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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종대·이기대·오륙도에서 ‘바다’만 보셨나요… ‘도심 속 또다른 세상’ 부산국가지질공원

열려라 에바다 2015. 12. 22. 08:10

태종대·이기대·오륙도에서 ‘바다’만 보셨나요… ‘도심 속 또다른 세상’ 부산국가지질공원

낙동강 하구·금정산 등 부산 지질공원 12곳, 환상적 풍광

 
태종대·이기대·오륙도에서 ‘바다’만 보셨나요… ‘도심 속 또다른 세상’ 부산국가지질공원 기사의 사진
부산 사하구 낙동강 하구는 크고 작은 연안사주와 넓은 갯벌이 펼쳐져 있는 부산국가지질공원의 명소다. 상류로부터 유입되는 퇴적물이 남해의 밀물과 썰물에 의해 끊임없이 쌓이고 흩어지기를 반복해 하루하루 모습을 달리 하는 현생 삼각주다.
태종대·이기대·오륙도에서 ‘바다’만 보셨나요… ‘도심 속 또다른 세상’ 부산국가지질공원 기사의 사진
부산 오륙도를 찾은 관광객이 스카이워크에서 바다를 내려다보고 있다. 약 7000만∼8000만년 전 화산 및 퇴적 활동으로 만들어진 오륙도는 하나의 산 능선으로 연결돼 있었다. 이후 파도의 침식작용 및 3차례의 융기운동으로 약 12만년 전 5개 섬으로 분리됐다.
공룡이 뛰어놀던 시대 부산 해안가는 호수였다. 대한해협도 없이 일본땅은 부산과 붙어 있었다. 이때 호수 속에 쌓였던 퇴적층이 융기되면서 부산 해안의 아름다운 절벽을 수놓았다. 여기에 화산활동은 다양한 암질의 기묘한 형상을 뿌려놓았다. 8000만년 이상의 시간이 켜켜이 쌓인 부산으로 시간여행을 떠나보자.

알만한 사람만 아는 부산의 ‘보석’

부산 전포동 동의과학대학교 인근 황령산에서는 바위 표면 곳곳에 500원짜리 동전보다 조금 큰 동그란 무늬를 볼 수 있다. 전 세계 8개국 14곳에서만 발견됐고 아시아에서는 유일할 정도로 희귀해 국내에서는 천연기념물(제267호)로 관리되고 있는 구상반려암이다. 마그마가 밖으로 분출돼 굳은 것이 현무암이고 땅속에서 어떤 점(핵)을 중심으로 같은 성질을 갖는 광물끼리 겹겹이 굳은 것이 반려암(gabbro)이다. 색이 약간 푸르기도 하고 얼룩얼룩하기도 하다.

동의대 정문을 바라보고 오른쪽 도로를 100m 정도 내려가면 전봇대에 ‘구상반려암 150m’라는 안내판이 걸려 있다. 안내판 건너편 신영빌라 왼쪽 골목으로 올라서면 ‘진남로442번길’이다. 이 길을 따라가다 ‘42번지’에 이르면 오래된 주택을 떠받치는 축대에서 구상반려암을 찾아볼 수 있다. 좀 더 올라가면 철조망으로 둘러쳐진 곳이 나타난다. 반려암 보호구역이다. 총 지표면적은 약 140㎡에 이른다. 노두 면적이 세계 최대이며, 보존상태가 뛰어나다.

이 구상반려암은 여러 면에서 뛰어난 가치와 특성을 가지고 있다. 대륙의 이동을 설명하는 판구조론의 이론 구성에 중요한 자료가 되고 암석 생성 원인을 연구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동안 도난을 우려해 공개를 꺼려왔던 부산시가 이 구상반려암을 널리 알리기로 했다. 동의대 내 등산로에서부터 구상반려암이 있는 곳까지 약 1㎞에 진입로를 연결하고, 기존에 설치된 철망 울타리를 걷어내 다른 보안시설로 대체하기로 했다.

