떨어진다는 것을 자각하지 못한 우행(愚行)중 우행이다. 그 응보를 반드시 받고 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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