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의 외식비
제목 : 칼럼
<< 내용 >>
서울에 살아본 서양사람들로부터 자주듣는 질문 가운데 하나가 한국사람은 집에서 밥 을 지어먹지 않고 외식(外食)하는 것이 전통이냐는 것이다. 그렇지 않다고 대꾸하면, 그렇다면 왜 한국에 도시건 시골이건 도심이건 변두리건 그렇게 많은 밥집.술집.찻집 들이 즐비하냐고 다시 묻는다. 점심일랑 간단한 페스트푸드로 때우고, 손님은 집으로 초대하는 것이 상식인 서양에 비해 눈이 현란할 정도로 외식산업이 발달한데 대한----, 서양 사람이면 누구나 갖는 소박한 질문인 것이다. 우리 한국 사람이 남달리 집 밖에서 밥을 많이 사먹는 데는 문화적인 이유가 있다 첫 째, 이 세상에서 손꼽는 정착(定着) 민족이기에 우리 한국인이 상식하는 음식이 이동 민족처럼 간편이 가지도 다니며 먹을 수 있겠끔 구조적으로 돼 있지 않다. 둘째, 서양 음식은 물끼가 배제된 건성(乾性) 음식인 데 비해 한국 음식은 온통 물기 투성이인 습성(濕性)이어서 갖고 다니고 먹기엔 불편하게 돼 있다. 셋째, 서양 음식은 식어도 먹을 수 잇는 냉식(冷食)문화인 데 비해 한국 음식은 식으 면 맛이 반감하거나 먹지 못하는 것으로 치는 온식(溫食)문화다. 따라서 냉식 문화는 갖고 다녀도 되지만 , 온식문화는 식어버리므로 갖고 다니기에 알맞지가 않다. 곧 정착성 식사문화이기에 한국에서는 솥에서 갓 퍼낸 따끈한 밥과 그리고 솥에서 갓 퍼낸 국과 상 위에서 지글지글 끌어대는 찌개와 올망졸망 크고 작은 그릇에 담긴 국물 반찬을 놓고 먹어야 제대로 먹는 것 같다. 이런 음식 구조를 출퇴근하는 이동성 도시락 식사로 충족시킬 수가 없게되어 있다. 그 러기에 간편하게 나가서 외식을 하게된다. 외식을 가속시키는 다른 요인이 또 있다. 손님을 환대하는 전통이 별나게 강한데, 근대화 과정에서 손님을 맞는 사람방 공간이 증발하고 없어졌다.한데다가 안방인 내부 공간을 외부에 노출 시키기 싫어하는 내외 유별심리(有別心理)가 별나게 강하다. 어쩔 수 없이 손님을 초대하게 되면 멀찌감치 날짜를 잡아놓고 도배를 하고 커튼을 새로 갈고 그림과 화분을 빌려다 놓고 갈비며 생 선회로 잔치를 배푼다. 어떻게 서양식 집처럼 부담없이 손님을 집으로 데려올 수 있겠는가. 하는 수 없이 집 밖에서 사람을 만나고 손님을 맞는 수 밖에 없다. 이런저런 생활구조와 여건이 외식산 업을 파격적으로 발전시킨 것일게다. 한국 도시근로자의 외식비가 80년대 대비 14.7배가 늘고 소비 지출 비율로는 4배로 급 증하고 있으며, 총지출에 7%를 차지 했다는 통계 결과가 발표되었다. 영국이나 프랑스 의 중류가정에서는 1주일에 한번의 외식이 상식으로, 총지출의 1- 2%가 상식인 것과 비교해 봄직하다. 과외망국(課外亡國)에 외식망국(外食亡國)이 겹쳐가는 느낌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