혐오식품
제목 : 칼럼
<< 내용 >>
영국의 공원에서 모이를 들고 있으면 참새들이 손바닥에까지 날아와 앉는다. 이를 보 고 과연 문명국이요 신사의 나라라고 감탄한 사람을 본다. 하지만 솔개나 매 같은 큰 새들은 부호(富豪)들이 애완용으로 기르는 꿩을 잡아먹는다 하여 총으로 모조리 쏴죽 인 바람에 씨가 말라버렸다는 사실은 모르고 있다. 2백 년 전에는 작은 새들의 박제 수집이 유행하여 작은 새들도 자취를 감추었던 적이 있었다 한다. 또 유럽의 베란다에는 화초 뿐인데 우리 나라는 속곳 나부랑이의 빨래투성이 뿐이니 외국 사람 보기에 창피하다는 개명한 사람들의 이야기도 곧잘 듣는다. 하지만 중,북구는 일광이 부족하여 빨래를 말린다는 생각조차도 할 수 없기에 빨래를 널지 않을 뿐이라고는 아무도 말하지 않는다. 볕받이가 좋은 남불(南拂)이나 이탈리아 에서는 왕성하게 빨래를 말리고들 있는데-. 유럽 공원의 잔디에는 잡초 하나 없느니, 지중해의 바다는 속이 들여다보일 만큼 맑느 니.... 하며 우리의 게으름이나 공중도덕의 결여에 한숨 쉬기도 한다. 지후와 풍토가 달라 잔디에 잡초가 잘 나지 않으며, 지중해에는 해조(海潮)가 자랄 만큼의 플랑크톤 이 결여돼 있어 맑을 수 밖에 없다는데 . 물론 물심(物心)의 문명이 발달된 것만은 사 실이나 구미를 선(善)의 기준으로 하여 우리의 상황을 악으로 판단하는 풍조의 모순은 하나 둘이 아니다. 보신탕을 '혐오식품'으로 법으로까지 성문화(成文化), 읍(邑)소재 지 이상에서는 먹을 수 없게 만든 발상도 그렇다. 혐오는 사람에 따른 개성일 뿐이다. 우리 한국 사람 중에도 보신탕을 혐오하는 사람이 적지 않은데, 그것은 그 사람의 개성일 뿐 온 국민의 통성(通性)은 아니다. 다만 별 나게 개를 좋아하는 영국 사람을 비롯, 유럽 사람들 중에 그것을 혐오하는 사람이 많 다는 것 뿐이다. 남불(南佛)의 레스토랑에서는 수달피를 잡아 산 채로 식탁에 펴놓고 요리해 먹는 '라공댕'이 인기를 끌고 있다고 들었다. 보신탕보다 덜 혐오스럽다고 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혐오할 확률이 많은 서양 사람을 위해 그들의 눈에 띄지 않게 끔 골목으로 들어가라고 권장하는 것쯤은 손님에 대한 예우 차원에서 바람직하지만 수천 년 먹어 내려온 전통적 시식(時食)을 '혐오식품'으 로 성문화하여 매장시킬 것까지는 없다고 본다. 그런 발상을 키워 나간다면 서양 사람들의 코에 냄새가 거슬린다 하여 김치도 '혐오식 품'으로, 서양 사람들의 눈에 거슬린다 하여 빨래를 너는 것도 '혐오풍경'으로 성문화 하지 않을까 싶다. 보신탕이 시식인 복(伏) 고비를 넘기다 보니 이런 생각이 물씬 난 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