부산 사하구 낙동강 하구 습지에는 모래나 자갈이 쌓여 수면 밖으로 드러나 있는 크고 작은 연안사주와 넓은 갯벌이 펼쳐져 있다. 부산국가지질공원 중 유일한 하천지구다. 상류로부터 유입되는 퇴적물이 남해의 밀물과 썰물에 의해 끊임없이 쌓이고 흩어지기를 반복하며 살아 움직이는 듯이 변화하는 현생 삼각주다. 다양한 생물이 존재하고 철새들의 번식지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아미산 전망대에서 보면 억새와 어우러져 매년 167종 13만여 마리의 철새들이 찾아드는 모습이 환상적이다. 남동쪽 끝 부분에 가로로 길게 누운 모양의 모래섬이 도요등이다. 도요등 남단을 살펴보면 북쪽과 달리 파도가 찰랑거리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대마등, 맹금머리등, 장자도, 신자도, 백합등, 진우도로 불리는 크고 작은 사주들이 장관을 이루고 있다.

해안에 펼쳐지는 ‘천연벽화’의 향연

태종대는 부산의 대표적인 해안경관지다. 하지만 이런 절경이 백악기 말 태종대 층이라 불리는 응회질 퇴적암(화산활동 이후 잠잠해진 시기에 화산재들이 섞인 퇴적물들이 쌓여 형성된 퇴적암)으로 이뤄진 지질구조와 해안침식 및 융기 지형이 어울려 만들어졌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드물다. 짙은 녹색을 띠는 이암, 회색 및 밝은 황색을 띠는 사암, 그리고 다양한 색을 띠는 각암(처트·chert) 지층이 반복적으로 쌓여 마치 한 폭의 수묵화를 연출한다. 전형적인 꽃다발구조가 발달하는 주향이동단층, 복합암맥, 녹니석 광맥 등 독특하고 다양한 지질구조도 눈길을 사로잡는다.

절벽의 아랫부분에 깊은 홈이 난 낭식흔(浪息痕) 뿐 아니라 녹색과 붉은색, 흰색이 어우러진 천연벽화 같은 ‘슬럼프 구조’가 반긴다. 망부석 서쪽 절벽으로 공룡무리가 걸어가는 듯한 무늬와 독수리상 등 다양한 천연벽화를 찾아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신선바위는 파도의 침식으로 평평하게 깎인 뒤 지각이 솟아올라 만들어진 것으로 ‘파식대지’라 불린다. 상대적으로 주변보다 단단한 부분이 남아 만들어진 것이다.

이기대는 7000만∼8000만년 전 화산 지역 인근의 환경을 알려주는 곳이다. 마그마가 화산각력암을 뚫고 관입한 흔적, 수천만년 동안 형성된 뒤 여전히 변화가 진행 중인 돌개구멍(2013년까지는 공룡 발자국으로 추정) 등의 지질 기록을 관찰할 수 있다. 파도의 침식작용으로 해식절벽, 파식대지, 해식동굴 등 다양한 해안지형도 형성하고 있다. 특히 이기대 트레일 코스에 포함된 농바위와 치마바위는 파도의 침식으로 독특한 형태를 띠고 있어 볼수록 신비스럽다. 이기대 트레일은 오륙도와 잇닿아 있어 한 번에 두 곳을 탐방할 수 있다. 오륙도∼이기대 코스는 총 4.7㎞로 3시간가량 걸린다.

국가지정문화재 명승 제24호로 지정돼 있는 오륙도는 약 7000만∼8000만 년 전 유천층군 화산활동에 의한 안산각력암, 안산암류, 안산암질 응회암과 응회질 퇴적암이 퇴적돼 만들어졌다. 부산만으로 향해 차례로 우삭도(높이 32m)·수리섬(33m)·송곳섬(37m)·굴섬(68m)·등대섬(28m)으로 불리는 5개 섬은 약 12만년 전에는 하나의 산 능선으로 연결돼 있었으나, 파도의 침식작용 및 3차례의 융기운동으로 분리된 것이다. 이밖에 몰운대 금정산 두송반도 송도반도 두도 백양산 장산 등도 부산이 자랑하는 국가지질 명소다.

부산=글·사진 남호철 여행선임기자 hcnam@kmib.co.kr